네이쳐 사진가를 유혹하는 망원렌즈
얼마전에 캐논에서 출시한 200-400mm 렌즈에 1.4× 컨버터가 내장된 망원렌즈 캐논 EF 200-400mm F4 L IS USM 익스텐더 1.4× 망원렌즈가 요즘 눈에 아른그립니다. 이 렌즈는 평소 200-400mm 를 기본으로 쓰면서 더 긴 망원이 필요하면 1.4배 모드를 하면 280-580mm F5.8 렌즈로 변신합니다. L렌즈 답게 방진 방적에 마그네슘 합금, 4스탑 손떨림 보정, 20군 25장 렌즈로 최단 촬영거리 2m, 크기는128*366mm, 무게 3620g 입니다. 기존의 비슷한 망원렌즈에 비해 활용도가 높고 크기와 무게가 작아서 미국에서는 네이쳐 포토그래퍼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저도 주로 산같은 네이쳐에서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 1,300만원 정도나 합니다.
제 주제에 1,300만원이나 하는 200-400mm렌즈는 언감생심입니다. 그나마 가격이 적당한 100-400mm이나, 35-350mm 렌즈 정도가 현실적이겠죠.
산에서 새대가리 안찍고 블루문 걸고 찍을 일 없다면 100-400mm 렌즈에 컨버트 하나면 되고, 돈이 있으면 14mm 광각렌즈를 구입하는게 훨씬 더 좋지 않을까요?
1억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얼마전에 페이즈원 이라는 중형디지털 카메라가 세계 최초로 1억만 화소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요즘 풀프레임 카메라에서도 5천만 화소가 나오므로 몇년 후에는 DSLR에서도 1억 화소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단적으로 사람이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화소의 최대치가 1억 화소라고 합니다. 그 이상의 화소는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인간이 인식하지 못할테니깐요.
카메라와 허세마케팅
이제는 CCD 화소수 조차도 옛날 처럼 칼짜이쯔가 어쩌니 저쩌니 했던것 처럼 별 의미가 없어지는 세상이 오고 있는것 같습니다. 솔직히 칼짜이쯔렌즈가 어쩌고 핫셀이 어쩌고 해도 전 잘 모르겠더군요.
옛날에 핫셀블라드의 칼짜이쯔 렌즈와 같은 판형의 젠자브로니카 니코코 렌즈를 동일한 환경에서 촬영해서 그 결과를 비교해 본 적이 있었는데요, 핫셀은 디스토션이나 색수차가 적어서 더 좋다고 들었지만, 제아무리 확대해도 색감이나 해상도에서의 차이는 전혀 알 수 없더군요. 저 뿐만이 아니라 여러명이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가격은 몇배나 차이났지만 결론은 그냥 허세였던 것 입니다.
지금도 각 카메라 메이커에서는 색수차가 어떠니 해상도가 어떠니 하면서 마케팅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가르치는 교수나, 대학원생, 전문사진가이거나 사진기자라도 메이커에서 내 놓는 수치에 대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요? 물론 나도 모릅니다. 데이터 분석기에서도 미묘하게 차이나는걸 어찌 알까요? 광학사이언티스만 알 수 있겠죠. 그 미묘한 차이를...
저는 사실 카메라 장비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그다지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장비 이야기는 이쯤에서 집어치우고 봉창 좀 두드리는 소리좀 하겠습니다.
내가 좋아 하는 사진가
사진비평을 공부할때 유명 작가들의 사진을 엄청나게 리서치 하는데요, 보면 볼수록 광각을 얼마나 자기 시선으로 잡아내는가가 사진을 잘 찍는, 잘 표현하는 길이다' 라는 명제가 생기더군요.
제임스 낙트웨이(James Nachtwey)
이에 독보적인 사진가로는 제임스 낙트웨이(JAmes nachtwey)라는 미국사진가가 있습니다. 그는 현존하는 가장 비싼 사진가 이기도 합니다.
'죽음의 후투 수용소에서 살아난 생존자, 르완다 1994'라는 제임스 낙트웨이의 사진입니다. 사진은 그의 홈페이지를 캡쳐 했습니다. 제임스 낙트웨이는 종군 사진기자 입니다. 그는 거의 광각계열 렌즈로 피사체를 근접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른 사진기자들이 멀리서 망원렌즈로 촬영하고 있을때, 그는 광각렌즈로 피사체의 바로 앞에서 촬영하고 있습니다. 요즘에 저랬다면 저 뒤에서 촬영하고 있는 사진기자들이 비키라고 욕하고 난리났겠죠. "만약 당신의 사진이 충분히 좋아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라는 로버트 카파의 말에 가장 충실한 사진가 입니다. 비참한 전장의 참상을 가까운 거리에서 제3자의 시선으로 세상에 알린 로버트 카파 다음으로 유명한 종군사진가 입니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
다음으로 좋아 하는 사진가는 안드레아스 구르스키라는 독일사진가 인데요, 한국에서도 한번 전시회 한걸로 아는데 이 사진가는 대형이나 중형카메라로 80mm 렌즈를 사용하는데요, 시각적 이미지에 깔려 있는 베이스가 미니멀리즘입니다.
유사한 형태의 반복을 통해 개별적인 존재감을 지워버리고 그 대상을 구성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분석과 작가의 주관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는 유형학적 사진이라는 독일 현대 사진의 한 흐름을 보여 주는 사진가 입니다.
현대사회의 단면을 획일화 하고 규칙화의 유형적 격자무늬에서 찾은 구르스키는 획일화된 아파트, 대형 할인점, 정형화된 사무공간, 레스토랑, 도서관 등에서 현대사회의 스펙터클한 풍경을 표현했습니다.
그의 사진은 현대사회에서의 자연과 기술,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주제로 특히 소비사회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빽빽하게 짜인 인공의 구조물 속에서 시각의 혼란을 느낄 때, 그곳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발견 할 수 있게 합니다.
구르스키 작품을 쭉 보다 보면 어떤 일정한 패턴의 반복이라는걸 금새 알수있는데요, 사진가가 사진을 찍을때, 정렬된 패턴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요, 그렇게 간결하고 강하게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뇌리에 있는 미니멀리즘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복제 예술이라는 한계에도 구르스키의 사진은 경매가에서 회화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우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국에서의 사진에 대한 인식과 가치는 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의 사진의 위치는 어디쯤일까요?
우리나라의 유명한 사진비평가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에 대해 비평한게 있는데요, 저는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한국말로 하는데도 잘 알아듣기가 힘들고 거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진비평이라는게 어떤 수준일까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사진을 가르치는 교수 가운데 미니멀리즘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글쎄요'입니다. 미대에서 예술사를 전공했거나 진중권씨 처럼 미학 전공자라면 모르지만요.
사진은 예술인가? 기술인가?
우리가 처음에 사진을 배울때 사진역사라고 해서 다게레오 타입이 어쩌니 저쩌니 하긴 했어도 문학이나 미학적인 접근은 얼마나 했었나요? 물론 그런 과목이 있긴 했지만 그다지 신경쓰거나 중요한 과목이 아니었었죠. 지금까지도 그런 문학적 소양이나 미학적 베이스가 없이 우리나라 사진교육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것은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는 배웠지만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한건데요, 사진을 잘찍고 못 찍는것은 한달만 찍으면 금새 익힐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입니다. 존시스템이 어떻고 암실에서 죽어라 현상 인화를 하고 칼라 배색표를 눈이 뚫어 져라 쳐다 봤었습니다. 암실테크니션이 하는 일인데 말입니다. 그때 까지만해도 즉, 테크니션 사진가가 사진예술가이며 아티스트라는 생각에 이견이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좋은 사진이란 남에게 울림을 주는 사진이 아닐까요? 본인이 가진 색깔을 찾고 그 위에 자신이 가진 철학적 사고를 씌우는게 진정한 사진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실제를 복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사진사일 뿐입니다.
사진을 찍다와 사진을 하다...
요즘 사진찍는 사람들이 어마어마 하게 많죠.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 까지도 한 몫 단단히 사진의 위상을 가지고 있을 정도 입니다. 사진의 홍수, 이미지의 홍수속에서도 사진을 찍는것이 아닌,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찍는것(take)'보다 '하는것(do)'의 차이는 그 행위에 대한 진정성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자신이 왜 사진을 하는지 모르면서 사진을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아찔한 현실입니다.
그렇게 방향을 잡지 못하는 사진가들을 위해 추천 하는 책입니다.
사진 하는 이들에게 추천 하는 책...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 라는 책이 있습니다. 소설가이자 에세이 작가였고 예술 평론가인 수잔 손탁이 1973년부터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6편의 에세이를 묶어 1997년 출판된 명실상부 사진론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입니다. 이미지에 대한 접근방식, 언어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다룬 책입니다. 어떤 사진을 찍어야 되는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고궁이나 경치 좋은 곳으로 출사를 나가는 것도 좋겠지만, 고리타분하고 좀이 쑤시지만 미술사나 사회과학과 관련된 강좌를 들어보는건 어떨까요?
백남준 같은 이론과 철학적 베이스가 깔린 아티스트 가운데 사진가와 사진교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진교육의 안타까운 단면 입니다. 사진가도 공부 해야 합니다. 공부 하지 않으면 도태라는 파도가 덥칩니다. 매너리즘에 빠졌니 하면서 우는 소리 하는데 실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앓는 소리만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볼때나 보여줄때, "아 좋네~" 라고 하는 것 보다 비평과 비판을 아끼지 말며 그 속에 본인의 생각과 철학을 담아 봅시다.
렌즈사고 싶다고 시작한 글이 뚱딴지 처럼 개똥 철학까지 운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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