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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선자령에서의 하룻밤

아웃도어에서/캠핑 by 심심한사람 2016.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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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눈바람 대신, 혹독한 북서풍에 시달린 선자령 백패킹

한겨울 차가운 북서풍이 대관령 머리 위에서 동해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만나 눈 폭탄을 퍼붓는 곳,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이 많이 오는 곳, 지리에서 백두로 뻗어 올린 백두대간이 지나는 곳, 1천미터의 정상까지 무거운 등짐을 지고도 넉넉잡아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는 곳, 이곳에서의 하룻밤을 위해 서울에서 세시간을 달려 강원도 대관령으로 향합니다. 

 

선자령에는 이미 일주일 전 첫 눈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12월 첫 주, "어쩌면 함박눈이 올 지도 몰라" 라는 기대감을 안고 떠난 선자령 백패킹. 

결론은 눈은 없었고 초광풍의 바람만 실컷 맞고 왔습니다. 선자령 바람이야 너무 유명하니 이미 각오하고 간 터라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눈을 보지 못한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2016년 12월 3일 오후 4시, 새로난 제2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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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으로 빨리 갈 수 있는 TIP~

 선자령으로 오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관령휴게소에서 등산을 합니다. 그런데 선자령 숲 쪽으로 좀 더 들어간 곳에 성황당이라는 굿당이 있습니다. 차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 출발하면 선자령까지 5km 등산코스 중에 1.3km를 걷지 않아도 됩니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 등산로로 가다 보면 왼쪽으로 성황당 표지판을 따라 5분여 차를 타고 오면 성황당 주차장이 나타납니다.

20대 정도 주차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입니다. 한겨울 눈이 많이 올 때면 제설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들어와야 합니다.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루고 대관령의 산신이 됐다는 김유신 장군을 모신 산신각 입니다. 

 

대관령 재궁골 신라 고승, 범일 국사의 전설이 있는 성황당, 일년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음력 5월 5일 단오가 되면 아주 특별한 굿판이 열린다고 합니다.  

 

성황당을 잠시 둘러 본 후 4시 15분, 본격적인 선자령 트래킹을 시작합니다. 선자령 전망대길까지는 앞으로 3.9km를 가야 합니다.

 

국사성황당에서 숲길로 200미터를 걸어 오면 선자령 KT중계소로 가는 포장길과 만나게 됩니다.

 

공군레이더 기지를 뒤로 한 채 선자령으로 올라 갑니다. 

 

주차장에서 30분 만에 전망대 바로 아래 바위에 도착해 횡계쪽으로 넘어가는 해넘이를 감상합니다.  

 

사방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마지막을 불태우는 오늘의 해가 점점 잦아 들고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쪽의 풍경입니다.  대관령을 통과한 영동고속도로와 강릉시내, 경포호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보입니다.

 

주황색 노을 위쪽으로 선연한 피빛에 휩싸입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한참인데 이미 해가 져 버렸습니다. 될 수 있으면 해가 지기 전에 숙영지에 도착하는게 좋습니다.

 

 5시38분, 한 백패커는 선자령 정상 한 참 전에 불밝은 텐트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선자령까지는 암흑천지에 민낯을 할퀴듯 긁어대는 광폭한 바람과의 싸움, 6시 10분경 드디어 선자령에 도착 합니다.

 

무시무시한 바람과의 한판 싸움 시작

 

캠프 구축, 7시50분 저녁 시작, 고기를 먹는지 코팅을 먹는지 저런 프라이팬은 처음 봅니다.

  

한기 강한 텐트속에 리액터 하나 켰더니 금새 훈훈해 집니다.

 

어제의 기세 그대로 아침까지 불어대는 선자령의 바람, 동해의 일출은 한참 멀리 산뒤에서나 보이고, 붉은 기운에 만족합니다. 

 

인테그랄디자인 mk4, 싱글월이라 그나마 조용하게 잔 것 같습니다. 오른쪽 뒤로 저와 같은 텐트가 하나 더 보입니다. 

 

출입구에 우레탄 창이 있어서 오늘같이 지랄같은 바람이 불 때 활용도가 좋습니다. 

 

인테그랄디자인이 랩으로 인수된 후 생산된 mk4 텐트 입니다. 노란색도 이쁨니다.

 

 함께 험악한 밤을 보낸 텐트들 입니다. 

 

아침에 보니 선자령 여기저기에 30여동의 텐트가 쳐져 있습니다. 워낙 넓은 개활지다 보니 300동 3000동도 충분히 칠 수 있는 곳입니다. 

 

선자령을 상징하는 대형 풍력발전기가 윙윙 하고 돌아갑니다. 거인같은 풍력발전기가 없었더라면 선자령은 어땠을까요?

 

 

 

동그랗게 말아놓은 볏집단 뒤에서 바람을 피한 텐트들입니다. 

 

선자령 정상부 뒷쪽에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박지가 몇군데 있습니다. 오늘처럼 바람이 심한 날에는 최고의 명당이죠.

 

이렇게 쓰러져가는 텐트도 있네요

 

피츠로이텐트도 이쁩니다.

 

저 멀리 나홀로 텐트도 멋진 풍경이 됩니다.

 

선자령 정상에서 보는 풍경입니다. 풍력 발전기 팬이 활처럼 휘어져 있네요.

아침일찍 부터 자리를 정리하고 하산하는 백패커들 입니다.

 

 

 

 

선자령 야영금지에 대해...

작년이었을까요? 선자령에 갔을때 정상 아래에 입간판이 세워졌더군요.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야영을 금지하겠다"라는...  

그런데 지금까지 누가 야영을 못하게 막거나 한다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아침에 내려 오는길에 보니 곳곳에 몇군데 야영금지 펫말이 바닥에 패대기쳐져 있고, 현수막도 찢어져 있습니다. 누군가가 일부러 훼손한것 처럼 보이더군요. 정상으로 오르는 입구에는 CCTV도 하나 생겼습니다. 분위기가 점점 예전같지 않아 보입니다. 

 

 

선자령 백패킹 금지 관련글 보기

선자령 백패킹 금지에 대해...

 

 

 

능선을 내려와 숲속으로 접어드니 곳곳에 간밤을 지낸 텐트들이 보입니다. 이처럼 바람이 심한 날에는 숲속에 텐트를 설치하는것이 탁월한 선택 같아 보입니다.

 

 

길지 않은 길에서 말라버린 풀숲을 쳐다 봅니다. 생기없이 말라버린 장구채가 보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악기인 장구채를 닮았습니다. 

겨울이 되어야 눈에 보이는 노박덩굴의 빨간 열매입니다.

 

노박덩굴의 열매는 겨울을 나야 하는 새들의 먹이가 됩니다.

 

선자령 길에는 하얀 무늬가 인상적인 물푸레나무도 지천입니다.

 

겨울의 병꽃나무는 이런 모습입니다.

 

생기 발랄했다면 금방 알아봤을 녀석인데 바싹 말라버리니 이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머릿속에 뭔가 맴돌긴 하는데 떡 하니 이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제 한살이된 겨우살이 입니다. 

 

 

지금까지 전나무로만 알았는데, 분비나무라는 이름표가 보입니다. 같은 소나무과라서 혼동됩니다. 분비나무 가지 끝에 연초록 새잎이 났습니다. 봄도 아닌 이 겨울을 어떻게 견딜지 염려스럽네요.

 

1시간 30분 만에 국사성황당에 도착했습니다. 올라갈 때 보다 30분이 줄었습니다. 머지 않아 선자령은 흰 설원으로 거듭나겠죠, 이 겨울이 가기전에 다시 한번 올라봐야 겠습니다. 바람은 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관련글 보기 

겨울의 절정 선자령을 가다.

봄꽃따라 걷는 선자령 등산코스_두번째

야생화와 걷는 선자령 등산코스

야생화 천국 선자령

바람의 언덕 선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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