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을 몰고오는 바람꽃
3월의 첫 날, 저 먼 제주도와 남해안 여수 어디는 봄을 알리는 바람꽃이 기지개를 켰다고 합니다. 봄을 알리는 많은 꽃들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바람꽃'입니다. 복수초, 노루귀와 함께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사인 바람꽃은 이세상의 어떤 꽃 보다도 아름답고 고고하며 소담스런 자태를 갖고 있습니다.
어제는 올들어 처음으로 붕붕하며 힘차게 날고 있는 꿀벌도 보았습니다. 얼마지 않아 야생화의 천국인 천마산에서도 바람꽃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지 않아 숲속 이곳 저곳에서 희고 노란 또는 분홍의 꽃잎들이 활짝 펼쳐지면 칙칙하고 어둡기만 하던 겨울숲은 이내 꽃대궐로 바뀌겠죠. 앙증맞은 봄꽃들로 후끈달아 오른 산들은 잔설을 녹이며 벌과 나비를 부르고 봄바람과 아지랑이를 데리고 오겠죠. 바야흐로 새 봄의 시작입니다.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꽃은 우리나라에 약 2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변산바람꽃,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풍도바람꽃, 국화바람꽃,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외대바람꽃, 들바람꽃, 남방바람꽃, 세바람꽃 등이 있습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바람꽃
바람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바람꽃을 본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바람꽃을 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꽃이 피는 기간도 짧고 개체수도 많지 않아 쉽게 만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작고 가녀린 모습에서 뭔 가 모를 묘한 매력을 지닌 바람꽃은 고고함과 신비로움이 있는 순백색의, 아니 미색에 가까운 자태를 홀립니다. 그 귀한 모습은 너무 고고한 나머지 아무곳이나 함부로 뿌리를 뻗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귀한 꽃 바람꽃 입니다. 바람꽃은 바람에 잘 흔들릴 정도로 줄기가 가늘지만 쉬이 꺾이지 않는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또한 찬바람에 민감해서 한 낮에만 꽃잎을 활짝 피웁니다.
희랍어로 '아네모네'라고 하는 바람꽃은 이런 전설이 있습니다. 꽃의 여신 플로리에게 아름다운 아네모네가 있었는데 남편인 바람의 신 제프로스와 아네모네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를 알게된 플로리는 분노하여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바람의 신 제프로스는 해마다 봄이 오면 따뜻한 바람을 불러 아네모네가 화사한 꽃을 피우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바람꽃의 꽃말도 '금지된 사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바람꽃 가운데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변산바람꽃 입니다. 흰꽃잎으로 보이는 부분은 사실 꽃잎이 아닌 꽃받침 입니다. 연한 노란색의 깔때기 모양을 하고 있는 부분이 꽃잎인데 꽃잎이 너무 작다 보니 꽃받침을 꽃잎으로 위장해 곤충들을 유인하는 번식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20~30개의 보랏빛 수술과 그 가운데 연두빛 암술이 있습니다.
지중해가 원산인 꿩의바람꽃은 잎이 나오는 모습이 마치 꿩의 발가락을 닮았다고해서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꿩의바람꽃도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과 함께 이른봄 가장 빨리 피우는 꽃이며 특히 바람꽃 가운데 꽃의 크기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
지역별 바람꽃 개화시기
2월초 한라산을 시작으로 서해의 작은섬 풍도에서 그리고 내륙의 지리산 덕유산 천안의 광덕산과 남양주의 천마산, 강원도의 대덕산, 오대산, 곰배령, 설악산, 대암산 까지 바람꽃의 꽃바람이 불어 올라 옵니다. 봄꽃들의 향연이 시작되는 지금, "죽기전에 꼭 봐야 할 바람꽃"을 찾아 나서는건 어떨까요? 바람꽃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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