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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by 심심한사람 2017.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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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나무, 고고한 절개와 의지의 상징, 강인하며 영속적인 생명력, 구불구불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는 자유로움, 자유로움 속 느껴지는 절제미, 절제됐음에도 다시 뻗어 오르는 기운, 바로 소나무를 두고 하는 말 입니다.

 인간이 사랑한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소나무 만큼 사람과 가까운 나무가 있을까요? 아이가 태어나면 새끼줄로 금줄을 치고 솔가지를 꽂았습니다. 그리고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고 소나무로 만든 수저로 밥을 먹고 춘궁기에는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먹었고 솔가지와 솔방울을 땔감으로 추운 겨울을 났으며 죽어서는 소나무로 만든 관 속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 까지 곁에서 소통했던 나무이자 인간을 사랑했던 나무, 인간을 위해 모든것 까지 내어준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입니다.  

한민족과 함께한 소나무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함께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았습니다. 소나무는 기름진 땅이든 척박한 산능선에서든 어디에서나 자라고 있습니다. 흙 한 줌 없는 절벽 바위 틈에서도 고고한 낙락장송으로 자랍니다. 그리고 애국가에서도 소나무는 등장합니다. '남산위의 저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소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는 가사에서 보듯이 앞산의 저 소나무를 우리의 기상이라 할 정도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대표 나무라고 했습니다.  십장생 가운데 유일하게 현존하는 식물이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설화가 남은 나무 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이품이라는 장관급 벼슬을 가진 정이품송과 재산세를 내는 석송령까지 우리민족이 소나무에 대한 각별한 정을 엿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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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위의 저소나무' 모델이 바로 문경새재 영남제일관문 옆 절벽위의 소나무 입니다. 

 

 

소나무를 부르는 다른 이름들

같은 소나무에도 여러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억센 곰같아서 곰솔 또는 해송, 붉어서 적송, 희다고 백송, 금강산에 살아서 금강송, 황장산에 살아서 황장목, 봉화 춘양장에 모여서 춘양목 등등 구구절절 다양한 이름들로 불렸습니다. 사람들에게 쓰임이 많았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합니다.

소나무의 껍질(수피)이 넓게 갈라진 것을 보고 철갑을 두른것 같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보이나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는 총 몇 그루나 될까? 과거에는 더 많았으나 자연재해나 자연사 등으로 인해 지금은 총 36그루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는 서울재동 헌법재판소의 백송(제8호), 서울 조계사 백송(제9호), 고양시 백송(제60호), 보은 정이품송( 103호), 예산군 백송(106호), 제주시 곰솔(160호),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180호), 이천시 백송(253호), 부산 수영구 곰솔(270호), 합천군 구룡송(제289호)무주군 반송(291호), 문경시 반송(292호), 상주시 소나무(293호), 예천 석송령(294호), 청도 매전동소나무(295호), 영월군 관음송(제349호), 속초 설악동 소나무 (351호), 고창군 선운사 도솔암 장자송(354호), 전주시 완산구 곰솔(355호),  장흥군 효자송(356호), 구미시 반송(357호), 함양 구송(358호), 의령군 성황리소나무(359호), 이천시 반룡송(381호), 장수군 의암송9제397호), 영양군 만지송(제399호), 울진 처진소나무(409호), 거창군 당송(제410호), 남원시 산내면 천년송(424호), 문경시 반송(426호), 해남군 곰솔(430호), 제주시 애월읍 곰솔(441호), 포천 부부송(460호), 하동군 문암송(491호) 등이 있습니다.

일제의 수탈을 견딘 소나무 

소나무의 송진은 불을 밝히는 훌륭한 연료로도 사용됐는데요, 2차대전 당시 료가 부족했던 일본군들은 우리나라 전역의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해 비행기 연료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설악산 주왕산, 월악산 등 전국의 오래된 소나무 숲에는 일제강점기때 송진을 채취한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구구한 시간을 켜켜이 덥고 덥어도 여전히 한뼘의 상채기가 남아 있습니다. 

소나무의 번식 

소나무는 대표적인 양수식물입니다. 햇빛만 풍부하면 척박한 땅이던 바위틈이던 가리지 않고 뿌리를 뻗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자웅동체로 암수가 한몸입니다. 소나무는 5월이면 꽃가루를 날려 번식을 하는데, 암수가 한몸에 있다보니 자가수정의 확률이 많습니다. 자가수정, 즉 근친은 세대가 경과하면서 자손의 유전형질을 점점 나쁘게 한다는 것을 소나무는 스스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암꽃과 수꽃의 위치와 개화시기를 달리해서 철저하게 자가수정을 피하고 있습니다. 

오월의 따뜻한 햋볕을 한껏 받은 노란 소나무 수꽃이 금방이라도 분가루를 날릴 듯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습니다.

 

수구화수, 수꽃은 황색이고 새로난 가지 끝에 빽빽이 모여 달립니다.

노란 꽃가루가 가득찬 소나무의 수꽃입니다.  

건조한 5월이면 온 산은 뿌연 송화가루가 날립니다. 소나무의 수꽃에서 나오는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암꽃에 붙으면 비로서 수정이 이루어져 튼실한 솔방울이 열립니다. 

붉게핀 소나무의 암꽃입니다. 이 암꽃은 나중에 솔방울이 되는데요, 자가수정을 막기 위해 수꽃 위쪽에 1~4개씩 달립니다.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소나무의 나이는 어떻게 셀까요?

소나무 나이 세기는 굳이 나이테를 보지 않고 줄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소나무는 끝눈(정아)가 우세해서 위로 곧게 뻗으며 자라고 해마다 옆눈이 돌려 자라기 때문에 돌려난 가지층만 세어서 내려오면 소나무 나이를 쉽게 셀 수 있습니다. 옆눈 가지가 떨어진 흔적까지 세어어야 합니다. 다 세었으면 어린나무 시기인 4년을 더하면 바로 그게 소나무 나이 입니다.

소나무의 전체수형, 소나무의 수피는 뿌리로 갈수록 쌓이면서 갈라져 아래로 갈수록 굵어 집니다.

정이품송과 서원리소나무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은 세조로 부터 정이품이라는 품계를 받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체 높은 나무 입니다. 그리고 같은 보은의 서원리 소나무와는 부부지간으로 남편이 정이품송이라면 서원리 소나무는 아내가 된다고 합니다. 두 나무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수령이 600년이라고 합니다.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 , 몇년전 태풍으로 왼쪽 가지가 부러졌다고 합니다. 정이품송의가지가 하나 부러질 때마다 국가에 안좋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정이품송의 부인인 서원리 소나무 입니다.  

소나무 벌채를 금한 황장산 봉산표석

옛 봉산제도는 나라에서 일반인에게 벌채를 금지하던 산림보호제도 입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목재인 '황장목'은 재궁 또는 공공건물에 사용하는 양질의 소나무로서 황장산은 대미산을 주령으로 하는 1,077미터의 산입니다. 여기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조선 숙종에 봉산했으며 표석은 이때 설치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드라마로 유명해진 소나무

정동진역에 있는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왔던 고현정 소나무 입니다.

솔방울 이야기

소나무의 씨앗인 솔방울은 봄에 열려 가을에 익는 다른 나무와 달리 3년이 되어야 완전한 솔방울이 된다고 합니다.  

전년에 열린 1년생 솔방울과 올해 새로이 수꽃이 올라오고 있는 모습입니다. 솔방울에 뾰족한 돌기가 난 걸로 보니 리기다소나무입니다. 보통의 소나무가 잎이 2장인데 리기다소나무는 잎이3장입니다.

2년생 솔방울의 모습입니다. 그 아래로 3년생 솔방울이 살짝 보입니다.

3년생 솔방울 입니다. 솔방울 실편 1조각은 오각형 모양입니다. 솔방울은 꼭지를 향해 말려 들어가는두 가지 방향으로 보는 방향에 따라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으로 각각세어보면 8개와 13개로 황금비율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국의 아름다운 소나무숲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숲이라고 하는 경주 삼릉의 소나무숲

수령 100년이 넘는 소나무 숲에 캠핑장이 있는 영동의 대표적인 송호관광지 소나무숲 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울진 소광리 금강 소나무 숲입니다.

울진 금강소나무숲의 운무

80살 참나무가 120살 소나무에 반해 줄기가 붙어 양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공생목 이라고 합니다. <울진 소광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시사철 푸른 적송숲 입니다. 이곳의 소나무는 경복궁 중수때 목재로도 쓰였고 2008년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 복원시에도 이곳의 소나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곳은 이성계의 5대조인 이양무장군의 무덤인 '삼척 준경묘' 입니다.

원시의 기억을 간직한 울진 왕피천 금강소나무 군락 입니다. 

 

사라져 가는 소나무

요즘에는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병으로 소나무들이 우리나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재선충에 감염되는 3주면 잎이 누렇게 변하고 1년이 지나면 100% 고사한다고 합니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보여주며 사람에게 한없이 이로움을 주는 소나무의 수난이 시작됐습니다.  

혹자는 소나무 재선충의 원인이 사람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인간에의한 환경의 악화와, 등산인구의 증가로 산에는 재선충의 숙주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를 잡아먹는 새들이 줄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 하루 누렇게 죽어가는 소나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이제 곧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이 옵니다. 솔향기 가득한 숲길에서 소나무가 주는 고마움을 생각해 보는건 어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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