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역 삼발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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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 승부역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첩첩산골중에 산골인 동네가 있다. 이 작은 동네, 한평남짓 대합실인 승부역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낙동강 상류를 따라 난 영동선을 협곡관광열차가 다니기 시작한 이후부터이다.

승부역에가면 3~4년 된 암컷 누렁이를 볼 수 있다. 항상 관광객들의 눈에 잘 띄게 철로 위에 앉아 있다. 보는 사람들들에게는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강아지는 뒷다리 하나가 없다.  그러나 세발로 잘걷고 잘 뛴다. 그래서 삼발이로 불리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삼발이는 이 마을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키우는 개였다. 어렸을때 산으로 들로 쫒아 다니다. 짐승들을 잡기 위해 쳐 놓은 올가미에 다리를 잃었다. 그 후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져 절대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는다고 한다. 

삼발이를 키우던 할머니가 노환으로 병원으로 가신 후 부터 삼발이는  고아가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승부역 시설사무소에서 주인잃은 삼발이에게 사료를 주기도 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삼발이는 산속에서 새끼를 낳아서 데려 오기도 했다. 그리고 1년6개월 전 부터는 승부역에서 삼발이를 보살피고 있다. 아니 밥을 주고 있다. 역장님은 1년 6개월 동안 밥을 주고 어떨때는 한그릇씩 더 주기도 하는데 다가 오지도 않고 너무 밉다고 한다. 그리고 어릴때 묶어 놓은 목줄이 점점 조여오는데도 다가오지를 않아서 풀어줄 방법이 없다고 안쓰러워 하기도 한다. 역장님에게 삼발이는 밉고도 안쓰러운 애틋함이다.

"삼발이는 워낙 머리가 좋아서 사람보다 열차시간을 더 잘 알아요. 그래서 철길에 앉아 있어도 위험하지 않아요." 관광객을 실은 기차가 올 시간이며 귀신같이 알고 나와 있는다고 한다. 역장님은 삼발이가 역에 머무는것이 관광객들에게 먹이를 얻기 위해서 라고 했다. 오늘도 운이 좋아서 관광객들에게 돼지고기를 한웅큼이나 얻어 먹었다고 한다. 

삼발이는 할머니가 떠난 빈 집을 지키고 있다. 승부역 철길에 나와 있는 것이 혹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기차타고 떠나가신 할머니가 기차타고 오시기를 기다리는 애절함은 아닐지...   

  

 2013/05/23 승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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