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뀌라고 들어보셨나요? 며칠전입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길을 내려가고 있었는데요. 무언가 내 뒤에서 도로롱 도로롱 하고 따라 오고 있었어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보니 그 무엇인가가 도로롱 도로롱 하면서 여전히 따라 오고 있더군요. 그런데 한 두개가 아니었네요. 턱~ 도로롱, 턱~도로롱, 하나가 나를 따라오다 지치면 바통을 이어받은 다른 녀석이 턱~ 도로롱 하며 나를 계속 따라 오는 것이었습니다. 많을 때는 한꺼번에 얼추 너댓 녀석이 나를 따라 내려 옵니다. 나를 따라오던 녀석들의 정체는 바로 '도토리' 였는데요. 상수리,굴참,신갈,떡갈,갈참,졸참 같은 참나무에서 길가로 턱~하고 떨어뜨린 동글동글 도토리 들이 도로롱 도로롱하며 저를 따라 오는 것이었어요. 혼자 내려가는 하산길이 도토리들 때문에 심..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9. 24. 10:50
정구지꽃, 부추꽃 부추꽃, 왠지 백합꽃이랑 비슷하게 보이죠? 백합과 식물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부추꽃은 백합꽃보다는 아주 작아서 눈여겨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이시기가 부추꽃이 피고 씨앗이 생기는 때 입니다. 부추는 한번만 씨를 뿌리면 이듬해부터는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 계속 자라는 다년생 초본입니다. 별다른 품없이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뜯어 먹을 수 있는 고마운 채소죠. 저는 부추 한 움큼 넣고 묽은 밀가루 반죽 살짝 부어서 지져먹는 정구지찌짐의 고소한 기름냄새와 상큼한 정구지향이 가끔 생각납니다. 부산이 고향이 우리 동네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최고중의 최고는 부추 송송 썰어 넣은 재첩국이죠, 어릴적 낙동강에서 직접 잡은 뽀안 재첩국에 밭에서 갖 뽑은 도톰한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9. 17. 06:00
서울로 상경한 계요등 서울에서 계요등을 만났습니다. 중부이남에서 주로 사는 녀석인데 멀리까지도 올라왔네요. 둥근 통꽃의 흰색꽃 안쪽에 자주색이 특징입니다. 꽃이 희고 작아서 벌이나 나비의 눈에 잘 보이지 않을까봐 가운데 진한 자주색으로 붉을 밝히고 있습니다. 계요등이라는 이름은 '닭오줌냄새가 나는 등나무'라는 뜻입니다. 잎이나 줄기를 비비면 지릿한 구린내가 난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줌냄새가 나는 풀들이 몇 있지요, 쥐오줌풀, 노루오줌풀같이 말입니다. 그런데 계요등도 앙증맞은 꽃에서는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분, 즉 꽃가루받이를 위해 찾아 오는 곤충에게는 불쾌한 냄새를 풍기면 안되거든요. 계요등의 생존전략입니다. 이명으로는 구렁내덩굴이라는 이름도 있답니다. 그리고 혼자서는 서지 못해서 다른..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9. 7. 06:00
둥근잎꿩의 비름 주왕산 산행을 마치고 거의 마지막 하산 지점에 조그만 인공정원이 보인다. 주왕산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을 심어 놓았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시기가 맞지 않아서 제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드물다. 그런데 이제 막 잎사귀를 빨갛게 불히며 꽃대를 올리고 있는 녀석이 눈에 띈다. 이름표도 없는 녀석인데도 갑자기 이름이 번쩍 떠 올랐다. '둥근잎꿩의비름'이란 놈이다 이곳, 주왕산에 와야만 볼 수 있다는 귀하신 몸이다. 실물을 보다니 감격이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나서는 "일주일만 더 뒤에 왔다면 활짝핀 꽃도 볼 수 있었을걸"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둥근잎꿩의비름은 돌나물과로 여러해살이 풀이다. 한국특산종으로 경북 청송 주왕산의 그늘진 계곡 바위틈에 자란다. 대한민국 멸종위기 2급 식물이다..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9. 2. 00:00
벼꽃, 본 적 있으세요?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많이 차졌다. 얼마전 까지 발로 밀어 내던 이불도 요즘은 목까지 한껏 끌어 올린다. 본격 가을이다. 어제는 산행을 위해 도착한 들머리 부근에서 낭창낭창 파릇파릇하게 익어가는 벼들이 보였는데요. 그런데 하얀 가루가 묻어 있는것 같기도 하고 작은 벌레가 잔뜩 붙어 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뭘까 유심히 보니 바로 꽃이더군요. 저는 지금까지 벼꽃을 처음 봤답니다.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내가 매일 먹는 밥, 쌀이 어떻게 자라는지 관심도 없었던거죠. 변명을 하자면 도정되어 포장된 '쌀'이외의 과정이나 모습은 알 필요도 없었고 관심밖의 일이었던거죠 지금이 논에는 한창 벼가 꽃을 피우는 시기라고 하네요 다른 식물의 꽃처럼 울긋불긋 눈에 띄는 색이 아니..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8. 30. 10:32
야생화 찾아 떠나는 선자령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만났던 여름 야생화 푸릇푸릇한 초록들 가운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봄 꽃 보다 더 진하게 빨강으로 노랑으로 때론 하얗게 꽃대를 한껏 올렸다. 야생화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똑똑하다. 이렇게 양들이 다니는 초원에는 한 녀석도 볼 수가 없다. 풀숲에서 또는 비탈에서 키 작은 관목들 사이마다 반짝반짝 색깔을 뽐내고 있다. 물과 빛 그리고 흙으로 저리도 이쁜 색깔을 만들 수 있는 궁금하고 궁금하다. 양떼들이 다니는 초지에 바람이 분다. 잎이 도로롱 말려 난다고 해서 '말나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술에 붙은 꽃밥만 봐도 배가 부르구나 동자꽃에 얽힌 애틋한 이야기 어느 암자에 동자승과 스님이 있었는데 겨울이 오자 스님은 어린 동자승을 암자에 두고 겨울 채..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7. 27. 13:54
운악산 쓸쓸한 나무 오늘 경기 5악 중에 하나인 운악산을 올랐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데 일주문-현등사-절골-동봉-동봉-미륵바위-눈썹바위-일주문으로 원점회귀 코스를 택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보통의 경로와는 정반대로 오르게 됐다. 후텁지근한 날씨로 땀은 쉴새없이 흘러 내린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호기롭게 덥어썼던 버프(멀티스카프)는 몇걸음 가지 못해 벗어버렸다. 그 다음은 모자마저 던져 버렸다. 머리에서 용암이 끓어 오르는 듯 어질어질 하다. 문득, "아 이거 탈수증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던 발길을 돌려 현등사로 향한다. 108계단을 겨우 겨우 올라 공양간으로 가 문을 두드리니 인기척이 없다.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니 뒷쪽 관음전에서 한 보살님이 대답을 하신다. 이래저래 해서 소금을 좀 얻고자 한..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7. 10. 23:57
인간과 개는 동반자 낡은 승합차에 커다란 골든리트리버가 목을 내밀고 밖을 쳐다보고 있다. 그 턱밑에는 말티즈도 함께 했다. 가까이 가니 딱히 좋은 척도 싫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냥 관심 없는듯 했다. 털은 엉겨붙었고 코는 건조했다. 아래 말티즈는 더 더러웠다. 차 안에도 세마리의 강아지들이 더 있었는데 더럽긴 매한가지였다. 차 내부는 평평하게 만들어 개들이 누워 있고 개밥그릇 까지 있다. 사람이 타는 자동차는 아닌것 같다. 그냥 움직이는 개집이다. 그녀석들의 시선이 닿은 곳은 맞은편 동물병원, 얼마지 않아 개털이 잔뜩 엉겨붙은 츄리닝 차림의 아저씨가 나왔다. 쉰은 넘었을 법한 남루한 모습인데 그의 양 팔에는 붕대를 감은 강아지가 누워 있다. 목을 빼고 있던 골든리트리버와 말티스는 그때서야 생기가 돌았다..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7. 7.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