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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 그 느낌 아니까~part 2

아웃도어에서/캠핑 by 심심한사람 201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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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한 굴업도 백패킹-두번째

며칠후면 그믐, 해는 이미 지고 달이 나올려면 자정은 되어야 한다. 개머리 언덕에 붙은 무당벌래같은 텐트 몇동, 저 멀리 수평선에 걸린 어선들의 집어등 불빛, 그리고 까만 하늘을 차지한 알알이 박힌 별들이 오늘 밤의 주인공이다.  

꼬마는 7시가 넘자 무거워진 눈꺼풀을 이기지 못해 침낭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꼬마에겐 오늘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으로 바다위를 가는 배를 탔었고 그것도 2시간을 넘게, 그리고 조금의 산행과 황홀한 노을의 풍경도 보았다.

그러나 나는 꼬마가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별,행성,지구를 보여 주고 싶었다. 

굴업도에 오면 볼 수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보인다. 그러나 나의 바람을 뒤로한채 골아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꼬마에게 보여줄 근사한 별을 찍어야 했다.

 

별과 텐트가 있는 풍경, 그 속에 잠든 사람들.

굴업도에서 본 은하수

 

별들이 지배하던 밤이 지나고 다시 해가 떠 올랐다.

파도는 잔잔했지만 날바람이 조금 불어왔다. 아내는 칼바람이라고 했다. 

 

아침 풍경, 그냥 넋놓고 바다만 봐도 좋다.

 

침낭을 싸 놓고 짐정리를 하는 사이 단잠을 자고 일어난 꼬마는 엄마를 괴롭히는 장난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은 역시 햇반에 즉석 짜장, 지금 까지 갔었던 캠핑,야영에서 이렇게 단촐한 식단이 있었나 싶다.

 

 

사실 자신이 없었다. 거의 모든 짐을 내가 지고 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40리터 배낭에 이것저것, 나는 침낭을 두개나 쑤셔넣은 115리터 배낭에 카메라2대, 삼각대, 꼬마까지 목에 태워야 할 걸 알았기 때문이다.

 

추억만 남기고 가는 등짐여행자들, 그들에겐 이곳이 어떤 추억일까...

네팔에서 온 오가닉 커피, 걸인의 밥 황후의 커피인 셈인가?

 

넉넉한 공간과 따뜻한 잠자리를 주었던 하루살이집

열댓번의 캠핑경력으로 폴대 정도는 척척 잘도 접는다.

결국은 이럴 줄 알았다. 배낭과 꼬마의 무게보다.

목을 짓누르는 압박이 고통 스러웠지만 모두 지나간 추억이다.

굴업도에 들어오는 나래호,평일임에도 다수의 등짐여행자들이 굴업도로 들어오고 있다.

 

나래호 2층 따뜻한 방에서 아주머니에게 얻은 과자를 먹으며...

 

덕적도에서 인천으로 가는 다음 배는 4시 30분이다. 두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얼마전 왔었던 둘레길이 생각났다. 으름덩굴이 지천이다. 한참을 찾은 후에야 몇개의 으름을 딸 수 있었다.   

6개중 아빠와 엄마가 하나씩, 나머지 4개를 후투투 씨를 뱉어 가면서 혼자 다 먹었다. 

 

바다를 끼고 난 절벽길이 아기자기 하게 아름답다. 힘들지도 않다. 이십분정도만 가면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나온다. 그런데 나무가 가려 전망대의 역할은 못 하는것 같다. 그냥 쉼터 정도가 좋겠다.

쉼터 까지 갔다 돌아 오는 정도만 해도 1시간은 후딱 지난다. 덤으로 나무와 풀들, 게다가 으름까지...

잠깐의 덕적도 산책을 끝으로 인천가는 배를 탔다. 인천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해져 온다. 바로 옆 주차장에 차가 대기중이다. 대중교통으로 왔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뻔 했다. 꼬마는 차에 타자 마자 역시 저 먼 꿈 나라로 가버렸다.

나중에 꼬마의 굴업도는 어떤거였는지 물어봐야 겠다.

 

 

아이와 함께한 굴업도 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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