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원의 미움이 만든 정릉, 주민들의 사랑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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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왕능, 정릉(태조비 신덕왕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사랑했던 신덕왕후가 모셔진 정릉, 지척에 있었음에도 정릉을 찾은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제가 알고 있던 정릉은 북한산 형제봉능선과 칼바위 능선 아래에 있는 동네, 국민대학교를 끼고 있는 동네, 그리고 친한 지인이 살았던 동네여서 자주 왔었던 곳이라 친숙한 동네입니다. 청수장과 정릉시장이 있고 한여름이면 북한산에서 흘러내린 정릉계곡이 볼만한 동네죠. 그런데 오랜시간 동안 정릉을 가고 지나치면서도 정릉의 유래가 된 '정릉'은 "어디에 있나" 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기대와는 완전히 딴 곳에서 '정릉'을 만났습니다. 북한산 자락 정릉동에서 내부순환도로를 건너 북악산 아래 성북동과 맞닿아 있는 곳에서 정릉을 찾았습니다. 여기가 정릉동이었나 의심할 정도로 성북동과 경계를 마주한 곳 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왕릉이 큰 길가에 출입문을 둔 데 반해 정릉은 입구부터 주택가 깊숙한 곳에 두었습니다. 이런 구석에 조선왕릉이 있다니 믿어 지지가 않을 정도 입니다. 

나중에 연휴를 알아보니 정릉에 모셔진 신덕왕후와 조선 3대 임금인 태종 이방원과의 권력 다툼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성계의 둘째 부인이었던 신덕왕후의 아들인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게 되면서 첫째 부인의 아들이었던 이방원과 갈등을 빚게 된 것입니다. 2차 왕자의 난을 통해 왕위에 오른 이방원은 정동 덕수궁 영국대사관 자리에 있었던 신덕왕후의 무덤을 지금의 정릉동으로 옮겨 버립니다. 그리고 정릉 100보 밖까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해 세도가들은 정릉의 숲을 베어내고 저택을 지었다고 합니다. 

비록 주택가 한 가운데 작은 공원처럼 변해 버린 왕릉이 됐지만, 엄숙한 능의 분위기 보다는 둘레로는 숲길과 냇물이 흐르고 넓다란 그늘을 만드는 아름드리 나무들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 더 친숙해 보이고 정겨워 보이기 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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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왕후가 모셔진 정릉은 조선 최초로 만들어진 왕릉입니다. 신덕왕후 강씨는 태조 이성계가 사랑했던 부인입니다. 태조와 신덕왕후가 만나게 된 일화는 유명합니다. 태조가 사냥하러 나갔다 목이 말라 우물에 갔는데 한 여인을 만납니다. 물을 달라고 하자 그 여인이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 줍니다. 이유를 묻자 갈증이 심해 급히 물을 마시다 체하지 않을까 해서 버들잎을 띄웠다는 여인의 심성에 반해 부인으로 맞았다고 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정릉이 마침 광복 제74주년 기념으로 무료 개방이내요, 평소같았으면 입장료 1,000원, 거주민들은 500원을 받습니다.  

입구로 들어서자 왼쪽으로 

    세계유산 조선왕릉

정릉은 신덕왕후의 능이 있는 엄숙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아래로 지나는 냇물과 숲길이 아름답기도 합니다. 쉼의 공간이자 사색의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이 길을 걸으며 이방원이 품었던 분노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원망의 마음을 훌훌 털어 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화창한 일요일 인데도 한가하고 평온해 보이는 정릉 입니다. 

능의 정면에 있는 정자각 입니다. 제관들이 제례를 지내는 곳 입니다.

정릉은 다른 왕후의 능과 달리 병풍석이나 난간석이 없으며 상석과 상석을 받치는 고석과 장명등, 망주석, 석양, 석호, 문인석, 석마 각 1쌍만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장명등은 고려 공민왕릉의 양식을 딴 것으로 조선시대 능역에서 가장 오래된 석물이라고 합니다. 

 졸졸졸 흐르는 냇물은 정릉 숲길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2.5km 50분이 걸리는 정릉 숲길입니다. 번잡한 서울에 이렇게 한적하고 개울이 흐르는 숲길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아름드리 붉은 소나무와 단풍나무 참나무등 활엽수 들이 어울려 경치가 아름다운 곳 입니다. 

동네 주민들에게는 만남의 장소이며 쉼이자 힐링의 장소 입니다. 이방원의 미움이 만든 정릉, 이제는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는 서울의 숲이 됐습니다. 가을이면 알록 달록 단풍과 함께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정릉,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왕릉 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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