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봐야 보이는 회양목 꽃
귓볼을 때리는 매서운 바람에 움츠리며 망원동으로 출근한지도 벌써 석달이 다 되어 갑니다. 저번주부터는 화단과 보도블럭 틈에서 노란 민들레가 보이고 어제는 목련이며 매화꽃이 피더니 오늘 출근길에는 키작은 회양목에서 아무도 모르게 연두색 꽃이 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꽃인지 뭔지 알 수 없는 회양목의 꽃은 보기보다 향도 진합니다. 화려한 꽃잎을 만들지도 않고 수분에 필요한 여러개의 수술과 암술만이 전부 입니다. 이렇게 소박한 꽃이 또 있을까요.
회양목은 성형미인
회양목은 정원수로 인기가 있는 나무 입니다. 사철나무처럼 사계절 잎을 달고 있으며 다른 나무에 비해 빨리 자라지 않아 관리가 쉽습니다. 음지나 양지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추위와 공해도 잘 견디며 머리갂듯 가위로 잘 다듬으면 동글동글 이쁘기 까지 하니 어지간한 화단의 가장자리에는 언제나 회양목의 차지가 됩니다.
또한 회양목은 양버즘나무와 함께 (강전정: 강하게 가지치기하는 것)에 강한 수종이어서 매년 사지가 잘려나가는 고통을 숙명으로 받고 살아 간다고 합니다. 제모습 그대로 살고 싶어 하나 인간의 욕망으로 어쩔수 없이 성형미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 회양목의 숙명인가 봅니다.
회양나무는 석회암이 많은 지역에서 잘 자라는데, 석회암이 많은 북한 회양지방에서 많이 자란다고 해서 회양목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까운 창경궁의 춘당지 아래쪽에 가면 키가 큰 회양목이 있습니다. 보통의 회양목은 전정을 해버리기 때문에 제 키 그대로 자라는 회양목이 드문데요, 창경궁의 회양목은 '나도 그대로 놔두면 이만큼 자란다!' 라고 항의라도 하듯 큰 키를 뽐내고 있습니다.
회양목의 지름이 25센치 정도 자랄려면 600~700년 정도가 걸릴 정도로 더디게 자라는 나무라고 합니다. 성장이 느린것 때문에 목재가 단단하고 균일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도장이나 목판, 호패, 장기알, 빗 등을 만드는데 쓰였으며 '도장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회양목은 항상 우리 주위에 있지만, 회양목의 꽃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대부분 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향기로운 회양목 꽃의 계절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듯, 회양목의 꽃을 불러 보는건 어떨까요?
그리고 재밌는것은 회양목의 꽃이 수분을 하고 열매를 맺으면 이쁜 부엉이 세마리가 생기는데요, 올해는 꼭 찾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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