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와 가장 근접한 최북단으로 다소 생소한 복계산, 생육신의 한 사람이었던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자 비분한 나머지 관직을 버리고 복계산 일대 산촌에 은거했다고 한다.
북쪽으로는 북녘의 산하가 펼쳐지고 남쪽으로 복주산, 국망봉, 화악산, 동쪽으로 대성산이 한눈에 보인다.
20150105/철원 복계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 준비를 하는데 누렁이 두마리가 꼬리치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기특하고 귀여워 배낭속에 있는 과자를 몇개 주니 씹지도 않고 삼킨다. 게눈감추듯 삼키고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어쩔수 없이 초콜렛이며 비스켓이며 쏘시지에 알사탕까지 다 털어줘 버렸다. 별로 길지 않은 산행이라 생각해 행동식을 다 줘 버린거다.
채비를 마치고 계곡길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이놈에 누렁이들이 계속 따라온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사이좋은 부부같다. 조금 따라오다 말겠지 하면서 우리 일행은 산행을 계속한다.
20여분쯤 가니 꽝꽝 언 매월대폭포가 시원하게 반긴다. 빙폭의 고드름도 떼어 먹고 둘러보는데 여기까지 따라온 누렁이들이 빙판에서 디스코를 춘다. 가죽질로된 개발바닥이 얼음엔 쥐약인듯 하다. 발톱을 세우며 자세를 낮추고 뒷 다리에 힘을 주는것 같은데 쉽지 않은듯 했다.
빙폭을 감상하고 일행은 왼쪽으로 난 나무계단으로 올랐다. 이내 능선에 닿는듯 했다. 계단이 무서웠는지 누렁이들이 가버렸나 보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 왼쪽 바위틈으로 숫놈 누렁이가 튀어 올라온다. 이곳 산을 자기들 손금보듯 아는것 같았다.
곧이어 로프구간이 나타났다. 여기까진 올 수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옆쪽으로 우회로가 있었나 보다. 한달음에 올라온다. 누런색은 숫컷이고 좀더 짙은놈은 암컷이다. 암컷은 몸이 운동신경이 숫컷에 비해 떨어지는지 신중하게 올라오는데 숫컷은 거침없다.
암컷이 발정기인것 같았다. 숫컷이 연신 뒤꽁무니를 킁킁거린다. 가파른 구간이 지나자 정상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길이 나온다. 두 녀석이 아주 신이났다. 눈쌓인 길 밖으로 사라졌다가 이내 앞에서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그러더니 이놈들...둘이 붙어 버렸다.
그것도 남세시럽게 길가에서...
낮뜨겁고 놀라서 막 소리를 쳐도 소용없다. 암컷은 숫컷꼬리를 물며 으러렁거리는데 분리가 되지 않는다.
둘이 노세요~ 라며 우리 일행은 황급히 자리를 비켜줬다.
얼마지 않아 정상석이 보인다. 헐떡이며 뒤따라온 누렁이 들이 기진맥진 한듯 바닥에 드러누워 버린다. 쯧쯧 그럴만도 하지~
한참을 그렇게 누워있더니 다른 일행이 배낭을 열자 번개처럼 일어나 다가간다. 뭐 먹는줄 알고 ..
그렇게 행동식 몇 점을 얻어 먹고 또 따라 나선다. 일행은 촛대봉과 칼바위를 지나 원골계곡으로 하산 할 계획이다. 한시간 정도면 주차장까지 내려 간다고 했는데 가도 가도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촛대봉도 어딘지 알수도 없다. 해는 점점 어두워져 온다. 그나마 다행이 날씨는 춥지 않다.
북사면은 여전히 눈으로 덮혀 있다. 발자국은 이어졌지만 이정표는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나무가지에 휘날리는 리본만이 마지막 믿을 구석이다. 그런데 한시간 이면 내려간다는 길이 한시간이 지나고 두시간이 넘어도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오지 않는다.
일행들의 얼굴엔 웃음을 잃은지 오래다. 이젠 누렁이들도 뛰지 않는다. 행동식을 누렁이에게 모두 줘버려서 먹을것도 없다.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이내 해가 지고 어둠이 앞을 가린다. 얼마나 갔을까......두시간쯤? 희망을 잃어 갈 때 쯤 삼거리에 나타난 표지판. 다들 화색이 돌며 농담도 틱틱 날린다.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내려가는 길도 만만찮다.
한시간을 꼬박 내려간 후에야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누렁이들은 집에 가까이 온것을 안 것인지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고생했을 누렁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먹을거라도 있으면 더 주고 싶었지만 빈털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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