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집어 삼킨 스마트폰
얼마전 장인이 모임에서 백두산을 가신다며 다루기 쉬운 카메라를 구하고 계셨는데요. 요즘은 거의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쓰기 때문에 따로 똑딱이 카메라 같은걸 갖고 있는 사람도 드물죠. 그렇다고 무겁고 다루기도 까다로운 DLSR을 드릴 수 도 없고 간만에 멀리 여행을 가시는데 사진기 하나 없이 가시는것이 마음이 쓰였습니다. 장인은 최근에서야 카톡과 몇몇 어플이 깔린 폴더형 스마트폰으로 바꾸시긴 했습니다.
과거에는 한 집에 하나 정도의 카메라가 있었다면 요즘은 전 국민이 성능좋은 카메라를 하나씩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1인 1카메라 시대'입니다. 모든게 컴팩트해진 세상이라 손바닥만한 전화기속에 TV며 컴퓨터, 도서관, 신문, 잡지에 카메라까지 모두 들어가 버린 세상입니다.
여행을 갈 때도 따로 카메라를 챙기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게 끝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어지간한 컴팩트 카메라에 맞먹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에는 전문가 모드가 들어가 초보자를 위한 심플카메라는 물론 사진 전문가들도 DSLR과 함께 세컨카메라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의 기능들이 생겼습니다. 화이트밸런스, ISO, 밝기 조절, 셔터스피드 조절, 노출 고정 등의 기능이 탑제됐습니다. 기존 DSLR카메라에 제공되었던 거의 모든 기능들이 들어간 셈 입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큰 화면은 DSLR보다 더 큼지막합니다. 그리고 흔들림 방지 기능을 넣어 나쁜 그립감으로 생기는 흔들림을 보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셔터 우선모드를 제공하기도 하고 1/4000초 까지 짧게 셔터를 끊을 수 도 있습니다. 그 외에 아웃포커스, 얼굴인식, 스포츠 촬영 등 기존 디지털카메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들도 지원합니다. 최근에는 하이엔드 DSLR카메라에서 제공하고 있는 RAW 파일의 촬영도 가능해졌습니다. 압축된 이미지 파일인 JPGE보다 훨씬 많은 이미지의 색상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후보정에 유리한 파일입니다. 전문가의 서브카메라로도 손색이 없으며, 사진을 배우는 초보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정도의 발전을 이뤘습니다.
카메라가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옴에 따라 사진의 활용도 변하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앨범속에서 존재했던 사진이 컴퓨터 속으로 들어왔다가 지금은 SNS를 통해 저장되고 빠르게 전달 소통되고 있습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미 그 이미지는 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대중속에 들어 갑니다. 어떤 이미지는 대중의 의지와 관계 없이 보여지고 소비되기도 합니다. 이미지의 홍수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쉽게 생산된 가벼운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파도처럼 밀려왔다 부서지고 다시 또 밀려 오기를 반복 합니다.
스마트폰만으로 사진을 찍고 전시를 하는 작가도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42인치 TV사이즈 까지 인화도 된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법'이라는 제목의 강의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잘 찍기는 너무나 힘들더군요. 스마트폰은 사람보다 영리해서 사람의 개입을 싫어 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는 다른 사진이 되어 버리기 일수 였습니다.
얼마전 충주에 계시는 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매년 희말라야를 가시고, 캠핑과 카약을 즐기시는 중학교 선생님 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찍었다며 사진을 보여 주셨습니다. 희말라야의 고봉과 설산들, 새벽 물안개 가득한 중주호와 탄금호, 거울같이 투명한 호수에 비친 카약의 이미지 들이 감탄할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으로도 이정도의 사진이 나온다면 좋은 DSLR 카메라로 찍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라는 아까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리 스마트폰에 최첨단 기능이 내장됐다 하더라도 분명 스마트폰의 한계는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카메라의 기능은 부가적인 부분일 뿐입니다.
무거운 DSLR의 카메라와 광각,표준,망원 같은 화각별로 구비해야 하는 고가의 광학렌즈들이 스마트폰 카메라가 범접할 수 없는 섬세하고 디테일한 촬영을 가능케 해 줍니다.
제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은 아이폰6 인데요, 렌즈 조리개는 f1.8, 전면카메라는 120만화소, 후면은 800만화소 입니다.
뿌연 공기를 뚫고 올라온 태양 앞으로 기다란 철근을 메고 가는 사람의 실루엣 사진입니다. 이런 극적인 장면은 예상치 못한 공간과 시간속에서 연출되기도 합니다. 비록 스마트폰으로 촬영은 했지만 DSLR로 찍지 못한것이 두고 두고 후회됐습니다.
삼성의 리움 갤러리 입니다. 아이폰6로 찍었는데요, 존시스템이라고도 하죠. 어두운 부분에서 밝은 부분까지의 계조가 많이 답답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진도 스마트폰 속에서는 훌륭합니다.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는 스마트폰을 제외한 촬영은 금지되어 있더군요. 꽤나 심혈을 기울여 한 컷 한 컷 찍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스마트폰 밖을 나오면 금방 시들어 버립니다.
아래 사진들은 DSLR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 입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니콘 D800입니다. 1:1 바디에 3630만 화소입니다. 고화질의 카메라와 넓은 광각렌즈의 사용으로 원색에 가까운 색감과 디테일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적당한 렌즈의 선택과 조리개의 조절로 배경을 흐리게 할 수 있었고, 역으로 비치는 광선에 대한 적정 노출로 애기똥풀이 털복숭이라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스마트폰으로도 이런 이미지를 찍을 날이 올까요?
훌륭한 피사체는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그리고 좋은 장비는 사진에 가치와 맛을 더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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