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카메라장비를 들고 산에 갈 때면 사람들이 묻곤했다. "무겁지 않으세요?" 그럴때면 난 이렇게 말한다. 전생에 쌓은 업보죠...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전생에 쌓은 무수한 '업'의 무게를 지금 지고 있다고.
북한산 백운대 아래 '백운산장'에 필요한 생필품과 각종 음료며 식자재 등을 운반하는 짐꾼이 있다. 올해 예순이다.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6월에 처음으로 열번찍었어. 최고 기록이야."라며. 40kg의 등짐을 매고 도선사 광장에서부터 백운산장까지 한걸음 한걸음 그의 걸음걸이로 꼬박 한시간 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왕복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열번을 올랐단 말이다. 하루에 운행시간만 총 스무시간 그 중에서 열시간은 40Kg의 짐이 그의 등을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새발의 피 다.
그는 도인같은 외모다. 좋게 말하면 개성이 충만하다. 머리와 수염은 왜 기르는지 물어보니 그냥 귀찮아서 란다. 헝클어진 머리와 막 자란 수염, 남루한 옷차림, 중간 중간 소리높여 부르는 요상한 노래...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정신이 나간 사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험한 일 한다고 깔보지 말고, 남루하다고 깔보지 말고, 이상하다고 삐뚜루 보지 말자.
그가 부르는 이상한 노래는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도법'을 읊는 것이라고 한다. 그가 버는 돈 한푼은 흘린 땀 방울의 수 만큼, 끌어 내린 계단의 수만큼 정당한 돈이다. 어떤 무엇과도 비교불가함이다.
2년뒤면 지금의 백운산장도 없어지거나 바뀌게 된다고 한다...
20130916/북한산
하루에도 수백킬로의 물건을 산장으로 옮기는 사람이라고 해서 허벅지나 다리근육이 상당할 것 같지만 호리호리한 다리살만 보인다. 오히려 날씬함을 느낄수 있었다.
40Kg이 넘는 등짐을 직접 져 보았다. 중량의 압박도 있지만 중심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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