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로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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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로드킬 당하다...

어제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장장 10시간의 추석 귀경을 했습니다. 최근 설치한 T맵 네비의 추천 경로를 따라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서부산에서 장유와 진영을 지나 창원 시내로 가고 있을 때 였습니다. 

사건은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전봇대 없이 반듯하게 잘 닦여 있는 창원시내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차도에 이상한 동물이 누워 있습니다. 깜짝 놀라 차선을 바꾸고 지나가는데 그 모습이 족제비 치고는 뚱뚱하고 너구리 치고는 길쭉한 처음보는 짐승입니다. 그런데 머릿속으로 혹시 '수달'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라니나 너구리의 로드킬은 간혹 보지만 수달은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궁금한건 못 참는법, 다시 차를 돌려 그 자리로 가 봅니다. 역시 제 생각대로 수달이더군요. 

야촌사거리에서 영어로 'DENSO'라고 적힌 공장건물 방향 100미터 지점의 2차로에 머리를 타격 당한 듯 붉은 피가 앞쪽으로 2미터 정도 비산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통행이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차들이 다니기 때문에 수달을 치우기로 합니다. 꼬리를 잡으니 거의 한 줌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무게와 크기가 상당합니다. 한 손으로 들기가 버거울 정도로 6kg는 되는 듯 하며 길이는 거의 1미터20센티는 되어 보입니다. 

수달의 꼬리를 번쩍 들어 올리니 짧은 팔 다리가 힘 없이 흔들리며 아래로 축 늘어 집니다. 사후 경직이나 수달의 모습을 보니 사고를 당한지 몇 시간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로 옆 하천 풀밭에 수달을 고이 눕혀 놓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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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이 왜 죽었을까?

그리고 다음날, "왜 공장 가득한 도심 차도에 수달이 죽어 있을까?" 라는 의문으로 지도를 검색 해 봅니다. 그랬더니 수달이 죽었던 차도 바로 옆으로 '남천'이라는 하천이 지나가더군요.   

불모산에서 발원한 남천은 창원 국가산업단지를 지나는 하천이라고 합니다. 얼마전 까지 산업화와 계획도시화로 원래의 모습이 훼손되어 수질이 악화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창원시의 '도심하천 살리기'사업의 결과로 깨끗한 물이 흐르고 다양한 동.식물이 공생하는 건강한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되살아 나고 천연기념물인 수달까지 찾아오는 생태공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야 수달이 죽은 퍼즐들이 하나씩 맞춰집니다. 먹이 활동을 위해 남천으로 이동하다가 로드킬을 당한거죠.

 

천연기념물 수달

수달은 천연기념물 330호 이기 때문에 문화재와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체는 문화재 규정에 의해 처리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관할 행정부서의 문화재 담당자에게 연락하던지 야생동물보호 지정병원에 연락해서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사체를 처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창원시청에 전화 하니 추석연휴여서 당직실 김**씨가 전화를 받습니다. 이래저래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현장에 나가서 확인해 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후 정확한 장소를 알려달라는 전화가 재차 오면서 담당자가 현장을 찾아가는것 같더군요. 사체를 찾았는지는 연락은 없지만, 명절연휴임에도 창원시의 대처는 빨리 이뤄지는듯 합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부른 수달의 죽음   

오염됐던 남천이 물고기와 다양한 동식물이 찾아오는 도심속 생태하천으로 거듭나자 수달이 찾아오고 또 수달이 로드킬 당하는 과정들을 생각해 보니, 생태하천이라는 것이 마냥 좋은것 같지는 않습니다.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자연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생각들이 수달을 죽인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창원시청 공뭔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앞으로 남천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수달같은 동물들이 더 이상 로드킬을 당하지 않게 서식지와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생태통로나 휀스 등을 설치하는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왼쪽의 산업단지와 오른쪽 생태하천인 남천 사이의 왕복 6차선 도로, 수달은 이 길을 건너가며 먹이활동을 했나 봅니다. 

하천변에 수달을 눕혀 놓고 자리를 떠나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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