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인생 단풍 영실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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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단풍 명소 '영실'

그 여름 뜨거운 태양빛에 반짝이던 초록잎들이 시월의 찬 바람을 맞으면서 엽록소에 가려 있던 붉고 노란 색소들의 파티가 비로소 시작됐습니다.  

가을의 단풍은 두 번째 꽃이기도 하죠, 봄의 꽃은 겨울의 찬 기운을 물러나게 하는 따스한 색깔이라면 가을에 피는 두 번째 꽃, 단풍은 불타는 정렬의 색입니다. 마지막 잎새가 되어 땅으로 돌아감을 알기에 일생 최고의 에너지를 다해 제 한 몸을 불태우는 것입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의 옷 색깔을 보면 단풍이 연상돼 듯 단풍은 아름답고도 슬픈 황혼의 색 이기도 합니다. 

한라산 단풍 지금부터 절정

몇년만에 제주도 한라산 윗세오름을 올랐습니다. 오전 8시 어리목을 출발해  윗세오름을 돌아 영실로 내려오는 코스입니다. 사제비 동산으로 올라가는 구간부터 고도가 올라 싸늘한 기온에 음지에는 성애와 상고대가 눈에 보입니다. 사제비 동산과 만세동산은 해발고도가 높아 키 작은 철쭉과 조릿대들의 천국입니다. 철쭉꽃이 피는 6월에 찾으면 좋은 멋진 철쭉 동산을 볼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두 시간의 발품으로 도착한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이른 점심을 먹습니다. 윗세오름 대피소는 윙윙하는 절단기 소리와 함께 야외 데크 공사가 한창 입니다. 두 동의 대피소 중 한 곳은 멋지게 리노베이션을 했습니다. 실내에는 따뜻한 히터까지 나오더군요. 예전에는 컵라면서 팔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말 그대로 대피소더군요.

어리목 단풍

어리목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화려한 단풍의 자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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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남벽
윗세오름 대피소를 지나 영실로 내려오면서 바라본 백록담 남벽의 모습 입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백록담 남벽을 보면서 영실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노루샘에서 식수도 보충합니다. 여기도 데크 공사가 한창입니다. 여기저기 공사를 많이 하니 정신이 좀 없긴 합니다. 하지만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30분만 병풍바위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영실기암과 병풍바위 쪽 영실 방향으로 미친듯한 단풍의 향연이 나타납니다. 

영실에서 오르는 등산객들도 어리목에서 내려가는 등산객들도 모여 이곳에서 발길을 떼지 못하고 "우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 합니다.

가을은 역광의 계절, 단풍도 역광일 때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산을 다녀 봤지만, 오늘처럼 멋진 단풍을 본 적은 손에 꼽습니다. 최적의 단풍을 보려면 날짜와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하지만 맘먹고 가지 않는 이상 그러긴 힘들죠.

그런데 오늘은 맘먹지 않았는데 이런 멋진 단풍의 붉음을 온몸에 새기고 왔습니다. 그리고 일찍 시작한 산행 덕분에 태양의 위치까지 단풍을 색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역광 위치였습니다. 해를 마주 보는 역광일 때와 해를 등지고 보는 순광일 때의 단풍의 색감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영실기암과 병풍바위의 절경만으로도 황홀하지만 단풍과 함께 어우러지니 이건 뭐 무릉도원에 온 듯한 기분입니다.   

영실기암 단풍 절정
영실과 병풍바위 아래로 이어지는 단풍의 향연

한라산 최고 단풍은 영실코스, 절정은 11월 2일

한라산 단풍은 이번 주부터 시작되어 11월 2일쯤 절정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단풍의 절정은 각 수종의 단풍이 50% 이상 물들었을 때를 말합니다. 

한라산 최고의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을 한 곳만 꼽으라면 단연 영실코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영실기암과 병풍바위를 배경으로 높이에 따라 차례로 단풍이 물드는 시간의 흔적을 눈으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라산 단풍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붉나무, 사람주나무, 마가목 등의 낙엽지는 활엽수들이 오늘 단풍의 주인공들 입니다.
영실 단풍

영실기암절벽을 따라 아래로 뻗어 있는 황홀한 단풍의 향연입니다. 

영실구간 단풍

병풍바위에서 바라본 영실 쪽 방향의 모습입니다. 이쪽은 해를 등지고 있는 순광 위치여서 울긋불긋 단풍 색깔이 훨씬 약합니다. 

역광에서 빛을 투과한 붉고 노란 잎의 채도는 순광의 채도와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단풍의 계절, 가을은 역광의 계절입니다.  

한라산 영실의 단풍절정

영실기암의 전설

설무대 할머니에게 오백 명의 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아들에게 죽을 먹이기 위해 큰 가마솥에 죽을 끓이다 실수로 솥에 빠져 죽게 됩니다. 집에 온 아들들은 여느 때보다 죽을 맛있게 먹었는데, 마지막으로 귀가한 막내가 죽을 뜨다 할머니의 뼈다귀를 발견하고 어머니의 고기를 먹은 형들과 같이 살 수 없다 하여 차귀도에 가서 바위가 되었고, 나머지 499명의 형제가 한라산으로  올라가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 옵니다. 그래서 영실기암을 '오백장군' 또는 '오백나한'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합니다. 

한라산 영실기암과 단풍

영실기암과 단풍

한라산 병풍바위와 단풍 절정
수직의 바위들이 마치 병풍을 둘러 놓은것 처럼 보여 병풍바위라고 이름 붙었습니다. 신들의 거처라고 불리는 '영실'병풍바위는 한 여름에도 구름이 몰려와 몸을 씻고 간다고 합니다.

영실코스는 서어나무,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사람 주 나무, 마가목 등의 활엽수들이 어우러져 엽록소에 덮여 보이지 않던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 타닌의 색소가 산을 불태우듯 붉게 물들입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단풍 구경도 못 했다면 올해가 아니, 지금이 최고의 단풍을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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