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맛집 '봉평막국수'

서촌에서 막국수 먹기  

면을 좋아 한다. 주로 막국수, 냉면, 잔치국수 같은 가는 소면이다. 짜장면이나 짬뽕면,우동면 같이 굵은 면은 또 별로다. 서울에서 냉면이야 워낙 쟁쟁한 집이 많기도 하고 어딜가나 쉽게 먹을 수 있지만 막국수는 좀 다르다. 가평정도는 나가야 여기 저기 막국수 간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막국수 중에서도 가장 내가 좋아하는 곳은 가평 '송원막국수' 홍천 '친절막국수'정도이다. 

막국수 좀 한다는 집은 많이 가봤지만 이곳 만큼 내 입에 잘 맞는곳은 드물다. 

 

서촌을 한바퀴 돌고 지나가는데 누하동 사직공원 근처, 눈에 번쩍 뛰는 '봉평막국수'간판이 눈에 번쩍 띈다. 

"이동네 막국수집 잘 없는데"라며 한번 쓱 보며 지나간다.  옛날부터 종로엔 막국수집이 찾기 힘들었다. 있다 하더라도 그닥 이름있는곳이 아닌곳이다. 종로를 좀 벗어난 불광동 먹자골목에 있는 '봉평산골메밀촌'이 그나마 먹을만 했다.

 

처음 본 간판이었다. 최근에는 자주 와 보지 못해지만 오래된 집은 아니다. 막국수의 맛이 궁금하다. 

맛집인가? 전형적인 북방한옥집으로 손님들이 꽤나 많이 있다. 식당이 썰렁하면 괜히 들어왔나 싶은데...사람이 많으니 기대가 된다.     

 

 

가운데 마당위로 덧지붕이 덮혀 있는 전형적인 북방한옥이다. 왠지 전통있어 보이고 맛까지 있어보인다.    

 

 

점심부터 영업한다.

 

 

인사동 '고향집', 체부동 '토속촌', 서대문 '한옥집' 등 종로구의 많은 맛집들이 이런 한옥집에 있다.

 

 

 덧지붕을 덮은 전통북방한옥, 막걸리 한사발 하기 딱 좋은 분위기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그리 넓지 않은 방안은 거의 만석이다.

 

 

비빔막국수, 메밀새싹, 달걀, 김, 다대기, 상추, 비주얼은 그냥 그럭... 하긴 막 비벼먹는 막국수의 태생부터 비주얼이랑은 전혀 상관 없었다.

 

 

물막국수, 진한 육수에 오이채가 시원해 보인다.  여긴 사리추가가 없다. 메뉴판에 '양많이'로 주문하면 곱배기 정도로 나온다. 보통은 8천원, 양많이는 11,000원으로 좀 비싼편이다.

 

 

양많은 물막국수 한그릇으로 아내와 아들이 나눠 먹을 정도로 양은 많았다. 아들은 육수까지 싹 다 마셔버렸다.  

 

 

 

 

나는 비빔막국수를 먹었다. 앞에 내려놓자 마자 고소한 들깨향이 진하게 코속을 자극한다. 메밀싹의 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육수 또한 오랜시간 우려낸 맛이다.

그러나 막국수에서 가장 중요한건 '면발'이다. "아빠 이거 냉면이에요?"라고 아들이 물어본다. 메밀에 전분을 넣었는지 냉면 면발처럼 쫄깃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양념은 좀 매운편이다.  

 

 내가 좋아 하는 막국수의 면발은 이렇게 부드럽고 쫄깃함이 아닌 메밀과 밀가루가 적당한 비율로 반죽된 퍽퍽함과 쫄깃함의 중간정도 쯤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종로에서는 그나마 먹을만 한 집이다. 별 열개 중에 일곱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