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0명산 초카이산 등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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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지루함이 없는 일본 동북지방의 후지산 초카이 산

초카이산은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이며 동북지방 야마가타현과 야마가타현에 걸쳐있는 활화산입니다. 해발 2236m로 동북지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으로, 후지산과 닮았다고 해 '데와 후지'라 불리기도 합니다. 

초카이산은 곳곳에 화산활동의 흔적인 늪지대와 습지가 많습니다. 원생림과 고산식물이 풍부해 변화무쌍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름이면 야생화 천국이 되기도 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온 산 골짜기를 물들 입니다. 겨울뿐 아니라 봄 스키도 유명해 사시사철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한 산입니다.

전체적으로 육산으로 산새가 부드럽고 위험구간이 별로 없어 적설량이 적은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산입니다. 

최근 아키타현의 적극적인 유치활동으로 초카이산은 한국 등산객에도 차츰 익숙한 이름이 됐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아키타공항까지 직항 편이 있어 접근성도 나쁘지 않은 편인데 가을 단풍철이 되면 항공예약이 치열할 정도라고 합니다. 

초카이 산(鳥海山․2236m) 약 14Km 9시간 코스

단풍이 한창이던 10월 초의 초카이 산은 단풍이 절정에 다달았습니다. 첫날은 인근에 위치한 포레스트 초카이호텔에서 간단한 온천과 숙박을 한 후 다음날 새벽, 채 동이 채 트지 않은 시각 호텔을 출발합니다. 버스로 20여분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동쪽 하늘에 붉은 기운이 올라오고, 초카이산 정상 북사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상 쪽에는 하얀 눈이 드문드문 점을 찍고 있지만, 산 입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온통 붉은 단풍이 눈길을 잡아끕니다. 

울긋불긋 짙은 단풍 색에 감탄을 하고 있자니 가이드는 "이 정도는 맛보기"라고 진정시킵니다.  "단풍 절정은 다음 주이고 이미 비행기 예약이 다 찬 상태"라고 자랑하듯 이야기합니다. 

오늘의 등산코스는 가장 일반적이며 경관이 뛰어난 코스인 5 합목의 야시마입구(失島口)에서 8 합목의 야스신도를 통해 신산 정상을 거쳐 호코다테로 하산하는 14km, 9시간 코스입니다.

 

초카이산
멀리 보이는 초카이산 정상이 버섯구름으로 휘감겨 있습니다.

‘신의 모내기밭’ 습지대를 마주하다

야시마코스 입구, 하라이가와 휘테산장의 약수터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광활하게 펼쳐진 '류가 하라(용의 벌판) 습지대'사이로 난 좁은 목도(木道)를 따라 전진합니다. 찬 기온으로 목도에는 하얗게 서리가 앉아 살짝 미끄러운 정도입니다. 주변으로 나지막한 산죽과 풀들이 평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곧이어 단풍이 곱게 물든 단풍터널 사이로 본격적인 산행이 예감됩니다. 

 

초카이산
등산로 입구 하라이이가와 산장을 지나며 펼쳐진 류가하라습원, 여름에는 야생화군락지가 된다고 합니다.

 

5 합목을 출발, 40여분을 걸어 6 합목에 도착합니다. 합목이라는 말은  "아주까리기름으로 등불을 켜고 가다 불이 꺼지는 곳이 한 합목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6 합목은 6부 능선쯤 됩니다. 

한참을 오르던 경사길이 기세를 낮추자 오른쪽으로 7 합목인 '오다'는 신의 모내기 밭으로 섬겨져, 논의 형태를 한 물웅덩이가 여기저기 흩어져 습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출발지에서 1.9Km 떨어진 8 합목은 '만인의 배를 불릴 수 있다는' 나나츠가마(七ツ釜)라고 '7개의 가마솥' 모양의 '소'가 연달아 있는 계곡이 신기합니다. 

초카이산
초카이산
초카이산
초카이산
초카이산
초카이산

정상으로 가는 또 다른 길, 야스신도

나나츠가마(七ツ釜)로부터 5분 정도 오른 곳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왼쪽코스는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계곡코스이고 오른쪽으로 난 작은 능선 길은 '야스신도 코스'로 개척된 지  30년 이상이 됐다고 합니다.

이 코스에서는 정상에서 서해까지 뻗어 내린 능선이 대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절벽의 능선과 험준한 산세로 발 디딜 곳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주의해야 합니다. 악천후 시에는 가이드 없이 이 코스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합니다. 

초카이산
고산평원이 펼쳐진 야스신도 코스, 뒤로 칠고산 정상이 보인다.
초카이산 단풍

서해바다와 수킬로에 걸친 단풍 평원이 발아래 펼쳐진 이곳이 야스신도 최고의 절경 입니다.

 

초카이산 단풍평원
초카이산 단풍
초카이산
초카이산

 

점차 고도를 올리자 귀가 얼 듯한 새찬 바람이 불어옵니다. 손에 잡힐 듯 한 정상은 한참을 갔다 싶은데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정상 바로 아래까지 펼쳐진 고산평원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어울려 장관을 연출합니다. 남쪽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수 킬로에 펼쳐진 또 하나의 평원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시선을 이끕니다. 여기서부터 수목한계선을 넘어 악조건에서 서식하는 눈잣나무가 좁은 등산로까지 가지를 뻗어 걸음을 더디게 만듭니다. 고도가 2000m에 이르자 맑기만 하던 하늘이 점차 구름으로 뒤덮여 이내 시야가 흐려집니다. 일주일 전 내렸다던 눈이 발목까지 파고들어 산행을 어렵게 합니다. 

초카이산
초카이산

'신산', 범접하기 힘든 신의 세계

8 합목에서 두 갈래로 나눠졌던 등산로는 칠 고산 정상 바로 아래의 사루쿠라구(猿倉口)에서 다시 합류합니다. 여기를 거쳐 100미터만 가면 칠 고산(2229m) 정상이 나오는데 이곳은 이미 자욱한 안개와 바람으로 시계가 채 5미터가 되지 않습니다. 옷자락을 쥐어뜯을 것 같이 휘몰아치는 바람과 안개에 서로를 의지하며 남하해 분화구 벽을 따라 내려가니 기세등등하던 바람도 잦아집니다.

초카이산
칠고산에서 초카이산의 정상인 신산으로 가는 길, 기상이변이 항상 존재하는 곳 입니다.
초카이산
신산으로 가는 위태로운 바윗길을 지나니 눈이 발목까지 빠집니다.

 

오른쪽 만년설을 지나 남서쪽의 오오 모 노이미신사(大物忌神社)에 도착합니다. 현재는 시즌이 끝나 빈 산장이라고 하는데  초카이 산의 정상인 신산(新山)정상2236m은 여기서 부터 약 25분 거리 입니다. 정상까지는 바위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 가면 되는데 불규칙하게 걸쳐있는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들이 꽤 위태로워 보입니다. 시커먼 바위가 불규칙하게 쏟아 오른 정상부는 속계에서 올라온 우리에게 그 모습을 쉬 보여주지 않겠다는 신의 세계처럼 신성해 보이기 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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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카이산 정상에 서다

초카이산
신산 정상

 

안갯속에 가린 '신산'에 대한 섭섭함은 그러나 하산 길에 싹 잊힙니다. 매 순간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기막힌 풍경들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만년설계곡인 센쟈다니설계(千蛇谷雪溪)를 지나 안개 자욱한 센스 모리(扇子森) 능선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왼쪽으로 쵸카이산 최고의 절경인 토리노호수(鳥海湖)가 드러납니다. 아담한 호수 주변으로 7-8월이면 야생화로 뒤덮여 천상 낙원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합니다. 

초카이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입니다. 당장이라도 쏟아 내릴 것 같은 바위들 사이로 진행해야 합니다.  

 

초카이산

 

초카이산
초카이산

센쟈다니설계(千蛇谷雪溪)로 하산하는 길은 빙하의 침식에 의해 생겨난 것과 같은 U자형 만년설계곡입니다.

 

초카이산 토리노 호수
초카이산 토리노호수


안개가 자욱한 쵸카이산 최고의 절경인 토리노호수(鳥海湖)가 안갯속에서 보였다 말았다를 반복합니다. 

초카이산의 마지막 선물, 하산길

토리노호수를 나란히 끼고 무인산장인 오하마산장(御浜小屋)이 나타납니다.  '휴식비 200엔, 숙식비 1000엔'이라고 적힌 통이 하나 놓여있는데, 비 시즌에는 무인 산장이라 각자 양심에 맡긴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름 시즌에는 관리인이 상주하는 유료 숙박시설로 변모한다고 합니다.

산장 아래 오다가하라(御田ヶ原)의 야생화 군락지는 여름이면 최고의 꽃산행 코스로 유명합니다.  이곳의 야생화는 4월 중순부터 개화를 시작해 6월 말부터 그 개체수가 많아져 7월 말에서 8월 중순에 이르러 절정에 이른다고 합니다. 

둥실둥실 곱고 완만하게 뻗은 산등성이를 타고 노랑 빨강의 채도와 색조를 달리하며 비단자수를 놓은 것 같은 단풍에 넋이 빠져 한 시간 여를 내려오자 저 멀리 오늘의 하산지점인 호코다테(鉾立) 산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입구 쪽 전망대에서 초카이산은 나의 시선을 또 한 번 끌어들입니다. 정상에서 타고 내려온 능선과 계곡이 바로 눈앞에서 깎이듯 뚝 떨어져 340m의 나소 계곡의 절경으로 감탄을 뽑아내게 하는 순간입니다. 비록 '신산' 정상은 '신계' 마냥 모습을 드러내길 경계했지만 초카이산에서의 산행은 단 한 번의 아쉬움도, 단 한번의 지루함도 없이 매 순간마다 볼거리를 선사했습니다. 초카이산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넉넉한 품을 내어주는 어머니 같은 산으로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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