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본 서울100K 트레일러닝 대회
지난 10월19일, 1박2일 동안 서울 도심과 숲길, 성곽길,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과 한강, 청계천을 뛰는 '서울100k'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렸다. 서울100K는 첫대회로 도심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대회로는 세계 최초라고 한다. 어느나라를 가더라도 서울처럼 도심 가까이 산을 끼고 있는 지형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서울100K의 최대 강점이기도 하다.
서울100K는 아마추어를 위한 남산을 돌아 오는 10k 코스와 전문 트레일러너를 위한 50k, 100K 3가지 코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새벽 5시, 서울광장에서 출발한 50k, 100K 선수들은 인왕산을 돌아 북한산 산성과 둘레길을 이리저리 돌아 내려온 뒤 다시 북한산 영봉을 거쳐 도봉산으로 내달린다. 이어 수락산과 아차산 한강변을 달려 청계천으로 서울광장 피니쉬라인으로 돌아오게 된다.
특히 이번 서울100k 트레일러닝 대회가 다른 트레일러닝대회와 일정이 겹쳤다. 서울 광장을 사용할 수 있는 날짜가 이날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100K, 50K 신청자가 얼마나 될까 노심초사 했었는데, 다행히 국내 정상급 선수를 포함해 2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주최측도 마음을 놓았다고 합니다.
나는 일찌감치 대회 촬영 어사이먼트를 받고 몇 차례 코스 답사를 다녀왔다. 북한산 골골을 손금 보듯이 잘 안다고 자부 했지만, 막상 선수들이 뛰는 동선에 사진 프레임을 마추는 일은 또 달랐다. 아무리 경치가 좋은 능선이나 봉우리라고 하더라도 그곳에 단지 바라보는 멋진 조망과 선수들의 엑티비티한 장면을 배경에 효과적으로 녹일 수 있는 장소는 몇 군데 되지 않았다.
대회 당일 새벽, 헤드렌턴에 의지한채 깜깜한 성곽길을 따라 인왕산 정상에 도착했다. 서울 사대문에는 반짝 반짝하는 건물의 불빛만이 아른거린다. 그 외에는 모두 칠흙같은 어둠이다. 카메라 감도를 적절히 올리고도 사대문안의 불빛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감도를 올렸다가는 모래알 사진이 될게 뻔하다.
등짝에 지고간 프로포토 모노라이트 두 등을 선수들의 동선에 맞춰 배치하고 으스스한 어둠속에서 기다린다. 선두 도착 예상시간은 5시10분 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10분만에 서울광장에서 올 수 있을까 했지만, 주최측에서는 다년간의 수많은 대회 통계를 바탕으로 뽑은 데이터 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인왕산 북한산 도봉산 처럼 화강암이 많은 암릉을 뛴 다는 것은 힘이 곱절로 들기도 하지만, 날고 긴다는 수입산 트레일러닝화의 바닥이 화강암에 대한 트랙션이 얼마나 적용됐을까 하는 의구심에서다. 당연히 바위 지대가 나오면 선수들은 슬립을 피해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인왕산도 바위고 북한산도 바위가 많은 산이다.
결국 인왕산 선두 도착이 예상보다 10분 늦은 5시20분에 지나갔다. 내 예상이 맞았다. 그리고 다음 촬영스팟인 비봉능선의 승가봉, 이곳도 예상보다 50분이 늦은 7시21분에 일본 선수가 1위로 통과 했다. 그리고 5분 차이로 심재덕 선수가 뒤 따라 갔다.
결과적으로 100k 코스 1위는 12시간 3분 34초만에 결승점에 도착했다. 이 기록은 예상 시간보다 1시간40분이나 늦은 기록이다. 북한산의 미끄러운 암릉 구간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 서울100k 대회는 화강암과 흙길에 최적화 된 트레일러닝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서울100K 트레일러닝
서울 도심의 야경은 장노출이 필요하고 달리는 선수들을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짧은 셔터스피드가 필요하다.
비봉 능선의 승가봉이다. 예상시간대로라면 붉은 일출이 떠오를 시간에 선수들이 통과 했어야 했다. 혹시나 그러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해는 이미 지평선 위로 훌쩍 떠 오른 다음에 선수들이 하나 둘 뛰어 오기 시작한다. 일출속의 도심과 산이 트레일러와 한 프레임속에 들어 왔더라면 어땠을까?
여자선수의 발목 문신과 장비들로 유추해 보면 이태리 아웃도어 브랜드인 '라스프로티바'에서 작심하고 출전한 선수로 보인다. 이 선수 외에도 뒤 따라 오는 남자 선수도 있다. 라스프로티바는 트레일러닝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트레일러닝화와 관련 장비들을 출시하며 맹렬히 선두 브랜드를 추격하고 있다.
북한산 영봉, 정오가 무렵이 되니 영봉에 오르는 등산객들로 만원이다. 도심과 도심산에서 열리는 대회이니 충분히 예상한 일이기도 하다. 전해 들은 바로는 저녁 무렵 청계천길은 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선수들이 거의 장애물뛰기를 할 정도였다고 한다.
대회가 끝나고 서울100k의 코스를 만든 루트디렉터와 나눈 이야기다. "올해 반응이 너무 좋았다. 내년에는 조기 마감될것 같다. 그리고 첫 대회임에도 CP운영부터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무결점대회라는 평이다. 그리고 코스도 훌륭했다. 그리고 코스 마킹팀들이 엄청나게 고생했다. 누군가가 가위를 들고 다니면서 자르는 만행도 있었고 다른 갈림길에 붙여놓기도 했다. 누가 이기나 하는 심정으로 몇 번이나 돌아보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이런 수고로움들이 모여 큰 대회가 무탈하게 잘 치르졌지 않을까 생각된다. 고생했지만, 보람을 느낀 하루다.
영상으로 본 서울10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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