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곳, 쓸쓸했던 폐가의 기억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오지의 한 마을을 갔었던 적이 있었다. 열가구 남짓 산골마을, 주민 대부분이 여든이 넘은 할머니들이다.
"십년안에 없어질 마을이에요" 얼굴까만 옆동네 농부가 덤덤하게 말했다.
사람의 체온이 사라진 집, 집이 가진 의미를 상실하고 방치된 아니 버려진 폐가.
사람은 떠났지만 곳곳에 묻어 있는 옛시간의 흔적들이 애틋하고 절절하다.
부러질듯 얇은 나뭇가지 만이 이 집을 지키고 있다.
부러진 문살과 찢어진 창호지. 이 방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학교에 다니고 어른이 되고 다시 그 아이가 여기서 아이를 낳고 이렇게 오랜 시간을 웃고 울며 지샜겠지?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이 부러진 문살과 찢어진 창호지 사이로 흘러 간다.
불꺼진 아궁이와 빨갛게 녹슨 가마솥.
시골엔 이런 빈집들이 점점 늘어 나고 있다. 외지인들이 투기목적과 전원주택 부지 마련을 위해 미리 사 놓은 집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관리가 되지 않으니 이렇게 흉물스럽게 변하고 만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마당에는 잡풀이 무성하다.
마루에 앉아서 부채질 하시는 아버지, 부엌에서 밥짓는 어머니, 마당을 뛰어 다니는 아이들, 건너방에서 공부하는 누나의 환영이 보이는 것 같다. 지나간 시간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람이 떠나면 지붕부터 색이 바란다. 이끼가 내려앉고 색이 바래진 슬레이트 지붕.
전기가 끊어진지 올해로 16년, 1999을 끝으로 이 집은 수명을 다 했다.
한장 한장 아껴가며 아궁이에 넣었을 연탄,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다 태우지도 못하고 떠나셨다.
가을오면 심을 씨마늘 두접, 심어보지도 못하셨네.
알뜰히도 엮어 놓은 시래기도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잡동사니 >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인천프란시스코 (0) | 2015.07.20 |
---|---|
자이언트 코리아 (0) | 2015.07.20 |
하늘목장에 양떼 구름 (0) | 2015.07.17 |
포토샵 파노라마사진 만들기 (0) | 2015.05.27 |
신곡수중보를 아시나요? (5) | 2015.05.07 |
코오롱 등산학교 이용대 교장샘 (0) | 2015.01.23 |
필름 스캔 받아 왔다. (2) | 2014.01.15 |
대자연이 빚은 또 하나의 작품 (0) | 2008.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