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찾은 용두산, 학창 시절 담담했던 기억들이 묻어 있는곳, 여전했다. 나무들이며 사람들이며 뒤로 우뚝 쏟은 타워도 그대로다. 장기두는 노인들, 간간이 보이는 노숙자들,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단지 세대가 바뀌었을뿐.
하늘로 쭉쭉 뻗은 큰 은행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니 고양이들의 집단 급식소가 있다. 한 아주머니가 사료를 주고 계셨다. 매일 6시30분이면 고양이들이 알아서 모인다고 한다. 고양이 뱃속시계가 꽤나 정확한가보다.
매일 열댓마리 남짓한 고양이들이 아주머니의 호의를 받는다. 그러나 이런 호의에도 끼지 못하는 녀석들이 있다.
2013/08/08 용두산
배를 채운 듯 한발치 물러나 입가를 정돈하고 있다. 낮선이의 시선도 대수롭지 않는 듯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하루이틀아닌데 뭘~"
검은 줄무늬가 잘 어울리며 젊고 딴딴해 보이는 이 녀석이 이 무리의 대장같다. 가장 먼저 식사를 하고 나서 주변을 요리조리 지켜보고 있다.
집단 급식 장소 근처에 회색빛 고양이가 살금 살금 다가와 앉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채,
이때, 대장 고양이는 몸을 일으켜 아주 낮은 톤으로 경계와 경고의 소리를 보낸다.
몸이 무거워 보이는 고양이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둘을 지켜보고 있다. 몸이 무거워서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계속 배를 땅에 깔고 있다.
순식간이었다. 대장 고양이가 회색털 고양이를 쫒아 버렸다. 그 옆에 있던 흰색 고양이도 덩달아 도망간다.
회색빛 고양이와 흰색 고양이는 어떤 관계일까?
이 상황을 별거 아닌듯 지켜보는 고양이들, 그러려니 하는 눈치들이다. 이 휀스 오른쪽은 고양이들의 생존공간인 숲이 있다.
무리에서 쫒겨난 고양이가 몸이 상당히 무거운듯 벌러덩 들어누워 휀스쪽 급식소의 고양이들을 쳐다보고 있다.
그들만의 냉혹한 법칙이 한편으론 인간들의 행태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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