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입동이 지나고 첫 주말, ymca 등대생협 전통 장담그기 행사를 했습니다. 장을 담그는 첫 번째 과정인 메주쑤기를 위해 생협에 제철꾸러미를 공급하는 지역농부님의 댁이 있는 양평으로 갔습니다.
이날 서울의 기온은 영하10도, 그런데 산으로 둘러쌓인 양평 양서면은 영하15도까지 내려가는 매서운 날씨 입니다. 나중에 들으니 오늘같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건조한 날이 메주쑤기에는 가장 좋은 날이라고 하네요.
몸에 밴 늦장 탓에 30분이 훌쩍 늦게 양평에 도착하니 메주콩은 가마솥에서 푹 익혀지고 회원분들이 분쇄기에 떠 넣어 적당히 으깨고 있습니다. 김이 폴폴 나는 가마솥에서 막 퍼 낸 메주콩의 구수한 향이 정겹고 좋습니다.
으깬 메주콩은 실내로 가져가 4kg 씩 소분해서 나무틀에 넣고 사각형의 메주모양을 만들어 냅니다. 틀에 넣은 메주는 아이들이 올라가서 골고루 밟아 줘야 단단한 메주가 됩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밟아만든 메주위에 손바닥 도장을 찍기도 하고 이름을 쓰며 신나합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엄마들은 곱게 만든 메주가 엉망이 될까 여간 걱정이 아닌 시선들 입니다.
이때, 오늘 메주쑤기를 진행하는 이홍건 농부님이 아이들 손 하나하나에 다양한 효모와 균이 있어 아마 더 맛있는 장이 만들어질거라고 하니 이때야 엄마들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농부님은 노랗게 때깔도 좋고 보기도 좋은 공장 메주보다 오늘 만든 메주는 투박하고 거무튀튀해서 색도 별로일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정직하게 유기농으로 콩을 재배하며 번거롭지만 전통방식으로 메주를 만들고 자연발효를 해서 맛은 몇 곱절 더 나을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손맛까지 더하니 얼마나 맛있는 된장이 만들어질지 기대가 되네요.
김이 폴폴 나는 가마솥에서 잘 삶은 메주콩이 분쇄기를 통해 적당하게 으깨어집니다.
으깬 메주콩은 아이들이 한 번 더 밟아서 으깨어 줍니다.
비닐양말을 신고 질퍽질퍽 메주를 잘도 밟습니다.
메주는 한 덩이에 4킬로로 소분합니다.
사각 나무틀에 보자기를 받치고 메주를 꼼꼼히 다져줍니다.
꾹꾹 눌러라, 물컹물컹해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꼬마들이 메주위에 손도장을 하나씩 박습니다.
YMCA등대생협의 장담그기는 총 4회에 나눠 진행하는데 첫번째 메주쑤기를 시작으로, 장담그기와 장가르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9월에 장수확까지 긴 여정이 시작됩니다. 마트에서 쉽게 사 먹는 장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세삼 깨닫게 된 하루였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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