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그 느낌 아니깐 ~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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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 함께한 굴업도 백패킹 (2013년10월27~28일)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아니면 못 갈지도 모른다는 복잡한 생각들이 맴돌았다. 무엇이던 결행이 중요한법! 

아내에겐 이미 몇 주전 단단히 통보를 한 터였다.

아내는 내가 몇 달간 콧바람을 못 쐬여 몸이 근질근질한 정도로 여긴것 같은 눈치다. 

최근 굴업도로 들어가는 주말 배편은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사람들도 많다.

사람으로 인한 번잡과 배편의 번거로움때문에 월요일 휴가를 내고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 굴업도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아침9시 인천여객터미널을 출발한 쾌속선은 한시간 십분여를 달려 덕적도 진리선착장에 도착한다.

덕적도에서 굴업도로 들어가는 나래호의 출발시간은 11시20분,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선착장을 나오면서 할머니에게 산 고동을 마트앞 테이블에 앉아 이수시개로 빼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이다. 하늘은 맑고 파랬다. 바람은 가볍게 불었고 바다는 잠잠했다.

곧 나는 가족과 함께 상상의 섬, 굴업도로 가게 될 것이다. 2년전 돌김과 방풍나물, 갓 따온 고사리가 경치만큼이나 입맛을 돋구웠던 오월의 기억, 그 느낌 아니깐~ 

20131027/굴업도

 

인천에서 덕적도로 가는 쾌속선의 조타실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방향키도 없는것이 흡사 비행기 조종실을 보는것 같았다.

얼마전 덕적도 비조봉 산행, 완만한 경사로 능선을 굽이굽이 올랐다.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 올라서니 눈앞은 온통 뿌연 안개뿐이었다. 오늘은 티끌 만큼의 구름조차도 없다.

얼마지 않아 굴업도로 가는 나래호를 올랐다. 배타는것을 즐긴다거나 무한 시간의 소유자라면 상관없지만 굴업도는 홀수날 들어가서 짝수날 나오는것이 좋다. 홀수날은 여러섬을 경유하지 않아서 시간이 더 빨라진다.

굴업도로 가는 나래호는 일반 여객선이기 때문에 선상에서 바람을 맞고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배타는 맛이 제대로다.

굴업도가 가까워 지자. 주변 섬들 앞으로 기괴한 모습의 암초들이 늘어서 있다.

선단여가 보이면 곧 굴업도에 도착한다. 남매인줄도 모르고 서로 사랑하게된 슬픈 전설이 담겨 있는 바위이다.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대형 박배낭을 짊어진 백패커들이 나래호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상했다 이 시간이면 어제 굴업도로 들어갔던 엄청난 인원의 백퍼커들이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한 사람도 없다.

나중에 물어보니 어제는 파도가 심해 배가 뜨질 못햇다고 한다.  

 

장할머니트럭과 전이장님트럭이 선착장에서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일부는 걸어서 가기도 한다. 휘파람 불며 가다보면 30분이면 마을까지 올 수 있다.

우리는 장할머니집에 점심을 예약했다.

달래와 바지락을 넣은 된장국과 직접 잡아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구운 학꽁치가 입맛을 돋구웠다.

굴업도 해수욕장을 지나 개머리 언덕으로 등짐여행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드넓게 펼쳐진 깨끗한 바다와 모래사장, 그 앞으로 보이는 도깨비 뿔같은 바위, 누구는 왕관모양, 나는 도깨비 뿔모양... 보는 사람마다 생각이 달랐다.  

 

 

cj측에서 쳐 놓은 철조망과 굳게 잠긴 철문, 개머리 언덕은 철문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철벽을 쌓아도 갈 사람은 갈거다.  

개머리 언덕의 수크렁이 씨앗을 다 털어내자 억새가 꽃을 피기 시작한다.

거친 바위와 곰솔 숲을 가파르게 십분쯤 오르면 조망이 탁 트이는 풀밭 능선이 펼쳐진다.

여기서 환호성이 터진다. 그러나 감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완만한 억새 능선을 지나면 다시 한번의 오름짓을 해야 한다. 개머리 언덕 크럭스다.

멀리 보이는 소사나무군락만 넘으면 신천지가 펼쳐진다.  

은색 억새꽃이 파도소리와 바람에 맞춰 넘실 넘실 춤을 춘다. 영남알프스의 억새가 부러우랴.

 

 

굴업도는 척박한 곳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개간해 땅콩을 심었다. 땅콩을 심던 사람들이 섬을 떠나자 사슴을 키웠다. 지금은 등짐여행자들이 사슴을 몰아내고 주인이 되고 있다.  

구불구불 높이 자라지 못한 소사나무군락을 지나면 곧 신세계가 나온다.

결초보은의 전설이 있는 '수크령'이라는 벼과 식물이다.  

이미 개머리 언덕과 절벽위쪽으로 발빠른 등짐여행자들의 하루살이 집이 만들어 져 있다.

개머리 언덕이 내려다 보이는 풀밭에 텐트와 타프를 치고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이래봤자 햇반과 집에서 싸온 반찬 몇개가 전부이다.

해가 힘을 잃어 갈 즈음 등짐여행자들이 자신보다 더 큰 배낭을 지고 개머리 언덕쪽으로 내려 가고 있다.

파란 하늘에 빨간 텐트, 노란색 타프, 의도치 않은 강렬한 색의 삼원색이다.  

해는 점점 그 힘을 잃어 가며 바다로 바다로 ...

오늘 우리가 하루살이할 집, 인테그랄 MK4와 실타프3.

 

젓가락으로 씨에라컵을 두드리니 무슨 악기같은 소리가 난다. 땡~땡~땡~ 꼬마는 신이나서 한동안 주위를 돌며 연주를 한다.

구입한지 10년도 훌쩍 넘은 에버뉴 코펠, 오늘 첫 개시했다. 일단 가볍다.

올해 백패커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순수 국내 기술의 백패킹 체어 '헬리녹스 체어원' 꼬마의 전용 의자가 됐다.

 

이렇게 해는 지고 밤은 어둑어둑 깊어 간다. 개머리 언덕에서 간간히 들리는 웃음 소리 마저도 고맙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적막감인가?  진공의 상태가 이럴까 싶다.

 

굴업도 두번째 글 보기

굴업도, 그 느낌 아니까~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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