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의 삶, 함께사는 공동체 타운하우스
얼마전 제주도에 갔다가 모 중앙 일간지에 국장으로 계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곧 사장이 되실지도 모른다고 옆에 있던 선배가 귀뜸하더군요. 그 분은 은퇴 이후 삶을 제주도에서 시작하기 위해 몇 해전부터 주택협동조합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긴 시간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마침내 올해 제주도에 노년을 함께 할 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마음 맞는 조합원을 모으는 일 부터 매주 회의를 하고 설계와 시공까지 모든 과정이 조합원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진 공동주택이라고 합니다. 단지 돈으로 사고 파는 집이 아닌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녹아 있는 집 입니다.
요즘은 협동조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물질이 만능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보다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자발적이며 자율적인 참여로 생겨난 협동조합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 아닐까요? 물론 단점도 없지 않겠죠.
제주도 가시리 공동주택 둘러보기
우여곡절을 겪으시면서 제주도에 만든 공동주택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처음에 공동주택이라고 해서 단순히 같은 집을 공유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것 같습니다. 공동주택이라기 보다는 타운하우스와 같은 공동체주택 개념인것 같습니다.
조용하고 깨끗한 제주도 표선면 마을에서 얼마간 들어가니 번듯한 타운하우스가 나타납니다. 드문드문 하얀색 페인트를 칠 한 건물들이 제주도의 파란 하늘과 제법 잘 어울립니다.
2014년 30명의 조합원이 모여 주택조합을 만들고 2016년에 제주도 표선면 가시리라는 마을에 16가구의 단독주택을 지어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가시리 공동체 마을은 16동의 단독주택과 조합원들의 사랑방이 1동, 도서관 1동, 임대주택이 1동 만들어졌습니다. 알고보니 제주도 가시리 마을에 지은 주택협동조합은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에서 나온 두번째 주택이라고 합니다.
30평 전후의 단독주택 16동, 커뮤니티하우스1동, 작은도서관1동, 셰어하우스1동
요즘 아파트 같은 공간을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있는 집을 직접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우징페어에는 그런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조립식 집 부터, 기성복 구입하듯 잘 고를 수 있는 집 까지, 집짓기의 열풍은 나날이 발전하는것 같습니다.
투자의 목적이 아닌 주거의 목적인 까닭에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집 짓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자본이 주도하던 기존의 주택시장에 대한 대안으로 생겨난 '주택협동조합'만 70여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제주 오시리가름협동주택은 2016년 제11회 한국농촌건축대전' 준공건축부문 대상(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공동주택이 위치한 마을은 제주도 표선면 가시리 라는 곳입니다. 그런데 공동주택의 이름을 '오시리가름'이라고 지었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가시리라는 마을 이름이 '간다'라는 의미가 연상되어 그 반대의 의미인 '온다'라는 뜻의 '오시리'와 마을안 동네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인 '가름'이 합쳐져 '오시리가름'이라고 붙였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라는 의미에서 입니다. 본래 '가시리(加時里)'는 시간이 더해진 마을 이라는 뜻인데, 원래 이름이 더 좋아 보이는건 저혼자 생각일까요. 표선면 가시리는 유채꽃으로 유명하고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 그리고 갑마장길이라는 둘레길이 유명한 마을입니다.
철근콘크리트구조의 2층 단독주택으로 지어진 주택은 개인 상황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지어졌습니다. 전체 평수에 비해 마당은 넓고 건물은 작게 지었습니다. 정원 가까이에는 툇마루가 있어 자연을 집안에 담았습니다.
넓은 통창이 자연을 방으로 불러 들였습니다.
2층 발코니의 모스입니다.
전망이 좋은 2층 발코니에서는 귤농장과 가시리 마을의 전경이 내려다 보입니다.
현재까지 하우징쿱이 진행했거나 진행한 주택은 총 9곳이라고 합니다. 1호점은 은평 구름정원사람들, 2호점이 제주 오시리가름, 3호점이 서대문 하나의협동조합주택, 4호점이 과천 문원공유주택, 5호점이 지축 여백공유주택, 6호점이 도봉 은혜공동체협동조합, 7호점이 수유 푸른마을협동조합주택, 8호점이 홍은공유주택, 9호점이 용인 테라스하우스까지 총 9곳이 진행됐거나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국장님은 아직 은퇴하시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새로지은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라고 하십니다. 사모님이 한번씩 내려오셔서 한달씩 머물렀다 가시는 정도라고 하네요. 그러면서 제주도는 습기가 많아서 노인들이 살기에는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니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또 제주도는 옛날부터 장수의 섬 이라고도 합니다. 팔순이 넘은 해녀가 여전히 물질을 하고 있을 정도로 건강한 노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습기와 바람이 많아 생활하기에는 열악할지 모르지만, 더 없이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버팀목이 아닐까 합니다.
제2의 인생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럽습니다. 삭막한 도시에서의 삶이 한 없이 싫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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