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철길 간이역 오픈 파티
서울의 끝, 구로구 오류동에서 항동을 지나는 낡은 철길이 있습니다. 원래는 물자를 실어나르는 산업철도인데요, 언젠가 부터 열차의 기적소리가 뜸해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작년, 항동철길 옆으로 푸른수목원이 생긴 이후로 항동철길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이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됐고, 사진가들의 출사지가 될 정도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졌습니다. 그런데 언제 부터 철길을 따라 고물로 만든 깡통로봇이며, 벽화와 다양한 설치미술들이 등장했는데요, 항동 철길만으로도 충분히 걷는 맛이 있는데 여기다 상상의 나래를 펼 칠 수 있는 미술 작품들까지 볼 수 있어 깨소금이 듬뿍 뿌려져 고소함 까지 더 해 졌습니다.
며칠 전 집으로 오다 '간이역으로 떠나는 가을 나들이'라고 이쁜 글씨체로 쓰여진 현수막을 보았는데요, 이번주 토요일, 항동철길에서 간이역 오픈 기념 파티를 연다고 써 있더군요. 어떤 간이역을 세울까? 궁금하기도 하고 가을나들이도 하고 겸사 겸사 좋을것 같습니다.
마침 간이역 오픈 파티가 있는 토요일이 됐는데요 전날 저녁부터 내린 비가 아직까지 그치지 않습니다. 파티 준비를 위해 오랫동안 고생한 주최측은 힘이 빠지는 날씨 입니다. 오후 두시가 되자 두툼한 옷과 우산을 챙겨 아이와 함께 항동철길로 가 봅니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고 가끔씩 돌풍도 휘돌아 나갑니다. 철길에는 인적도 뜸 합니다. 최악의 날씨입니다.
철길을 따라 십분 정도를 걸어가니 푸른수목원 후문과 구로 올레길이 지나가는 곳에서 천막이 보이고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립니다. 오십여명 정도가 천막속에서 비를 피해 조촐한 간이역 오픈 파티를 하고 있습니다. 박수소리가 클 수록 노랫소리가 더욱 클 수록 비는 더욱 가열차게 내리기 시작합니다. 퍼붓는 빗소리가 꼭 "파티 망해라 파티 망해라~"라고 하는것 같습니다.
천막안에는 일일카페가 들어섰고, 기타보컬듀오 '채운'의 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근사한 간이역이 세워져 있습니다. 알고 보니 간이역을 만들고 이 행사를 주관한 '구로항아리'라는 구로구 주민들의 모임에서 항동철길에 미술작품을 설치했던 겨였습니다. '항동철길 아트레일'이라는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구로항아리는 앞으로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주기적으로 작품들을 교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작품이 바뀔때 마다 항동철길을 주기적으로 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항동철길이 수목원아파트를 지나 천왕산 사이로 들어 갑니다. 왼쪽의 파란색 설치물도 아트레일 프로젝트의 일환인가 봅니다. 비까지 오니 항동철길은 사람이 뜸 합니다.
행사는 두시부터인데 우리는 좀 늦게 도착했습니다. 이 빗속에 행사가 취소되거나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저 멀리 천막에서 노랫소리와 박수소리가 들립니다. 안심입니다.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던 코스모스도 오늘 비에 꽃잎을 떨굽니다.
기타보컬듀오 '채운'의 공연이 한창입니다.
철길을 사이에 두고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와 시민들이 공연을 보고 있습니다.
일일카페가 열렸습니다. 매상은 날씨 때문에 바닥이었겠죠?
따뜻한 더치커피 두잔을 사 먹었습니다. 따뜻해서 좋더군요.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삶은 달걀이 아닌 구운달걀 두개와, 사이다캔을 하나씩 주더군요.
기찻간에서 까먹던 찐달걀과 사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재치있는 선물입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밝게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감상 바랍니다.
해남에서 개성으로 가는 철길인가요? 상징적인 의미 같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경품 추첨이 있습니다. 우리는 추첨권을 석장이나 받았지만 모두 꽝 입니다.
점점더 퍼붓는 비에 노래공연과 행운권추첨을 끝으로 행사를 마칩니다.
기다란 철로만 덩거러니 있었던 항동철길에 간이역과 역장이 생겼습니다.
일주문같은 항동철길역입니다.
항동철길역의 '킁킁이 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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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동철길역 찾아가는 방법 항동철길은 천왕역 1번출구로 나와 5분쯤 직진해서 지구촌초등학교 앞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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