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따라 걷는 따라비오름, 그리고 쫄븐갑마장길
제주도 만큼이나 마음의 여유를 주는 곳이 또 있을까?
시간이 멈춘듯 신비로운 섬, 제주도의 가을은 억새의 계절이다. 파란하늘과 바람결에 누운 억새의 군무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환상 그 자체 입니다.
제주에는 360여개의 크고 작은 오름이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부드러운 곡선미가 돋보이며 가을을 닮은 오름이 있습니다. '오름의 여왕'이라는 특별대우를 받는 오름, '따라비 오름'이 그 주인공입니다.
따라비오름
따라비라는 말은 그 뜻은 확실치 않으나 '땅할아버지'를 뜻하는 옛말로 이해된다고 합니다.
따라비오름은 차곡 차곡 시간이 더해진 마을 '가시리'라는 마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름만큼이나 시간의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가시리 마을이 얼마전 까지만해도 제주도에서도 말이나 사는 가장 못사는 마을로 불리다가 지금은 최고의 부자마을이 됐다고 합니다.
가시리가 지금처럼 풍요로운 마을이 된 이유는 1870년대 이래로 지켜온 마을 공동목장 때문이라고 합니다.
해방이후 4.3사건을 계기로 중산간지역의 지역공동체가 해체되고 축산업에서 관광개발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골프장이 들어서는 등 각 마을이 공유지로 관리해오던 공동목장이 점차 해체 되어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시리마을은 "조상이 물려준 농장을 팔아선 안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 끝까지 공동목장을 지켰다고 합니다.
또한 전국 최초로 리립 박물관인 '조랑말박물관'을 만들기도 했으며 얼마전에는 가시리에서 주최하는 국제울트라마라톤 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리단위에서 국제대회를 주최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합니다.
가시리가 지켜온 공동목장과 오름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을 모으고 풍력발전단시설을 유치해 사용료만으로 연 10억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시리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조랑말체험관과 숙박시설인 유채꽃프라자 등에서도 많은 수익이 나와 지역민의 복지와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장의 이익보다 공동체와 후손을 위한 배려들이 현재의 풍요로운 가시리를 만든 자산입니다.
따라비오름, 그리고 쫄븐갑마장길 걷기
따라비오름 주차장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관광버스며 자가용으로 주차장은 꽉 차고 좁은 도로까지 주차행렬이 이어집니다.
표고 342m의 말굽 형태로 터진 3개의 굼부리를 중심에 두고 좌·우 2곳의 말굽형 굼부리가 쌍으로 맞물려 3개의 원형분화구와 여섯개의 봉우리로 이뤄졌다. 화산폭발시 용암의 흔적이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내어 가을이 되면 억새와 더불어 제주 오름 368개중 가장 아름다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운다. 북쪽에 새끼오름, 동쪽에 모지오름과 장자오름이 위치하고 있어 가장격이라하여 '따에비"라 불리던 것이 "따라비"라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형국이라는데서 유래하여 "땅하래비" 즉 지조악이라 부르기도 한다. 출처_가시리
주차장을 벗어나 입구를 지나면 정자 사방으로 멋진 억새밭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름으로 올라가는 길은 코코넛껍질로 엮은 바닥이 깔려 있어 미끄럽지 않고 걷기 편합니다.
15분 정도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따라비오름의 정상부가 나타납니다. 따라비 오름의 가장자리 억새들은 지난 10월초 올라온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새하얀 꽃들이 다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다행이 움푹 파인 굼부리(분화구)에는 풍성한 억새꽃이 만발합니다.
따라비오름에서 바라본 큰사슴이오름, 그 사이 넓은 목장에는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습니다.
따라비 오름에서 만난 초롱꽃목 국화과의 쑥부쟁이
백합목 백합과의 두메부추
초롱꽃목 초롱꽃과의 당잔대
부드러운 따라비오름의 정상에는 3개의 움푹패인 분화구가 드러납니다. 그 안쪽에는 억새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넓게 펼쳐진 가시리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따라비 오름은 경사가 완만하고 능선에 올라서면 얕은 경사나 굽은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해서 은근히 운동도 되는것 같습니다.
움푹패인 굼부리 가운데는 돌무덤이 있습니다.
누구신데 이렇게 좋은 자리에 산소를 섰나, 따리비 오름 한가운데 서 있는 무덤이 눈길을 끕니다.
쫄븐갑마장길
따라비오름에서 큰사슴이오름으로 가는 '쫄븐갑마장길'이라 불리는 편백나무숲길이 아래로 보입니다.
따라비오름에서 큰사슴이오름으로 가는 목장길 입니다. 풍력발전기 앞이 큰사슴이 오름입니다.
가시리공동목장에서 황소들이 유유히 풀을 뜯는 모습이 이국적입니다.
자유롭게 방목된 황소들이 혹시나 뛰쳐 나오지 않을까 조심조심 걷습니다.
지평선 멀리까지 이어진 풍력발전기, 한해에 10억을 벌어다 준다고 합니다.
가시리에서 공동운영하는 숙박시설인 유채꽃프라자 입니다. 2층에는 깔끔한 숙소가 있고 1층에는 카페가 있습니다. 유채꽃프라자 뒤에 있는 오름이 따라비 오름입니다.
커피/식당/숙소/세미나실이 갖춰진 유채꽃프라자
유채꽃프라자에서 큰사슴이오름으로 가는길에는 억새군락이 펼쳐졌습니다.
조랑말체험장에서 따라비오름으로 그리고 목장길을 지나 큰사슴이오름을 오르고 유채꽃프라자에서 다시 조랑말체험장으로 오는 '쫄븐 갑마장길'은 20km의 '갑마장길'을 반으로 줄인 10km로 평균 4시간여가 걸리며 제주의 중산간의 진수를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쫄븐갑마장길은 가시리의 번널오름,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을 연결하는 광활한 초지대에 갑마장을 세우고 조정에 진상하기 위한 최상급 말을 길렀던 마장을 따라 걷는 길 입니다.
주말이면 쫄븐갑마장길을 걷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가을이 익어갈 때, 만난 따라비 오름과 가시리마을, 쫄븐갑마장길, 내년 유채꽃이 필 때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기대가 되는 곳입니다. 그냥 서 있어도 좋고 억새길을 따라 걸어도 좋고 마냥 좋았던 시간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준 가시리 마을 주민 덕분에 기분마저 좋았던 하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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