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달리는 '서울100k' 트레일러닝 대회
희미한 여명과 함께 어둠을 밝히던 도심속 불빛들이 하나 둘 꺼지자 인왕산 정상부로 거친 숨소리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 온다. 서울 시청을 출발해 인왕산을 넘어 북한산 이곳 저곳을 세차례 오르내리며 도봉산까지 가야하는 '서울100k' 국제울트라 트레일러닝대회의 첫번째 업힐 구간이다.
서울의 도심과 성곽, 산길과 암릉, 둘레길, 한강, 청계천을 달리는 '서울100k'는 2019년 첫번째 대회 이후 작년은 코로나로 열리지 못하고 올해 두번째 대회가 '하이브리드형 비대면 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10월 16~17일, 23일 총 3일간, 출발 시간 을 나누어 최소한의 대면형식으로 진행됐다. 많은 대회들이 무산되거나 비대면 버추얼로 축소 진행된것과 달리 현장에서 함께 달리고자 했던 주최측의 고민이 역력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1회 대회에 이어 올해도 오피셜 포토로 몇몇 구간에서 트레일러너 들을 만났다. 그들을 볼 때 마다 항상 가슴이 뛴다. 몇번의 답사를 하며 촬영 포인트를 체크한다. 그들이 보는 풍경과 촬영하는 프레임은 다르다. 나는 그들의 뜀걸음에 따라 프레임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려면 나 또한 러너가 되어 그들이 뛰어 나갈 길을 살펴야 한다.
대회가 끝나고 오피셜 포토들이 찍은 수천장의 사진들이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무슨 이유인지 내가 찍었던 사진들은 반이 넘게 올라오지 않고 있다.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회가 끝나고 힘들었지만 행복했을 모습을 사진으로 다시 만나는 것이야 말로 가슴뛰게 하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 일이다. 그들이 발로 뛰었다면 나는 그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서울100K는 올해부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홍보에도 적극 나선다고 한다. 내년 이맘때 제3회 대회에서는 더 많은 외국 선수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6일 인왕산 정상부, 새벽 6시30분 시청에서 출발한 트레일러너들이 어슴푸레한 도심을 뒤로 한 채 달리고 있다.
저 멀리 남한산성에서 붉디 붉은 서울의 하루, 서울 100K가 시작됐다.
여기에 올리는 사진들은 내가 찍은 사진들 중, 포토제닉한 컷 들만 추려서 올린다. 많은 러너들이 업힐 구간이나 험로에서는 뛰지 못하고 걷는다. 걷는 사진들은 힘빠진 사진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손가락으로 'V'를 하는 러너들은 셔터를 누르기가 망설여 진다. 우리가 찍는 사진들은 기념사진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이 최선을 다할때 최고의 사진이 터진다.
올해는 마스크 착용으로 표정들이 가려 좋은 사진들이 많지 않다. 그리고 얼룩덜룩 패턴의 테이핑도 방해요소다.
인왕산
진달래 능선, 우리나라 최고 누적 상승고도로 악명높은 '거제100k' 디렉터인 천영기 선수(뒷쪽)와 최덕규 선수.
시청에서 출발, 정릉-보국문-비봉능선-북한산 둘레길-북한산성입구에서 부터 지옥의 오르막인 위문까지 올라 대동문-진달래능선까지 달려온 러너들, 영봉까지 오르는 한차례의 업힐구간만이 남았다.
붉은색 배번은 100k 주자들이다. 이들은 도봉산에서 50k를 끊고 다음날 다시 서울 시청까지 가는 50k를 달려야 한다.
철인 황지호 선수, 이 선수는 16,17일 100k를 완주 하고도, 23일에도 50k A코스에서 만났다. 엄청난 사람이다.
배번이 보이지 않는 선수들도 많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북한산에서는 참가 선수가 아니어도 트레일러닝 복장을 갖추고 훈련을 하는 사람도 있고, 또한 뻐꾸기라고 부르는 비공식참가자도 있다. 붙잡고 물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법.
붉은색 배번은 100k 주자, 하늘색 배번은 50k 주자.
100k 김수현 선수
17일 아차산, 기온이 2도까지 내려가는 때이른 한파로 전날과 달리 바람막이와 긴 바지, 장갑 등으로 온 몸을 꽁꽁 싸멘 선수들이 많았다. 이게 사진을 찍어보니 좀 답답해 보인다고나 할까, 발로 뛰는 달리기에는 뭐니뭐니해도 숏츠가 어울린다는걸 느낀다.
너무나 유명한 심재덕 선수, '나는 울트라 러너다'라는 그의 책 뒷표지에 제작년 내가 찍은 사진을 실었다. 영광이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아차산 보루는 푹신한 코코넛 매트가 깔려 있어 뛰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하지만 10시가 넘어가자 어마어마한 등산객들이 보루를 점령하는데.... 마치 시장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100k 코스이자 50k B코스인 아차산 보루에서는 수많은 등산객에 가로막혀 촬영자체가 무리였다. 그래서 약간의 연출이 필요했다. 사람이 없는 보루 가장자리로 길을 가리켰다.
서울100k는 서울에 사는 사람이 봐도 감탄할 만한 서울 최고의 조망지를 모두 훑고 지나가는 코스다. 하물며 지방이나 더욱이 외국에서 오는 참가자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일주일 뒤 23일 서울100k 대회의 50k A코스, 러너의 등 뒤로 북한산의 공룡능선이라 불리는 의상능선이 장쾌하게 뻗어 있다.
빨리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가라는 말이 있다. 일행이 함께 달리는 모습도 보기가 좋다.
얼굴가득 행복함이 묻어난다.
오늘 하루 이 선수에게는 빛나는 영광이 따라 다닌다.
비봉능선 최고의 풍경이 여기 숨어 있었다. 가운데 문수봉과 그뒤로 국기봉 오른쪽으로 보현봉... 선수들이 한달음에 뛰어 온 길이다.
올해 서울100k 포스터가 촬영됐던 구간이다. 재작년은 노란 단풍이 멋있었는데 올해는 한 걸음 느린것 같다.
서울의 파노라마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가슴이 뻥~ 하고 뚫리는 기분이다.
서울 100k가 한국의 UTMB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가슴뛰는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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