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맛집, 오산기지 미스진햄버거
언제부터인가 평택 미군기지 앞 수제햄버거집이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평택 맛집으로 들리기 시작하더군요. 방송에도 꽤 여러 번 본 것 같고 엊그제는 후배가 평택 햄버거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자기는 꽤 먹을만했다고...
햄버거 하나 먹자고 서울에서 평택까지 가는 건 아닌 것 같고 지난주부터 된통 감기를 앓아온 온 가족이 치료를 위해 평택과 가까운 화성 율암 온천으로 원정을 떠났습니다. 황토숯가마와 온천욕을 마치고 평택에서 유명하다는 '미스진 햄버거'를 찾아봅니다. 네비를 보니 미스진햄버거가 있는 평택 송탄과는 20km, 40분 거리입니다.
율암리에서 향남과 서탄을 거쳐 오산 공군기지까지 가는 편도 1차선 좁은 도로에 무슨 방지턱이 이리 많은지 여간 성가신 게 아닙니다. 방지턱의 수가 많을수록 동네 인심이 안 좋다고 했는데, 인심은 둘째치고 짜증 나는 길입니다.
밭두렁 같은 길을 40여 분간 달려가니 드디어 영어간판들이 나타나면서 오산공군기지 앞에 도착합니다. 여기는 한국인지 미국인지 별천지입니다. 오산기지 정문 앞이어서 그런지 미국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햄버거 가게는 오산 공군기지 정문 앞에 있습니다. 오산 공군기지는 한국공군과 주한미공군이 함께 사용하는 공군기지로 평택시 송탄에 위치했지만, 미군들이 발음상의 이유로 '오산'기지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오산기지 정문은 촬영금지라고 크게 붙여져 있어 소심하게 촬영을 포기했습니다.
얼마 전 이사했다고 하는 '미스진햄버거'가게입니다. 코앞에 오산 미군기지 메인게이트가 있어서 이태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복차림의 미군들과 외국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드디어 '미스진햄버거'에 들어갔습니다. 가게 안에는 여기저기 물건들이 쌓여있어 정돈이 필요해 보였고 통일되지 않은 메뉴판이나 벽면 부착물들이 어수선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제가 난독증이 있는지 몰라도 메뉴를 아무리 뚫어져라 봐도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햄버거 종류는 소고기, 돼지고기, 스페셜, 샌드위치와 핫도그로 나눠집니다. 저는 한참 동안이나 오더를 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불고기 치즈버거와 스테이크 치츠버거, 빅 스테이크버거 하나씩 주문을 했습니다. 햄버거 가격은 비싸지 않습니다.
왼쪽 할머니가 '미스진 햄버거'의 바로 그 미스진이라고 합니다. 등 뒤쪽으로 여자분이 딸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세 사람이 주방 안에서 쉴 새 없이 햄버거를 굽고 만들어 냅니다.
오래 걸리지 않고 주문한 햄버거가 포장되어 나옵니다.
햄버거 세 개에 15,000원
파란 햄버거 봉지를 들고 이제 집으로 갑니다. 가게 옆에 말대가리, 늑대대가리 등등 가면을 팔고 있네요. 그리고 동네 곳곳에 성조기가 펄럭이는 게 꼭 "박사모들이 오면 좋아하겠는걸"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음식이란 게 만든 즉시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는 법이라서 포장상태로 오래 있으면 눅눅해져서 맛이 변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1시간 30분이 지나서 개봉한 햄버거의 비주얼을 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햄버거 같은 음식들이 테이크아웃을 많이 하는 간식류 들이라 어련히 염두하고 만들었을까요...
유년시절의 기억을 자극하는 맛
미스진 햄버거에는 제가 어릴 적 학교 앞에서 팔던 그런 햄버거의 짙은 향수가 묻어 있습니다. 동그란 패티와 채 쓴 양배추에 마요네즈에 케첩 쭉~ 짜 넣은 소박한 햄버거입니다.
빵에 노란 치즈가 납작 붙어 있고 그 아래에 달걀프라이가 덥혀 있습니다.
달걀프라이 아래에는 스테이크인지 불고기 인지 모를 패티가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양배추와 오이피클 등이 있습니다.
촉촉한 햄버거 빵과 달걀프라이 비주얼이 남다르쥬, 생각보다 커서 잘라먹는 게 좋습니다.
꼬마도 맛있다고 좋아합니다.
두 번째 햄버거를 개봉합니다. 빵을 비집고 넘쳐나는 달걀프라이와 양배추가 식욕을 자극합니다. 불고기 치즈버거, 스테이크 치즈버거, 빅스테이크 치즈버거를 주문했지만 뭐가 불고기이고 뭐가 스테이크인지 구별이 안됩니다.
역시 칼로 자릅니다.
불고기인지 스테이크인지 모를 햄버거의 비주얼입니다.
미스진 햄버거를 먹고...
얼마 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수제 햄버거집에서 롯데리아, 맥도널드, KFC 같은 패스트푸드의 세련된 햄버거까지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다양한 햄버거들이 널린 세상입니다. 빈대떡 보다 햄버거가 더 흔한 세상에 굳이 고리적에나 먹었을 법한 '미스진 햄버거'가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새콤달콤한 소스와 적당히 아삭한 양배추에 피클, 고소하고 든든한 달걀까지 허투루 만들지 않은 정성이 깃든 수제 햄버거의 맛이 비결일까요? 아니면 햄버거의 중심인 고기패티가 맛있어서 일까요? 어찌 보면 요즘 수제햄버거나 브랜드 햄버거에 비하면 투박하고 별 맛도 없어서 한번 먹어보면 "뭘 이런 걸 먹으러 여기까지 왔나"하면서 좀 웃기기도 합니다.
뭔지 모를 고기패티에 양배추를 깔고 케첩과 마요네즈가 가득 뿌려진 80년대 길에서 먹던 바로 그 추억의 햄버거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가 아닐까요? 모든 게 부족했던 그때, 햄벅~ 하나면 간식에서부터 든든한 한 끼가 되었던 그 맛있던 기억이 미스진으로 발길을 끄는 이유는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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