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에서 고란초를 만나다
설마 이런곳에 있을까?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십수년전 신두리 해안의 바위틈에서 본 '고란초'와 너무나 닮았습니다.
전화기를 꺼내 이름을 넣고 조목조목 검색하고 대조를 해 봅니다. 설마설마 한 것이 정말이더군요. 한 두 포기도 아니고 수백포기의 고란초가 음습한 바위동굴 입구에 자생하고 있습니다.
본래 고란초는 강원도 이남지역의 해안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는 강원도 내륙의 포천으로 위도가 38도에 가까운 곳입니다. 오늘의 발견으로 고란초의 서식 지역을 정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강원도 이남이 아니라 남한 전역으로…
고란초의 포자낭입니다.
고사리과의 고란초는 길이가 5~15센치, 너비는 2~3센치에 불과하며 작은 잎 뒤에는 가루같은 포자가 점같이 박혀 있습니다. 그늘지고 습한 바위틈과 이끼가 많은곳이 고란초가 좋아하는 환경입니다.
고란초라는 이름은 충남 부여에 있는 '고란사'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백제 사비성에서 매일 고란사의 약수를 의자왕에게 올렸는데 고란사 약수임을 확인하기 위해 약숫물에 고란초 잎을 띄웠다고 합니다.
또한 금계각, 압각금성초,압각초,삼각풍으로 불리는 고란초는 종기와 악창에 효과가 있으며 소변을 잘 보지 못할 때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깊이가 10미터 정도의 그늘진 바위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뻣뻣한 곰털 같은 이끼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우단이끼같기도 한데 정확한 동정은 못하겟습니다.
고란초는 늘푸른 여러해살이 풀인데요, 드문드문 여러해살이를 마친 고란초들은 노랗거나 갈색으로 물 들어 말라가고 있습니다.
고란초도 가을이 되니 단풍이 드는걸까요? 고란초는 늘푸른 여러해살이 풀이라고 합니다. 여러해살이라고 하니 겨울을 한번 이상은 넘긴다는 말이죠.
잎이 하나밖없어서 일엽초와 헛갈릴 수도 있습니다. 일엽초는 주로 이끼가 앉은 나무에서 많이 보이더군요.
여기 고란초가 사는 곳은 길과 가까운 동굴이라 자칫 훼손될까 걱정이긴 합니다.
고사리과의 고란초는 꽃을 피우지 않고 포자로 번식합니다. 포자낭군은 둥글고 지름이 2~4미리 정도이며 중앙맥 양쪽의 잎맥 사이마다 1개씩 포자낭이 달려 있습니다. 이 포자낭의 홀씨들은 바람을 타고 날려 번식을 합니다.
점점 고란초의 개체수와 자생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간해서 만나기 어려운 녀석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부터는 고란초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도 꽤 활발하다고 합니다.
뜻밖의 곳에서 고란초를 보다니 오늘은 굉장히 운이 좋은 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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