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언덕 선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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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선자령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한반도의 뼈대를 이루는 산줄기이자 뭇생명들에게는 대들보와 같은 백두대간

남에서 부터 사납게 그 높이를 올렸다 내렸다 하던 대간은 이곳 대관령에 이르자 한차례 온순하게 숨고르기를 한다. 

 

대관령 선자령은 그 높이가 1157미터로 어지간한 산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높은 산이다. 그러나 산이나 봉으로 부르지 않고 고갯길의 한자어인 '령'으로 부르는 까닭이 주변 산에 비해 산세가 완만한 구릉의 형태라서 강원도 평창과 강릉을 넘어가던 고갯길이었기 때문이다. 

 

대게 선자령을 오르는 길은 (구)대관령 휴계소에서 출발해서 선자령까지 6킬로 정도의 완만한 능선길을 걷는다. 급경사가 없어 편한길이지만 왕복 12킬로 3~4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라서 노약자와 어린이에게는 다소 무리가 있을것 같다. 전망대에서는 횡계시내와 강릉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얼마간 더 가다 보면 숲길이 끝나고 커다란 풍력 발전기가 보이면 본격 풍차길의 시작이다. 

20150725

kt중계소와 레이더기지를 지나면 전망대까지 약간의 오르막이다. 멀리 횡계시내가 내려다 보이다. 

 

대관령 선자령은 주로 겨울 눈꽃산행지로 유명한 곳이다. 겨울철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북서풍과 영동지방의 따뜻한 해양성 기후가 이곳 대관령에서 만나 눈폭탄을 퍼붓는다. 올해 겨울에는 예년보다 눈이 적었다. 

 

유난히 길었던 여름 가뭄을 해갈하는 비가 전날 내내 내렸다. 선자령의 초목과 흙들이 촉촉하게 또는 반짝하게 빛나고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영동고속도로, 강릉시, 멀리 동해바다가 보인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더 빨리 일어난다. 김수영시인의 '풀이 눕는다'

 

이렇게 높은 산정에 축구장보다 더 넓은 초원이 펼쳐지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바람의 언덕, 풍차의 고개 선자령 정상부에 올라선 일행들이 펼쳐진 초원에 환호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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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해 찾아간 선자령은 우리에게 최고의 산행을 선물했다.  

어쩌면 "눈꽃 만발한 겨울선자령 보다 지금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풀도 눕고 사람도 눕는다. 사람이 웃는다. 환하게

 

금새라도 비가 올 듯 했지만 기어이 비는 내리지 않았다. 새찬 바람이 불 것 같기도 했지만 시원한 정도에 그쳤다. 

여름에 능선산행은 태양과의 싸움이다. 오늘은 마침 태양이 쉬는날이다.

 

선자령 정상에서 목장길로 하산한다. 

목장길은 숲으로 이어진다. 

대관령 선자령 하늘목장으로 하산하는 길, 하늘목장은 1974년 설립된 기업목장으로 여의도의 4배 크기다. 

 

대관령 하늘목장의 트랙터마차가 지나가고 있다. 

 

숲으로 이어지던 길은 계곡과 만난다. 전날 내린 비로 계곡의 물소리는 한결 흥이 났다. 

숲속의 벚나무들은 붉게 물든 잎을 떨어뜨려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습한 숲속 계곡은 속새의 세상

일명 주석초라고도 하는 속새는 규산이 많이 함유하고 있어 주석으로 만든 그릇을 닦거나 광을 내는데 쓰였다고 한다. 

 

대형 양치식물인 '관중'과 속새들이 마치 원시의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다. 

 

훌라춤 추는 S라인 소나무

허리에는 노박덩굴 장식이 달린 치마도 입었다.  

 

잣나무 숲이 나오면 등산로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잣이 익어가는 계절, 부지런한 청설모는 요즘이 가장 신나겠지?

 

잣이 꽉꽉 들어찬 튼실한 잣방울이 툭 떨어 졌다. 청설모가 주는 선물일까? 아니면 실수일까? 

 

길에서 만난 보라금풍뎅이, 만지면 '쏴악~쏘악~'하는 위협적인 소리를 낸다. 

 

골짜기 건너로 KT송신탑이 보이면 곧 산행은 끝이 난다. 

총 산행시간은 4시간 정도, 목장길로 하산은 숲이 우거지고 계곡이 있어서 여름에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좀 거리가 있어 지루한면도 있다. 

이날 서울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고 한다. 

비를 피해다니며 멋진 경치를 구경한 즐거운 산행이었다. 

바람의 언덕, 선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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