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진관사. 절밥 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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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북한산 진관사에서 절밥 한그릇

부처님 오신날, 신심깊은 불자도 아니지만, 이날 만큼은 가까운 사찰에 가서 부처님을 뵙고 옵니다. 딱히 정해 놓고 가는 사찰은 없고 그때 그때 마음이 동하는 곳으로 가는데요, 이번에는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계호스님이 계신 북한산 진관사로 향했습니다. 

북한산 진관사는 작년 여름에 가족들과 왔었는데, 도심에서도 가깝고 규모가 크진 않지만 시원한 계곡도 있고 나름 운치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중공양 시간인 일요일 12:00~13:00 에 맞춰 오면 그 유명한 진관사의 사찰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죠.

2018년 5월 22일, 불기2562년 음력 4월 8일, 진관사가 있는 북한산 한옥마을 입구는 넘쳐나는 차량들로 아수라장입니다. 좁은 차도 한쪽은 이미 주차장이 된 지 오래입니다. 거의 30분을 기다려 진관사 아래 무료주차장에 차를 주차 합니다. 부처님 오신날, 어느 절이나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호박엿을 파는 각설이 부터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이동상인들로 양쪽 길가가 시끌벅적 합니다. 

연신내역과 구파발역에서 출발한 진관사 셔틀버스는 오늘 만큼은 쉴 새 없이 신도들을 실어 나릅니다. 부처님 오신날 진관사는 어느 놀이공원이나 유원지에서나 볼 법한 어마어마한 인파들이 오고 갑니다.    

이 문을 지나면 비로소 속세를 벗어나 해탈에 이른다는 '해탈문' 입니다. 

아미타불의 몸에 동전 한닢 시주 합니다.

해탈문을 지나 얼마지 않아서 긴 줄이 보입니다. 무슨 줄일까? 물어보니 대중공양 줄이라고 합니다. 줄이 끝도 없이 이어지니 한 보살님이 2시까지만 대중공양을 한다고 소리높여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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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진관사에 왔을때는 시간을 놓쳐 아쉽게 대중공양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만은 기필고 부처님이 주시는 진관사 절밥 한그릇 꼭 먹겠노라며 행렬의 꼬리에 붙었습니다.  

공양간 위에 있는 함월당 안과 밖은 진관사 절밥을 먹는 사람들로 분주 합니다. 

미나리,콩나물,무채를 넣은 비빔밥과 된장국이 오늘의 메뉴 입니다.  

진관사 신도님들이 오늘은 대중공양 자원봉사로 나섰습니다. 

부처님 오신날, 대중공양 3천인분 비빔밥 동 나 

아직까지 진관사 절밥을 먹기 위한 긴 행렬은 끝 없이 이어지는데, "밥이 떨어졌어요"라는 비보가 울려퍼집니다.  오로지 진관사 절밥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기다렸던 기다림의 시간이 절망으로 다가옵니다. 대중공양을 하기 위해 줄지어선 사람들도 저처럼 어쩔줄 몰라서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저러나 준비했던 3천분의 공양이 동이났다니 어쩔수 있나요? 별 수 없죠. 그런데 스님 한 분이 오시더니 "비빔밥은 이제 못 드리고 대신 쌀국수를 드실려면 계속 줄을 쓰세요"라고 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고작 쌀국수를 먹고 갈까, 고민이 됩니다. 쌀국수도 직접 삶아낸것이 아니라 즉석 쌀국수라고 합니다. 

이왕 지금까지 기다린터, 쌀국수 맛이라도 보자~

이렇게 조금을 더 기다려 진관사 채식 쌀국수를 받아들었습니다. 이 쌀국수도 스님들이 드실 수 있도록 '오신채'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오신채'라는것은 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음식으로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은 마늘, 파, 부추, 달래, 홍거를 이야기 합니다. '홍거'는 중국에서 나는 향이 강한 향신채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장장 40분을 기다려 받은 채식 쌀국수 입니다. 

'무' 오신채 

애호박이 들어간 깔끔한 육수에 쫄깃한 쌀국수 

국수 마니아인 꼬마

근사한 산채비빔밥은 먹지 못했지만, 따근한 채식 쌀국수 한그릇 으로 모든 중생이 지혜를 얻고 복을 짓고자 하는 부처님 오신날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공양을 마친 후, 법당으로 올라갑니다. 연꽃접기, 차 공양, 오방실 팔찌 묶어주기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둘러보고 팔찌도 하나 묶습니다. 그리고 떡꼬치, 식혜 도토리묵, 미나리전 같은 먹거리도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줄이 길어서 엄두가 안납니다. 

그리고 관불의식을 위해 대웅전으로 올라가는데 비가 마구 쏟아집니다. 비는 금방 그칠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관불의식은 패스~ 부처님께 겨우 절 만 올리고 발길을 돌립니다. 

부처님 오신날 진관사 절밥먹기는 오늘도 실패지만, 부처님의 자비로우신 은혜는 마음 한가득 담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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