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 쓸쓸한 나무
오늘 경기 5악 중에 하나인 운악산을 올랐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데 일주문-현등사-절골-동봉-동봉-미륵바위-눈썹바위-일주문으로 원점회귀 코스를 택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보통의 경로와는 정반대로 오르게 됐다.
후텁지근한 날씨로 땀은 쉴새없이 흘러 내린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호기롭게 덥어썼던 버프(멀티스카프)는 몇걸음 가지 못해 벗어버렸다. 그 다음은 모자마저 던져 버렸다. 머리에서 용암이 끓어 오르는 듯 어질어질 하다.
문득, "아 이거 탈수증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던 발길을 돌려 현등사로 향한다. 108계단을 겨우 겨우 올라 공양간으로 가 문을 두드리니 인기척이 없다.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니 뒷쪽 관음전에서 한 보살님이 대답을 하신다. 이래저래 해서 소금을 좀 얻고자 한다고 하니 "죽염도 됩니까?"라고 하신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고 죽염이라면 더 미안하기 까지 하다.
종이컵에 발그래한 죽염, 조금씩 입에 털어 넣으며 휴식을 취했다. 채 5분이 되기도 전에 기분은 좋아 졌고 온 몸의 근육들도 제자리를 찾는 듯 했다. 다시 힘을 주어 운악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한결 가벼운 몸으로…
오늘 산행은 부처님이 불쌍한 중생을 굽어 살피셔서 무사히 원점회귀 할 수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원래 하려던 말은 소나무 이야긴데 오늘 겪었던 일이 워낙 난감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5년전 여름 이었다. 태풍이 갖 지났을까? 잔뜩 찌푸린 날씨에 운악산을 올랐다. 눈썹바위 아랫쪽 사면에 살집이 꽤나 글래머스러운 멋진 소나무를 보았다. 한참을 들여다 보고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뒀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나무다.
그때부터 5년이 지난 오늘, 다시 그 나무를 보고는 놀라고 말았다.
2010년9월의 운악산 소나무, 척박한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 치고는 꽤 거목에 속한다.
2015년 7월 운악산 소나무,
불과 5년 사이에 붉은빛의 윤기 나던 소나무가 죽어버렸다.
철갑의 수피는 다 벗겨져 간신히 위쪽에 몇조각 붙어 있을 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만졌는지 나무등걸은 반질반질 기름칠을 해 놓은것 같다.
건강하던 모습이 불과 5년만에 왜 이런 모습이 됐을까?
소나무재선충같은 곤충의 습격일까? 아니면 비좁은 바위틈에서의 삶이 고단했던 것일까?
사멸과 생성이라는 자연의 순리 앞에서 어쩔 수 없지만
운악산의 명물을 다시는 볼 수 없는것이 아쉬운건 어쩔 수 없다.
무더위속 운악산 등산
악산 중에 으뜸 '운악산' 2015년 7월 15일, 장마라는데 벌써 이렇게 더울수가 있나? 더워도 너무 더운 날이다. 가뭄에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때문에 운악산 골골 마다 흐르던 물소리는 일찌감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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