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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등산코스)경주 남산이 들려주는 이야기

국내여행/서울 by 심심한사람 2015.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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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오르며 신라인의 숨결을 느끼다

 

산이 깊거나 빼어나지 않다. 그렇다고 식생이 다양하거나 특이할 것도 없다. 어느 지역 흔히 있는 뒷산의 느낌이다. 그러나 이 산은 천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곳곳에 보물과 문화재가 사람들의 눈과 발을 사로잡는다. 바로 경주 남산이다.


남산은 산이 낮고 여러 갈래의 등산로들이 뚜렷하게 나 있어 초행자들도 표지판 안내를 따라 찬찬히 산행이 가능하다. 금오봉과 고위봉을 중심으로 뻗어있는 남산은 남아있는 절터가 147개, 현재까지 발굴 조사된 유물만 729개로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지붕 없는 박물관

산행 시작은 주차 시설과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서남산의 삼릉과 용장골 입구, 동남산의 통일전 입구가 무난하다. 그 중에도 삼릉은 소나무숲이 아름다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초입부터 삼릉 주위로 구불구불 소나무의 향연이 펼쳐진다. 군더더기 없이 휘어진 소나무들이 마치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듯하다. 서로를 배려하듯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굽은 듯 힘차게 키를 올린 모습이 듬직하다.


우리 산행의 계획은 삼릉을 지나 상선암에서 목을 축이고 금오봉(468m)으로 오른 후 용장계곡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등산로에 유물이 가장 많고 여름에는 냉골이라 불릴 만큼 시원한 계곡인 삼릉골을 이용한 코스로, 넉넉히 6시간 정도를 예상했다.

등산로 초입부터 표지판이 잘 되어 있다. 노란색글자는 문화재 표시, 흰색 글자는 등산로 표시다. 남산은 산을 오르면서 고개를 들어 석불을 하나 만나고, 또 조금 걷다보면 바위에 새겨진 부처를 만나는 식으로 곳곳에 신라 시대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목이 없거나 일부 훼손된 불상들도 많다.

삼릉에서 5분을 걸었나. 머리가 잘린 석불좌상이 있다. 냉곡 석조여래좌상이다. 계곡 어딘가에 묻혀 있던 것을 1964년 발견하여 옮겨둔 것이라고 한다. 아마 머리도 계곡 어딘가에 파묻혀 있지 않을까. 당당한 가슴과 넓은 어깨만으로도 여전히 기품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삼릉계곡 선각육존불은 동서로 펼쳐진 넓은 바위 위에 선각으로 새겨져 있는 불상이다. 설법을 하고 있는 석가모니 삼존불, 아미타삼존불이 새겨져 있는데, 9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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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세월 안은 불상들

조금 가파르게 산을 오르자 화려한 연꽃무늬 대석을 배경으로 기품 있게 앉아있는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이 보인다. 화강암을 조각한 것이라고 하는데, 훼손되어 시멘트로 엉성하게 보수해놨던 것을 2008년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시멘트를 떼어 내고 불상의 턱과 뺨을 자연스럽게 복원했다. 천년 역사를 살아 온 오래된 불상에 세월의 흔적이 더해졌다.
용장사곡 삼층석탑은 자연암반을 다듬어 아래기단으로 삼아 마치 산 전체가 석탑이듯이 여기도록 만들어진 탑이다. 용장사의 법당터보다도 높은 곳에 세워져 마치 하늘에 맞닿을 듯 높은 기상을 보여준다.  

상사바위에서 내려 보이는 상선암 마애대좌불. 바위 벼랑에 새겨진 높이 7m의 마애불은 남산 에서 가장 큰 부처상으로 위용을 자랑한다. 자연 암반을 깍아 조각한 것인데, 머리 부분은 돋아져 있다. 남산의 불상들은 바위에 새긴 것이 아니라 바위 속에 숨어있는 부처를 찾아낸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마애대좌불을 보니 과연 고개가 끄덕여졌다.

 

따뜻한 남쪽, 신라인들의 소망

경주 남산의 이름이 남산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름 그대로 경주 시내 남쪽에 있다는 뜻이다. 서라벌로 불리던 시절부터 남산이라 불렸다. 나중에 남산의 두 봉우리를 따서 금오산, 고위산이란 한자 이름을 지도에 써 넣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그저 이 산을 남산으로 부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북산, 동산, 서산은 없어도 유독 남산이란 이름이 많은 이유는, 따뜻한 남쪽을 생명의 방향이라 여긴 뜻이 담겨있지 않을까.

수학여행부터 벚꽃여행, 가족여행까지, 경주는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들르는 여행지다. 그러나 막상 경주에 와서는 석굴암, 불국사, 첨성대 등 유명한 유적지만 들르기 바쁘다. 경주 남산을 한번 걸어 올라보면 어떨까. 서라벌 사람들이 그렇게 친근하게 여겼던 남산을 천천히 걸으며 가까이 마주하는 신라인들의 숨결을 느끼고 이야기를 들어보자. 여행이 더 깊고 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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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태종로 711번길 15(노서동) / 전화: 054-777-7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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