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99%가 모르는 천연염색제 쪽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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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바다, 쪽빛 하늘을 닮은 쪽 풀 

얼마전 전남 나주에 있는 천연염색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나주는 오래전 부터 비단 직조 기술과 쪽 염색이 발달한 고장 입니다. 지금도 '염색장'이라는 인간문화재가 활동하고 있는 천연염색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고요. 

천연염색박물관에서는 전통 염색 공예품과 염색 과정 등 천연염색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매래까지 볼 수 있고 직접 쪽 염색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박물관을 둘러 본 뒤, 담당자 분이 근처에 쪽을 심어둔 밭이 있다고 구경시켜 준다고 합니다.

감잎이나 치자 같은 다양한 천연염색 재료는 익히 알고 있지만, 쪽이라는 재료는 아직 본 적 이 없어서 따라 나섭니다.  쪽이 심어진 밭은 박물관에서 얼마가지 않아 영산강가에 펼쳐져 있습니다. 

고온다습한 영산강 주변은 옛날부터 쪽을 키우는 최적지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1960년대 나일론과 화학염료에 밀려나서 사라졌다가 10년전 나주시의 천연염색 클러스터단지 조성을 계기로 박물관과 쪽밭 등이 조성됐다고 합니다.    

'여뀌'를 닮은 '쪽풀'

쪽밭이 점점 가까워 지자 어디서 많이 본  낯 익은 풀들이 보입니다. 영락 없는 '여뀌' 입니다.  여뀌는 한여름에 들이나 산에 잡초 처럼 피는 들풀입니다. "여뀌 아닌가요?" 라고 묻자. 담당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여뀌를 아시는 군요, 쪽풀과 여뀌는 같은 마디풀과로 한가족이라 서로 많이 닮았습니다. 하지만 여뀌는 염색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합니다. 

이제야 쪽의 정체를 정확히 알았습니다. 마디풀과의 여뀌랑 엄청나게 닮은 녀석입니다. 이렇게 밭에 심어져 있지 않으면 그냥 여뀌겠지 할 정도 입니다.  

쪽풀은 중국과 인도가 원산지인 한해살이 풀 입니다. 키가 50~60cm 정도로 자라며 줄기가 곧게 서고 진한 분홍빛의 꽃을 피웁니다. 잎은 긴 타원형 또는 달걀형에 길이가 7~9cm정도 입니다. 꽃은 수상꽃차례의 이삭형태로 빽빽하게 달립니다. 옛날부터 옷을 청색(쪽색)으로 염색할 때 사용해서 재배를 많이 했습니다.

쪽풀은 한의학에서는 '청대'라고 부르는 약재이기도 합니다. 쪽풀의 잎을 발효시켜 얻은 가루를 '청대'라고 하고 그 속에 있는 캠퍼롤이라는 물질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해 향균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악성 위궤양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또한 청색의 인디고(indigo)라는 염료 물질 외에 항 종양 물질인 인디루빈과 피부병에 효과적인 트립탄틴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중에 트립탄틴과 인디루빈은 아토피성 피부염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쪽 추출물이 잇몸질환에도 효과가 커 치약의 첨가물로도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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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 쪽염색의 재료가 되는  쪽 

쪽꽃

넓게 펼쳐진 영산강 주변의 밭에는 진분홍의 쪽꽃이 흐드러집니다. 쪽꽃은 5월부터 피기 시작해서 8~9월에 잎겨드랑이와 원줄기에 수상꽃차례로 씨앗이 달립니다. 

쪽 꽃

수상꽃차례는 꽃자루가 없거나 짧아서 하나의 축에 다닥다닥 붙어 피는 꽃의 배열, 즉 꽃이 나오는 순서와 모양을 이야기 합니다. 각각의 식물마다 독특한 형태의 꽃차례가 있습니다. 

쪽 꽃

우리나라 사람 99%는 모르는 쪽풀, 꽃잎의 크기가 불과 2~2.5mm로 아주 작은 꽃 입니다. 이렇게 작은 꽃에서 어떻게 그리 청아한 색이 나올까요?

개여뀌쪽풀
개여뀌와 쪽풀

왼쪽이 여름 들풀로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여뀌입니다. 오른쪽이 쪽풀로 닮아도 너무 닮은 꼴 입니다. 이름 모를 꽃은 있어도 이름 없는 꽃이 있을까요?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제 이름을 부를 수 없습니다.  

발효된 쪽염료
쪽을 발효시키면 진한 남색빛의 천연염료가 됩니다.

 

쪽물 염색하는 방법

쪽풀을 수확해서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 물을 부어 이틀이 지나면 쪽에서 남색 색소가 분리 됩니다. 이때 쪽을 건져내고 맑은 남색 추출물에 소석회를 넣고 횟대로 잘 저어 줍니다. 소석회는 굴 껍데기를 10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서 만든 착색제 입니다. 

쪽 추출물에 소석회를 넣고 잘 저어면 노란색에서 연두색-청록색-쪽색으로 점점 진하게 변 합니다. 그런 후 맑은 윗물을 떠내고 헝겁을 깐 시루에 받쳐 물기를 없앤 고체상태의 색소를 만듭니다.   

콩대나 쪽대 등을 태워서 잿물을 만들고 쪽침전물을 10:2 비율로 풀어서 항아리에 넣고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저어서 발효 시킵니다.  보통 30일 정도면 석회는 가라앉고 쪽물 염료인 꽃물이 만들어 집니다. 꽃물은 완성된 쪽물 염료를 말 합니다. 

꽃물이 완성되면 옷감을 넣습니다. 골고루 잘 주물러 주어야 골고루 물이 베여듭니다. 반복할 수록 색깔이 점점 진해집니다. 

염색을 마친 옷감은 맑은 물에 완전히 씻어 잿물을 제거해야 합니다. 바람이 잘 더는 곳에서 옷감에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말리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이렇게 쪽 염색은 과정이 복잡하고 들인 품에 비해 얻어지는 양이 적기 때문에 전통 쪽염색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쪽염색하는 장면

나주 천연염색박물관에서 고무줄로 천을 돌돌 감아 다양한 무늬가 생기도록 쪽물을 들이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쪽 염색 옷감 말리는 과정쪽염색 옷감 말리기

시원한 마당에 늘어 놓은 푸른 천이 바람에 펄럭일때면 마치 쪽빛 바다가 출렁이는 것 같습니다. 쪽빛 하늘에 쪽빛 바다를 닮은 쪽 입니다. 

쪽 염색은 연한 하늘색 부터 짙은 남색까지 나오는데 붉은 빛이 도는 남색을 쪽으로 낼 수 있는 최고의 색이라고 합니다. 옛날부터 나주에는 '쪽으로 염색한 것은 걸레도 약으로 쓴다'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쪽 염색은 사람에게 이로운 약이었으며 자연과 조화로운 염료였고 천년을 가도 푸른빛이 변하지 않는 하늘과 바다 그 자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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