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산누에나방의 생존전략
팔봉산을 내려 오면서 손가락 굵기 보다 큰 큰 애벌레를 만났다. 온몸에는 바짝 선 털이 유쾌하지 않은 녀석이다.
쐐기풀이나 쐐기벌레에 쏘여본 적이 있다. 눈물 핑 도는 따끔함과 뒤이은 쓰라림, 두번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다. 정체불명의 이 녀석도 하얗고 긴 털이 예사롭지 않다. '난 위험하니깐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의 표시같았다.
나중에야 '밤나무산누에나방'이라는 녀석의 이름을 알게됐다. 지난해 가리왕산에서 그물모양의 고치 상태에서 본 적이 있는 녀석이다. 그때도 고치의 크기에 엄청 놀랬는데 역시 애벌레의 크기도 만만찮다.
애벌레를 주로 먹는 새들의 입장에서는 작은 애벌레를 백마리 사냥하는것보다 이렇게 큰 애벌레 한마리를 사냥하는게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효율이 좋을것이다.
덩치만큼이나 새들에게 인기 만점인 밤나무산누에나방, 쐐기같은 털로 온몸을 무장했지만 정작 쏘진 못하는 이미테이션이다.
잎뒷면을 돌돌말아 몸을 숨기거나, 무시무시한 뿔을 만들어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
새들의 천적인 뱀의 눈을 닮거나, 새들도 거들떠 보지 않는 새똥 모양으로 위장하던가.
아니면 호랑나비처럼 독을 내뿜던지 또는 쐐기나방애벌레처럼 따끔한 침을 쏘던지
그것도 아니면 3차원 공간을 이용해 공중에 매달려 있던지... 애벌레들의 생존전략이다.
5월은 애벌레의 달이다, 나무들이 부드러운 새싹을 내밀어 올릴때 애벌레들도 알을 깨고 나온다.
애벌레들이 나오면 때를 맞춰 새들도 알을 낳고 어린새들을 기른다.
딱다구리 들은 하루에 700마리 이상의 애벌레를 사냥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새들과 개미같은 곤충들의 먹이가 된다.
먹이사슬의 가장 바닥에 있는 애벌레가 대자연을 먹여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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