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 들어보셨나요? 요즘 동네 길가 구석에 까만 콩알이 주렁주렁 열린 풀들이 지천입니다. 열매의 모양의 까만 중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까마중'이라고 불리는 한해살이 풀인데요, 아스팔트가 뒤 덮인 도심 속 조금의 흙이라도 있다치면 어김없이 튼튼한 줄기를 세우고 사방으로 가지를 뻗었습니다. 엊그제는 앙증맞은 하얀 꽃을 피우더니 오늘은 초록의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달렸습니다. 그리고 골목을 한바퀴 돌아 양지바른 곳에는 이미 까마중이 먹음직 스럽게 익어 있기도 합니다. 어릴적 들이며 산이며 쏘다닐 때, 한 알 씩 따 먹었던 까마중, 작은 방울토마토 마냥 과즙과 부드러운 씨가 달큰하게 입 속에서 터집니다. 워낙에 작은 까닭에 먹어봤자 배도 부르지 않기에 호기심으로 또는 장난삼아 한알씩 따 먹었죠. 어린잎은 삶..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8. 10. 22. 17:08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산에서 농사를 지으시고 계신 지인분이 카톡으로 올려 주신 꽃 사진 입니다. 메꽃 같기도 하고 나팔꽃 같기도 한데 뭔가 조금 다른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평생 한번 보기 힘들다는 '고구마 꽃'이라고 합니다. 올 여름 유난히 더웠던 이상고온으로 남부도 아닌 중북부지역인 일산에 고구마가 꽃이 폈다며 반가워서 꽃이 핀 줄기를 잘라 화분에 옮겨 심었다고 합니다. 이상기후 덕분에 저 먼 아랫나라의 식물들이 자라고 꽃을 피우는 이상한 시절 입니다. 고구마는 하루에 12 이하로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꽃이피는 단일식물입니다. 단일식물에는 콩,벼,옥수수,깨,목화같은 식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이 고구마 꽃은 고구마 밭에서도 유독 햇볕을 받는 시간이 적은 그늘진 땅에서 꽃이 피었다고..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8. 9. 17. 10:41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 선정된 덕고개 당숲 경기도 군포, 갈치호수에서 수리산으로 넘어가는 나즈막한 언덕길, 이 길을 옛날에는 덕고개라고 불렀나 봅니다. 덕고개 중간즈음 가면 꽤 오래된 숲이 나오는데, 이 숲이 '덕고개 당숲'으로 군포8경중 4경에 속한다고 합니다. 왜 덕고개일까? 하는 궁금증에 네이버 백과사전을 펼쳐 봅니다. 크고 중요한 곳에 '덕(德)'자를 붙여 불렀다고 합니다. 덕고개는 높지 않지만 중요한 길이 었나 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천연두에 죽은 시체를 덕대(들것)에 얹어 이 고개에 갖다 놓았다는데서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당숲 가둔데 떡 하고 서 있는 굴참나무 입니다. 굴참나무는 황벽나무, 개살구나무와 함께 3대 코르크 나무 중 하나로 코르크층이 두껍습니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는 굴피집의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8. 7. 17. 16:27
비밀의 숲, 서울대수목원에서 숲치유 체험하기 몇 년전, 찜통 더위 속에 관악산에 갔었던 적이 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남쪽 경기도 안양으로 이어지는 관악산과 삼성산, 그 사이를 지나는 나즈막한 무너미고개를 넘어갑니다. 어디선가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면서 "서울에도 이렇게 좋은 계곡이 있었구나"라는 감탄이 나올 만큼 훌륭한 계곡을 만났습니다. 이 계곡이 삼성산에서 발원해 안양천, 한강, 서해로 이어지는 삼성천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계곡을 따라 안양 방면으로 얼마간 내려 가다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납니다. '일반인 출입금지' 팻말과 함께 '서울대학교 수목원'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더 이상의 전진은 불가 했고 우회로를 따라 돌아 내려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갈 수 없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왠..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8. 7. 6. 20:57
한 주 전 까지만 해도 노오란 송홧가루가 바람을 타고 하늘을 뒤덮더니 며칠 비가 온 뒤, 울그락 붉그락 귀여운 애기 솔방울이 태어났습니다. 소나무는 한 나무에서 수꽃과 암꽃이 같이 피는 나무입니다. 암꽃은 가지끝에 피고 수꽃은 그 아래에 졸졸이 피죠, 그리고 암 수꽃이 피우는 시기도 달리해서 자가수정을 하지 않으려는 전략을 쓴답니다. 분홍색 소나무 암꽃이 꽃가루 받이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콩알만큼 작은 애기 솔방울은 올해와 내년을 보내고 3년째인 내후년에는 쏠씨를 품은 어른 솔방울이 된답니다. 보통의 나무들이 봄이나 여름에 꽃을 피워 가을이면 열매가 익는데 비해 소나무는 열매가 크는데 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답니다. 그래서 소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크기가 다른 솔방울들을 찾아 볼 수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8. 5. 18. 15:03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차로 30~40분이 넘게 걸리는 먼 곳으로 중학교를 다니게 됐습니다. 한 반 64명 가운데 5명 만이 이 먼 학교로 배정 받은거였습니다. 뺑뺑이 였는지 뭔지 선정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회수권 두 장으로 낯 선 곳에서 낯 선 친구들과의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까까머리의 기억들 난 생 처음 머리를 빡빡 밀고 유년시절을 보낸 동네를 벗어나 면서 많은 기억들이 생겼습니다. 학교에서 30분 거리에 있었던 구포장은 5일장인데 장날이 되면 친구들과 자주 구경가던 곳 이기도 했습니다. 만병통치약을 팔던 약장수며, 뱀장수, 차력쇼, 초강력 회충약 한알에 똥꼬에서 회충들이 우루루 빠져나오기도 하고, 강아지와 고양이, 토끼며 닭과 오리같은 가축들도 산 채로, 또는 현장에서 잡아서 팔던 장 날 구경 재미가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8. 5. 15. 21:00
황여새 떼죽음 오늘 아침 출근길에 있었던 일 입니다. 망원역 부근을 지나가는데 앞에 가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길을 피해 가더군요. 뭔가 있길래 그러나 보니 길바닥에 새들이 우루루 죽어 널부러져 있습니다. 손바닥 만한 처음 보는 새 종류인데, 한 두 마리가 아니라 10마리가 죽어 있습니다. 몇몇은 입에 피를 흘리고 죽어 있고요. 처음에는 누가 약을 놓았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고양이가 물어다 놨다 생각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여서 얼른 비닐봉투를 구해와 새들을 한마리 한마리 주워 담았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 출근해서 생각하니 사인이 궁금해 지더군요. 동물보호단체로 연락을 할까 조류보호단체로 연락을 할까 검색을 하다 '한국조류보호협회'라는 사이트가 있길래 전화를 걸었습니다. 주소지가 서울 용..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8. 4. 6. 17:49
매년 이맘때면 복수초, 바람꽃, 노루귀 같은 겨울을 깨우는 봄꽃들을 찾아 떠나곤 합니다. 작년에는 풍도로 갔었고 올해는 수도권의 야생화 보고인 천마산으로 갔습니다. 천마산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야생화의 보물창고 같은 산 입니다. 해마다 야생화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 들어 안타깝지만 여전히 3월 둘째주가 되면 봄 꽃을 찾는 탐방객들이 천마산 팔현계곡을 찾습니다. 천마산 등산로 가운데 야생화를 볼 수 있는 등산로는 팔현계곡 주변입니다. 팔현계곡은 교통이 불편하고 주차시설도 없어서 평소에는 등산객 자체가 없는 곳 이기도 합니다. 늦추위가 기승을 부린 탓에 2018년 봄은 야생화가 열흘정도 늦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3월중순이 천마산 야생화 적기였지만, 올해는 3월 31일에 천마산을 올랐습니다. 오남저수지..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8. 3. 31.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