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재를 걸으며 땅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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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국립공원 하늘재

오래전 영남 사람들이 상주까지는 낙동강을 따라 거침없이 올 수 있었지만,  상주를 지나고 문경에서 충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백두대간 고산준령에 가로막혀야 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물길이고 산길이고 어디에나 길은 있기 마련이죠. 이 높디높은 백두대간의 마루금 중에서도 말안장처럼 움푹하게 낮은 고개가 하나 있었는데, 다른 고개길에 비해 그 높이가 525m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고개를 넘어 지릅재와 닷돈재를 연달아 지나면 이윽고 충주호에서 한양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고개가 역사에 기록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라고 하는 '하늘재'입니다.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전설이 깃든 곳이라고 하니 길이 난 시기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가야 합니다. 신라 아달라왕 3년 156년에 북진을 위해 개척됐다고 문헌상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하늘재가 영남에서는 한양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수 많은 사람들이 하늘재를 넘었고 길목에 미륵사와 같은 절도 세워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간직했던 하늘재는 고려말 '문경새재'라고 부르는 '조령'이 개척되면서 고갯길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고 합니다.

미륵리에서 시작하는 하늘재 트래킹

하늘재는 문경 관음리와 충주 미륵리를 연결하는 3.5km의 고갯길 입니다. 미륵대원지를 지나 산길로 들어서면 계곡길 옆으로 차 한대는 지나갈 법한 완만하게 올려치는 길이 나옵니다. 걸어서 한시간이면 하늘재까지 도착해서 아이와 함께 걸어도 좋을것 같습니다. 하늘재에 오르면 전망대가 있어 포암산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그다지 시원한 조망은 없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늘재에서 문경방향으로 난 관음리로 가는 길은 버스가 다니는 포장도로여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왔던 길로 내려오는데 중간즈음 자연관찰로 표지판을 따라 오솔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아주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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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대원지 입구, 연못가에 서 있는 느티나무입니다. 지금처럼 낙엽이 떨어질 때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공사가 한장인 미륵불입니다. 미륵불의 모습은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2016년 8월의 공사가 한창인 미륵불입니다.

이 사진은 공사가 있기 한참 전에 찍었던 미륵대원지입니다. 원래는 석굴암처럼 석조여래입상위로 지붕이 있었다고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마의태자의 모습을 닮은 미륵부처는 북쪽으로 월악산 영봉 아래의 마애불을 바라 보고 있다고 합니다. 마애불은 누나 덕주공주를 닮았다고 합니다. 

월악산 영봉아래에 있는 마애불입니다. 역시 마애불은 남쪽으로 미륵불을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덕주공주를 닮았다는 마애불입니다. 턱에는 말벌통이 매달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미륵사지 귀부 입니다.

거북이 등에는 네모난 홈이 있어 비석이 올려져 있었다고 추측하는데, 발굴당시 주변에서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결 홀가분해진 등 위에는 동전만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탱화를 걸었던 당간지주라고 합니다. 

미륵사지를 벗어나 하늘재로 가는 길은 은행나무길 입니다. 지금 한창 그 황홀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때 입니다.

청정지역이라 떨어진 은행들도 깨끗해 보입니다. 이곳 문화해설사 분들도 많이 주워가라고 합니다. 

아주머니 몇 분이서 한움큼이나 은행을 주웠습니다. 

 

하늘재 길목의 역원이 있었던 미륵대원지 터 입니다.  역원은 말과 나그네들의 쉼터입니다. 

아스팔트를 따라 오분여 걷다 보면 커다랗게 '하늘재'라고 적힌 비석이 나오고 그 아래 좁은 길을 따라 내려 갑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늘재 트래킹이 시작됩니다. 

양 옆으로 수풀이 우거진 호젓한 길 입니다. 

곧 먼 길을 떠날 사위질빵의 씨앗들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그냥 이런 길이 계속 계속 이어집니다. 어쩌면 같은 길의 연속이라 단조롭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늘재'길은 아주 조금씩 경사를 올릴 뿐입니다. 천천히 걸어도 한시간이면 하늘재까지 도착합니다. 

 

 

땅을 보며 걷는 하늘재

바늘잎두개의 소나무 사이에 노란 신나무가 보입니다. 

신나무를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잎자루와 잎맥, 그 사이의 세맥들 사이사이로 난 경계가 마치 추수를 기다리는 다랭이 논 같기도 합니다. 

몇 걸음을 같을까요? 이곳은 배를 하얗게 내놓고 있는 굴참나무의 영역이 나왔습니다.  

저 멀리서 아주머니 몇 분이서 왁자지끌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 옵니다. 한 아주머니가 맨 배낭의 흉골 벨트가 거의 목에 닿을것 처럼 바짝 맨걸 보고 "난 니가 여기에 자살하러 왔는줄 알았다"라며 깔깔깔 웃습니다. 너무 높에 올려진 흉골벨트를 보니 그럴만도 합니다.  

층층나무는 대게 높고 넓게 자라는데, 이녀석은 특이하게 한번 돌려 자랐습니다. 

자기 몸을 뚫고 나온 때죽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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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노랑 주광색이 아름다운 생강나무잎입니다. 

참나무6형제 중에 떡갈나무 동네에 도착했습니다. 

떡갈나무와 신갈나무는 언듯 보면 비슷하지만 잎자루가 조금 다르고 잎뒷면의 색이 다릅니다. 

이 녀석이 신갈나무입니다. 

연아를 닮은 나무 입니다. 그래 보이나요?

숲속의 폭군, 층층나무입니다. 

45분만에 하늘재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하늘재는 백두대간을 지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백두대간 하늘재를 알리는 멋진 비석도 있습니다.

바로 옆에 보이는 산이 포암산이고 아래로는 문경시내가 보인다는데 그다지 잘 보이진 않습니다. 하늘은 잘 보입니다. 그래서 하늘재 인가 봅니다.

하늘재 등산코스 

하늘재에서 포암산 방향으로 오르면 마골치를 지나 만수봉삼거리에서 만수계곡으로 내려가는 등산코스와 부봉에서 마패봉을 올랐다 사문리로 내려가는 등산코스가 있습니다.  

마패봉 코스보다는 만수봉 코스가 좀 더 쉽다고 합니다. 

하늘재에서 점촌 터미널까지 노선 버스가 다닙니다. 

하늘재 하산하는 길

왔던길을 그대로 내려 갑니다. 단조로운 길을 두번에 걸쳐 가게되네요. 가을은 모든것을 내려놓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하늘보다, 나무보다는 땅에 더 볼게 많습니다. 여긴 온갖 나무들이 다 섞여 있습니다. 신갈이며 굴참이며 기다란 버드나무까지...

새빨간 당단풍의 자태가 땅위에서 비로소 발현됩니다. 

크산토필의 색소가 발현하고 있는 생강나무입니다.

바늘침난 녀석들은 졸참나무겠죠? 때깔이 좋은걸 보니 방금 착륙했나 봅니다. 

사람들에게 밟혀가며 또는 스스로 분해되어 가며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나뭇잎의 한해살이 입니다.

하늘재는 참나무과의 우점지역인것 같습니다. 바싹 마른 잎을 밟는 느낌이 푹신합니다.

반쯤 드러난 소나무 뿌리가 애처로운지 가늘디 가는 바늘잎들이 헐벗은 뿌리위로 내려왔습니다. 

새까만 잎들은 누군가요? 좀 체 숲에선 안보이던 녀석들인데 신기합니다.

긴 잎자루에 세모잎이 특징인데...어디에서 왔을가요? 주위를 한참이나 살폈습니다.

마침내 몇십미터나 떨어진 높은 곳에서 이 나뭇잎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바람이 부니 긴 잎자루 덕분에 파르르 소리를 내며 떨고 있는  사시나무였습니다. 

선명한 잎맥이 나란히 뻗어 있는 층층나무입니다. 층층나무는 초록잎이 그대로 땅에 떨어지는걸 보니 단풍이 들지 않는가 봅니다. 

한사람 정도 걷기 좋은 자연관찰로가 나옵니다. 곳곳에 생태 표지판이 있어 공부도 되고 좋을것 같습니다. 

참나무 6형제에 대해서도 다시 눈에 익힙니다.  

유리로 만들어진 토양의 단층입니다. 

흙은 어머니의 품 속입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관찰로가 끝나갈 즈음 인공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청정 계곡이 나타납니다. 

계곡을 지나는 나무데크에는 아래에 어떤 풀들이 자라는지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덥혀 있습니다. 

자연관찰로는 다시 하늘재와 만나며 미륵대원지로 이어집니다. 

자연관찰로 에서 주차장까지는 0.9km입니다. 

다시 바닥의 흔적을 찾으며 단조로운 하늘재를 걷습니다. 

왕복 1시간15분, 가도 그만 가지 않아도 그만이라 생각한 하늘재 트래킹입니다. 특별히 장점이 많은 길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자연관찰로는 좋더군요.  

 

 

 

월악산 가볼만한 곳

럭셔리글램핑은 닷돈재캠핑장에서

만수계곡, 이기적인 단풍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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