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으로 떠나는 이색 서울여행
골목과 마당이 역사의 현장인 고택 탐방
옛날부터 왕이살던 궁궐인 경복궁과 가까워 고관대작들 많이 살던 동네인 성북동입니다. 이곳은 아직까지도 고풍스러운 한옥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요, 그 가운데 특별히 일반인에게 공개된 한옥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최순우 한옥
성북동 언덕길 초입, 어느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서자 다세대 빌라들 사이로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옵니다. 대문 입구로 보이는 정갈한 마당 풍경이 들어서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가다듬어 주는 듯 합니다. ‘최순우 옛집’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내시고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쓰신 최순우 선생이 1976년부터 84년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집입니다. 주변 재개발로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것을 2002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시민의 기금을 모아 사들여 지키고 있는 문화공간인데요 하루 평균 100여명의 시민들이 찾는다고 합니다.
소박하고 고고한 한옥의 멋을 이야기하는 ‘최순우 옛집’ 성북동은 역사와 사람이 살아 숨 쉬는 동네입니다. 최순우 옛집처럼 골목과 마당이 박물관이자 역사가 되는 옛 집들이 많습니다. 곳곳에 옛 사람들이 머물던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살아있는 역사교과서를 읽듯이 이야기와 삶의 흔적을 찾아 탐방에 나서면 좋을 듯 합니다.
최순우 선생은 미술사학자이자 박물관 전문인으로, 한국의 도자기와 전통 목공예, 회화사 분야에서 한국미의 재발견에 힘쓰면서 많은 업적을 남긴 분입니다. 그가 살던 이 옛집은 화려함 보다는 생활에서 드러나는 멋과 소박함이 곳곳에 묻어 있는데요. 1930년대 지어진 도시형 한옥으로, 그윽하게 올라간 기왓장은 한복의 소매단배처럼 단조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선을 보여주고. 마당에 심어놓은 나무들조차 최순우 선생의 안목을 보여주듯 고고한 자태로 집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최순우 선생은 이 곳에서 그의 대표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집필했는데요. 한옥 내부에는 친필현판, 직접 모은 수장품 등을 모아 전시해 놓아 그의 흔적들을 더듬어 볼 수 있습니다.
최순우 선생의 서재입니다. 이곳에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쓰셨다고 합니다.
최순우 고택의 우물인데요. 특이하게 사각형입니다.
성북동고택, 방우산장
최순우 옛집을 나와 성북동 대로변으로 나서자 뜻밖의 조형물이 눈길을 끕니다. 바로 조지훈 시인의 집터 인근 도로변에 조성된 조형작품 ‘시인의 방-방우산장’입니다. 조지훈 시인이 자신이 기거했던 곳을 ‘방우산장’이라 부른데서 기인했는데, 이 곳에는 조지훈 시인이 생전 아끼던 시 ‘낙화’가 새겨져 있습니다.
방우산장이란 '마음 속에 소를 한 마리 키우면 직접 소를 키우지 않아도 소를 키우는 것과 다름 없나'는 '방우즉목우'의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조지훈의 사상을 담아 만들어진 '시인의 방은 조지훈을 기념하는 공간만이 아닌, 그가 바라보았던 삶의 공간이자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창조성이 만나는 열린 공간입니다.
큰길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조지훈 선생의 생가터가 있습니다.
성북동고택,수연산방
수연산방 현판을 내건 작은 대문을 들어서자 아름답게 정리된 작은 정원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정원 오른 쪽으로 대청마루와 안방, 사랑채로 이루어진 고택 한 채가 마당에서 돋아 올라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옛 세월의 흔적과 작가의 손때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어 고택의 멋스러움이 더해진 것 같습니다.
수연산방의 아름다운 작은 정원은 계절에 따라 여러 가지 빛깔을 달리하며 운치를 더하는데요, 소설가 홍명희와 함께 월북한 이태준 작가. 그가 이 곳에 오래도록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수연산방의 돌담입니다. 번잡한 대문 밖에 비하면 대문안은 시간이 잠시 멈춘 듯 합니다.
흙보다 푸르름이 더 많아서 진한 향내가 풍기는 마당입니다.
아담하고 고풍가득한 찻집으로 변한 수연산방입니다. 찾는 이가 많아 예약은 필수입니다.
우물보다 수도가 더 편리한 세상입니다. 우물의 뚜껑은 쉽게 열리지 않겠지요?
북향을 고집한 한용운의 심우장
수연산방에서 나와 언덕길을 좀 더 올라가면 만해 한용운 선생의 동상과 함께 심우장 안내판이 보입니다. 이 곳에서 50m가량 좁은 언덕길을 오르면 한용운 선생이 살던 집 심우장이 나옵니다.
1933년 지어진 이 집은 일부러 북향으로 지었다고 하는데요. 조선총독부를 등지고 일제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상징적 뜻이 담겼다고 합니다. 일제에 저항하는 삶을 살았던 한용운 선생. 그는 끝내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4년 이 집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한용운 선생이 쓰던 방에는 선생의 글씨, 연구논문집, 옥중공판기록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다.
시인이자 승려,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세겨진 시비입니다.
3.1운동때, 민족대표 33인 중 한분이시자 시인이셨던 만해 한용운
허물어져 가는 성북동 좁은 골목을 50미터 정도 올라가면 한용운 시인의 고택이 나옵니다.
성북구의 아름다운 나무로 뽑힌 심우장의 소나무입니다. 수령이 90년이라고 합니다.
서재로 쓰였던 작은 방에는 생님의 초상화와 친필이 전시돼 있습니다.
심우장은 전체 규모가 5칸에 불과한 작은 집인데요, 이곳에는 가운데 대청을 중심으로 왼쪽에 온돌방, 오른쪽에 부엌이 있고 부엌 뒤로는 식사 준비를 하는 공간인 찬마루방이 있습니다. 한용운의 서재였던 온돌방에는 심우장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 이름은 깨우침을 찾아 수행하는 과정을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한 불교 설화에서 따온 것이라 합니다. 심우장이 있는 성북동 일대는 1930년대 서울이 확장되면서 주거지로 개발됐는데요, 이 집은 당시에 어느 집과는 다르게 검소하고 소박한 구성을 보여 준다고 합니다.
만해 한용운 시인이 직접 심었다고 하는 향나무 입니다.
마당끝에 서면 성북동 일부가 보입니다.
댓돌 위에는 흰 고무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만해 선생님의 고무신일까요? 지금 방에 계실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마당 한켠의 솟대
양 언덕이 고요하여 일마다 한가하네.
은자가 자연에 도취되어 쉽게 돌아가지 못하는 구나
산사에 미풍일고 해는 트는 듯 한데
헤일 수 없는 짙은 가을 향기 선의를 때리누나.
만해의 친필 시라고 합니다.
성북동 고택 탐방 가는 길
지하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시내버스 1111, 2112, 마을버스 03 번을 타고 홍익대부속중고등학교 입구에 내리면 최순우 옛집부터 둘러볼 수 있다. 성북동 길을 따라 언덕길을 오르면서 수연산방, 심우장, 길상사까지 이어지는 성북동 역사탐방이 가능하다.
참고로, 최순우 엣집은 매주 화~토요일 10시~오후 4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최순우 옛집 : 서울 성북구 성북동 126-20 , 수연산방 : 서울 성북구 성북동 248 , 심우장 : 서울 성북구 성북동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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