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개는 동반자 낡은 승합차에 커다란 골든리트리버가 목을 내밀고 밖을 쳐다보고 있다. 그 턱밑에는 말티즈도 함께 했다. 가까이 가니 딱히 좋은 척도 싫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냥 관심 없는듯 했다. 털은 엉겨붙었고 코는 건조했다. 아래 말티즈는 더 더러웠다. 차 안에도 세마리의 강아지들이 더 있었는데 더럽긴 매한가지였다. 차 내부는 평평하게 만들어 개들이 누워 있고 개밥그릇 까지 있다. 사람이 타는 자동차는 아닌것 같다. 그냥 움직이는 개집이다. 그녀석들의 시선이 닿은 곳은 맞은편 동물병원, 얼마지 않아 개털이 잔뜩 엉겨붙은 츄리닝 차림의 아저씨가 나왔다. 쉰은 넘었을 법한 남루한 모습인데 그의 양 팔에는 붕대를 감은 강아지가 누워 있다. 목을 빼고 있던 골든리트리버와 말티스는 그때서야 생기가 돌았다..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7. 7. 14:32
고마워, 청설모 칙칙한 회색털에 쥐처럼 생긴 머리, 그다지 호감가는 외형은 아니다. 또한 잣나무나 호두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퇴치해야 할 짐승이다. 게다가 귀여운 다람쥐까지 잡아 먹는다고 한다. 이쯤되면 흉측함,유해함,포악함의 3종세트를 두루 갖춘 시궁창쥐와 동급이다. 어쩌다 청설모가 이런 이미지의 짐승이 됐을까? 원래 청설모는 외래종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푸른쥐라는 '청서'로 불렸다. 청서의 꼬리털은 조선시대부터 붓을 만들던 좋은 재료였다. 청서의 털인 '청서모'가 현재의 청설모로 불려졌다. 시대가 변해 붓은 펜으로 바뀌고 자연스럽게 청설모의 꼬리털은 인간에게 불필요하게 됐다. 또한 환경훼손으로 맹금류와 여우 같은 상위포식자들이 사라지자 청설모의 개체수는 증가했다. 그 가운데 인간에게 증오의 대상이..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6. 23. 21:22
'동물복지'라는 말이 있다. 식용으로 기르는 가축에게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편안하고 건강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건강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길러진 가축과 더럽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으며 길러진 가축 가운데 어떤 가축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를 바라는가? 소도 실려가고, 돼지도 실려가는 도로, 오늘은 닭장차가 지나간다. 다리도 채 펴지 못할 정도로 낮은 철창, 몇마리가 있는지도 모를만큼 쑤셔넣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어디로 가는지는 말 안해도 짐작되어진다. 아무리 사람이 먹을 목적으로 길러진 동물이라지만, 죽음 앞에서는 왠지 숙연해 지는법이다. 이 닭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길러 졌는지 알수 없지만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동물이라도 이렇게 마지막 가는 길이 불편하고 고통스럽다면 '동물복지'라고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5. 14. 22:21
서울 찾아온 제비 가족들... 음력,3월3일을 삼월 삼짓날이라 하고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와 지붕아래에 집을 짓는시기로 본격적인 봄을 알리는 명절이다. 그런데 삼짓날을 십여일이나 앞둔 지난 8일, 서울에 제비가 돌아왔다. 서울 한 가운데, 동에서 서로 흘러가는 한강 난지지구에서 만난 검정 연미복 신사들을 카메라에 포착했다. 서울에 제비가 있긴한가? 다른 새들과 날개짓 부터가 다른데, 어릴땐 참새보다 더 흔하게 보던 녀석들, 전깃줄에 앉아 지지배배 하며 조잘대던 녀석들인데 내가 왜 모를까? 의심의 눈초리로 계속 봤지만 역시나 제비였다. 그것도 한두마리가 아닌 스무마리쯤 되는 무리들이었다. 서울에, 그것도 한강에 제비가 있었나? 시골스런 동네나 가야 겨우 볼 수 있었던 녀석인데 여기서 만나다니 뜻밖이었다. 겨..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4. 10. 21:51
차 밑의 고양이 절에서 고양이는 처음봤다. 대부분 개를 많이 키우는것 같았다. 고양이에 비해 잡식인 개가 키우기 쉬웠을거다. 육식동물인 고양이가 흔한 생선 한 조각 얻어 먹질 못하니 절에서는 영 힘빠질 듯 하다. 아마도 절 부근에 사는 길고양이가 아닐까? 조계사 경내를 어슬렁 어슬렁 자기집 마당 돌아다니듯 순찰하듯 다닌다. 역시나 차를 좋아하는 고양이들 Cat under the car... 20150407/조계사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4. 8. 10:32
로드킬 길에서 죽음을 맞이한 너구리, 채 수습도 되지 못하고 길가에 무덤을 만들었다. 검게 빛나던 눈망울은 깊이를 모르는 우물처럼 깊고 윤기나던 콧잔등은 버려진 가죽지갑처럼 뒤틀리고 호기롭게 고기를 바르던 어금니는 박제된 표본처럼 새하얗구나. 로드킬, 한해 30만 마리의 야생동물들이 도로에서 숨지고 있다. 야생동물의 활동이 활발한 밤11시부터 새벽3시까지는 야생동물주의 표시판이 붙어 있는 도로에는 속도를 늦추자. 로드킬 신고는 지역번호*120/128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3. 29. 15:24
축령산 된비알을 정신없이 오르고 있을때, 잠시 쉬어가자며 앉았던 바위틈 속, 동물원에서나 본 듯한 너구리스러운 짐승, 겨울잠에 한참 빠져 있는지 인기척에도 미동이 없다. 오~산을 꽤나 올랐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경이롭고 조심스러웠다. 너구리의 뾰족한 송곳니가 머릿속에 떠 올랐지만 용기를 냈다. 찰칵 찰칵 채찍같은 셔터음이 계속 이어졌지만 너구리는 미동도 없다. 20090210/축령산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3. 15. 21:43
1998년이었던것 같다. 필리핀 마닐라, 왕복 6차선은 될법한 넓은 차도, 그 가운데 중앙선 역할을 하는 화단이 있었다. 화단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있는 새끼고양이들, 깜짝 놀라서 쳐다본 나의 시선에 화들짝 놀란 모습이 요녀석과 똑같다. 20090903/낙산사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3. 3. 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