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발효음식의 왕'이라는 전통 식초의 촬영 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식초 명인이 오랜기간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전통식초의 제조과정과 활용법을 담은 단행본 촬영입니다. 이번 촬영은 식초를 만드는 과정 컷과, 만들어진 식초들을 활용한 요리 이미지를 촬영해야 합니다.
음식사진의 촬영은 지방에 있는 '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됐습니다. 사전에 단행본 기획자와 전체적인 이미지 컨셉을 조율하기도 했지만 쿠킹스튜디오의 공간이나 재료, 도구들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간은 '뜬 구름 잡는것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음식사진 촬영의 조건
KTX를 타고 두시간을 달려 도착한 쿠킹스튜디오, 역시나 생각했던것 과 다른 부분도 있었고 비슷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여겨 보는 것이 광선 상태 입니다. 2층에 위치한 좁지도, 넓지도 않은 스튜디오는 실내 전체에 텅스텐 조명등이 달려 있고, 양면으로 자연광이 풍부하게 들어오는 넓은 유리문에 얇은 흰색 쉬폰커튼이 쳐 져 있습니다.
"아~ 이거 어쩌지 자연광은 더할나위 없이 좋긴 한데, 반사가 심한 유리용기의 촬영을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이 엄습합니다. 일반적으로 음식이 메인인 촬영에서는 자연광만 으로도 얼마든지 맛깔나는 음식사진을 촬영할 수 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식초'라는 액체 입니다. 그리고 식초를 담는 용기들이 대부분 반사가 심한 투명유리들입니다.
커피식초 이미지
식초를 담은 투명용기의 촬영은 음식사진을 찍는것 보다 술병같이 제품촬영을 찍듯이 손이 많이 가는 작업 입니다. 반사가 심한 유리제품의 촬영은 일체의 광선이 없는 암흑의 공간(스튜디오)에서 이루어 져야 합니다. 여기에 인공 조명을 형태와 투명도에 따라 적절히 넣고 반사 시켜 아름다운 제품컷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또한 여러장의 사진을 찍어 한 장으로 만드는 포토샵 레이어 작업이 필수이기도 하죠.
이럴 줄 알고 그랬는지 끌고 온 캐리어 속에 모슬린 검정 배경이 들어 있습니다. 전날까지 넣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가지고 온 것이 '신의 한 수' 입니다. 검정 배경천이 꽤 컷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자연광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일단 촬영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쿠킹스튜디오 주방에는 너댓분의 선생님들이 책에 들어갈 요리를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음식에 맞는 배경을 선택하고 어울리는 그릇과 소품, 그에 맞는 최상의 앵글과 조명의 위치와 광량의 세기를 적절하게 고려 합니다.
촬영은 기획자와 푸드스타일리스트 대신에 오늘은 요리학과 교수님이 진행해 주셨고 함께 촬영된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테더링촬영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장비가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이 많은것을 들고 기차를 타고 왔는지 다들 놀랍니다.
음식사진 촬영 장비
오늘 사용된 장비는 카메라 장비 일체, 프로포토 b1x 3개, 스탠드 3개, 삼각대 두개, 8각 소프트박스 두개, 테더툴즈 케이블과 맥북 레티나 15인치, 모슬린 배경천과 테더클램프, 개퍼테이프 등등 입니다.
아침부터 시작된 촬영은 저녁이 다 되어갈 즈음 마무리 되었고, 컴퓨터 속 한 가득 이미지를 담고 무사히 귀가 했습니다. 다시 후반부 보정 작업들이 남았지만, 촬영만 제대로 했다면 보정작업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촬영이 이루진 공간
테더링 촬영,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공동 작업일 경우에는 필수 입니다.
식초...
와인 아니고 식초 입니다.
식초에 달걀을 넣으니 기포가 엄청나게 발생합니다. 초밀란을 만든다고 합니다.
검정콩 식초
전통식초를 활용한 샐러드
전통식초로 담근 두릅짱아찌
락교와 생강편
만든지 시간이 되어 마른 김밥은 먹음직 스럽게 기름칠을 해 줍니다.
뜨거운 쌀 밥 한숟갈에 짭쪼름한 두릅짱아찌가 컨셉입니다. 그런데 아쉽게 쌀 밥은 이미 식어버렸습니다. 쌀밥에 기름을 썩어 반질반질 윤이 나게 하는거 까지는 좋은데 따끈한 김은 실종됐습니다. 끓인 물을 부어도 되고 염산과 암모니아를 써도 되지만 시간관계상, 포토샵의 힘을 빌리기로 합니다.
원본 이미지
연기합성 첫번째
연기합성 두번째
어떤 사람은 담배연기 같다고도 하고 어떤사람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도 합니다. 가장 자연스러운것은 합성하지 않는거겠죠. 포토샵에 의지 하기 보다는 촬영시에 모든것을 끝낸다는 생각으로 촬영하면 실패는 없을것 같습니다.
오늘의 음식사진 촬영에서 배운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을 기할 수 있는 장비나 도구의 준비가 첫번째, 두번째는 뒤로(포토샵) 미루지 말고 현장에서 모든 촬영을 끝내자. 입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대중교통은 될 수 있으면 타지 말자 입니다. 장거리 운전이 싫어서 기차를 탔지만, 무거운 장비에 너무 힘들었던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식 사진은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빛, 음식을 담는 그릇, 모든것의 바탕이 되는 배경이 얼마나 잘 어울어지냐에 따라 '황후의 밥'이 되기도 하고 '걸인의 찬'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그저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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