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를 알리는 꽃, 수국

장마를 알리는 꽃, 수국의 비밀

추적추적 장맛비가 내리는 아침, 한가로운 주말이었다면 창문을 타고 내리는 빗방울과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일본 나가사키 여행중이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일정이 시작됩니다. 

 

나가사키 시마바라 시메이소라는 용수 정원으로 가는 길에 초록의 잎사귀를 뚫고 꽃대를 들어 올린 연노랑과 진분홍, 자줏빛과 파란색 화려한 수국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이렇게 색색의 조합이 아름다운 수국은 처음 봅니다. 역시 수국의 나라 일본입니다. 

 

수국은 물을 좋아하는 여름 꽃입니다. 그래서 한자 이름도 수국(水菊)이죠, 수국은 여름꽃으로 수국이 만개하면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수국의 꽃이 이렇게 다양한 색을 띠는 이유는 뿌리가 뻗어 있는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꽃의 색깔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토양의 수소이온 농도 지수 pH가 강산성일때는 청색 기운이 발색되고, 알칼리 토양에서는 붉은색을 띠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화려하게 색을 갈아 입는 수국은 꽃이 귀한 장마철에 풍성한 뭉탱이로 꽃을 피우는 까닭에 장미와 함께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꽃입니다. 그래서인지 수천 가지의  원예종으로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이 사랑하는 꽃, 수국

수국하면 일본을 빼놓을 수가 없죠,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수국은 일본에서 품종개량된 것 들입니다. 수국의 원래 조상은 산에서 자생하는 산수국입니다.  아기자기한 분재와 정원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은 산수국을 정원으로 들여와서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수국은 본래 꽃이 보잘것 없이 작아 수분을 위해 가장자리에 가짜꽃을 크고 이쁘게 만들어 곤충을 불러 모으는 번식전략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정원에서 감상하는 목적의 원예종은 아름답고 오래 볼 수 있는 것 만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산수국의 헛꽃 부분만 엄청 키운 채로 품종을 고정시켰습니다. 이렇게 산수국은 수국이 되어 화려한 꽃으로 거듭났지만, 가짜꽃이기에 종자번식을 하지 못하는 불임종이 됐습니다. 

가장자리 미색의 원추형 꽃은 나무수국으로 보입니다. 불임종인 수국의 번식은 가지를 잘라 땅에 심는 꺾꽂이(삽목)로 번식시킵니다.  

파랑이라도 다 같은 파랑이 아니고 핑크라고 다 같은 핑크가 아닙니다. 햇살과 흙, 물이 만든 오묘하고 신비한 색깔을 가진 수국 입니다.  

일본 3대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에 갔더니 수국 축제가 한창 입니다. 중세 네덜란드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아시아의 작은 유럽이라는데 약 1,230 품종의 수국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은 유럽호텔 로비를 장식한 수국입니다. 

하우스텐보스의 수국 축제

수국은 홀로 있기 보다 군락을 이루는 것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한 여름에 이렇게 화려하고 풍성하게 피는 꽃이 수국 외에 또 있을까요?

수국은 꽃이 피기 시작할때는 녹색이 감도는 흰꽃에서 점차 밝은 청색으로 변하다가 토양에 따라 붉은 기운이 도는 핑크 또는 청색으로 색깔이 변하는데요, 수국의 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 꽃받침에 해당되며 암술과 수술이 없는 중성화입니다. 제 힘으로 번식을 할 수 없는 불임꽃입니다.

수국의 조상, 산수국

수국은 야생에서 자라는 산수국의 품종개량한 수종 입니다. 산수국은 수분의 매개체인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작고 볼품없는 꽃의 가장자리에 크고 아름다운 헛꽃, 즉 가짜꽃을 피워 곤충들을 유혹합니다. 볼품없는 수국이 번식하기 위한 생존전략입니다. 

산수국

가운데 볼품없는 꽃과 가장자리의 크고 아름다운 헛꽃으로 둘러쌓인 산수국의 모습입니다. 

수분이 끝난 후의 산수국

산수국은 수분(수정)이 끝나면 헛꽃은 고개를 떨구고 "나 결혼했으니 이젠 오지마" 라는 표시를 합니다. 

 

여름을 알리는 수국, 장마와 함께 꽃을 만개하며 청초한 꽃잎에 맺힌 빗방울 마저도 물들게 하는 그 농밀한 색색은 세상의 모든 근심과 잡념들까지 한 송이 꽃잎 속에 스며들게 합니다. 이 추적추적 장맛피에도 흐트러짐 없는 수국의 꽃말은 진심과 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