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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

아웃도어에서/등산 by 심심한사람 2013.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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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노랑의 봄꽃들이 피었고 여름에는 빨강의 꽃들이 산과 들을 수놓았다. 그 빨강의 꽃들이 들어가자 이윽고 보랏빛의 개미취며 쑥부쟁이들이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서리가 내리면서 산에는 산국이 피었다. 산국과 함께 꽃들의 향연은 끝이 난다.

그러나 또 한번 산은 붉게 노랑게 꽃을 피운다. 누구라고 할것없이 넓은잎 좁은잎 바늘잎을 가리지 않고 저마다 각각의 색깔로 절정의 꽃을 피운다. 곧 겨울의 혹한이 올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앙스트블뤼테',나무들이 환경이 열악하고 죽을 상황에 직면하면 평소와 다르게 가장 아름답고 풍성하고 화려한 꽃을 피운다는 말이 생각났다.

도봉산을 삼십분쯤 오르다 보면 돌덩어리를 쌓아 만든 대피소가 보인다. 40년도 훌쩍 넘은 건물인데 지금은 대피소의 기능은 하지 않는다. 2층에는 등산학교가 있고 1층에는 할머니와 아들이 커피며 차를 팔고 있다. 할머니는 대피소에서 산지가 올해로 40년째라고 했다. 그 옛날 간호대를 나와 간호사를 하시던 할머니는 40년 전 할아버지를 따라 대피소에 들어와서 지금껏 살고 있다고 한다.

대피소 곳곳은 40년의 세월만큼이나 추억이 쌓여있다. 더 말해서 뭐하겠는가. 3천원짜리 원두커피의 구수한 향에 일상의 상념들이 묻힌다. 

 20131106_도봉산

 커피숍인가 커피숖인가. 

 

40년이 넘은 대피소 1층은 커피를 파는 곳이다. 2층은 한국산악회의 등산학교가 있다.

 

 단풍진 대피소 앞으로 등산객들이 쒹쒹 지나간다.

 

 이십년이 넘었다는 커피밀, 아직도 군소리 없이 부드럽게 돌아간다.

 

 구수한 커피콩이 코와 눈을 즐겁게 한다. 

 

올해로 40년째, 이곳에 사신 할머니, 그 시절에 간호대학을 나오시고 간호사를 하셨으면 엘리트였다. 

 

 대피소 앞 뜰 벤치에서 저물어 가는 가을풍경에 빠지며 커피 한잔이라. 일상의 잡념들이 대피하는 시간이다.

 

벽난로 위에는 그을음 가득 쌓인 텔리풍켄 스피커가 놓여있다. 그러나 명기의 울림은 이제 끝이 났다.

 

 올 봄부터 열심히 일해온 벚나무 잎들이 마지막으로 화려한 꽃을 피웠다.

 

 베짱이야 올 겨우살이 준비는 하고 있니?

 

 벽난로에서는 고구마가 익어가고...

 

소리없는 가을비가 뚝 뚝 뚝 ... 이 비가 그치면 가을도 끝이겠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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