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징글징글한 박근혜 최순실 일당 때문에 정치는 말 할 것도 없고 경제도 엉망입니다. 크리스마스고 뭐고 그 흔한 캐롤송 조차 듣기 힘든 상처 가득한 연말 입니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븐날, 아프고 시린 마음을 와락 보듬어 줄 것 같은 '영원한 나의 대통령'을 뵈러 봉하마을 다녀왔습니다.
7년전 이었나요, 비통하게 당신을 떠나 보내고 나서도 두달이 지난 후에야 님을 찾았습니다. 노란 리본 휘날리는 낯선 마을, 낯선 바위 절벽, 그 아래 님이 잠드신 넓적바위에서 분노의 슬픔이 한동안 끓어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두번째 찾은 봉하마을은 어느새 '민주주의의 성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잘 단장됐고 정리되어 좋아졌더군요. 그런데 당신이 꿈꾸던 그 세상은 언제 올까요? 해가 더 해갈 수록 당신이 만드시려 하셨던 '사람사는 세상'은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하는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그가 보고 싶은 날
20만개가 넘는 바람개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수수깡에 쓱쓱 접어 돌아가는 노란 바람개비 하나씩 손에 쥐어 줍니다.
흰국화 한송이, 노란 바람개비 하나 조문 채비를 다 했습니다.
철새 날아다니는 봉하마을 지도입니다. 작은 마을이어서 금새 눈에 익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초가집 생가 입니다.
마당이 넓어서 좋습니다. 생가 뒤편에는 퇴임후 지으신 집이 있습니다.
대통령님 나오세요~ 라고 외치면 금방이라도 나오실 것 같습니다. 봉하마을로 가셨을때 못 가본게 두고두고 후회로 남습니다.
생가앞 포토존입니다.
마을을 지나 노무현 대통령 묘역으로 가는 입구에 있는 '여민정'이라는 방문자 센터 입니다.
묘역으로 들어가는 길 바닥을 수 놓은 대리석 조각들입니다.
1만8천여 명이 넘는 국민들의 참여와 기부를 통해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글을 1만 5천여 개의 박석에 새겼다고 합니다.
독고탁,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입니다.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다"라고 하신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이희호 여사가 썼습니다.
1박5천여개의 박석을 디디고 걸어 들어갑니다.
묘역 중간에는 낮은 분향소가 나옵니다.
헌화와 분향을 한 뒤 잠깐의 묵념을 가집니다.
화장한 유골은 마을가까이에 안장하되 '아주 작은 비석'만 남기라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언에 따라 지하에는 안장시설을 하고 검소하게 남방식 고인돌 형태의 낮은 너럭바위를 봉분처럼 올렸습니다.
대통령의 묘소 주위에는 휀스가 쳐 져 있고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처음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묘소의 풍경이 생각나 사진을 찾아 봤습니다. 이때는 누구나 대통령님의 묘석을 만질 수도 있고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2009년7월의 봉하마을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한동안 앉아 있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부엉이 바위에서 본 노무현 대통령 묘역의 모습 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환경 오리농법으로 건강하게 자란 벼가 익어 가는 7월의 봉하마을 입니다.
2016년 12월24일 봉하마을
경건한 노무현 대통령 묘역입니다.
최순실 농단 이후 묘역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고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 추모의집 야외공간 입니다.
추모의 공간이 2009년에는 비닐하우스 였었는데 근사하게 만들어 졌습니다.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님을 떠나보냅니다, 대통령님이 언젠가 말씀하셨듯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또다시 '바보 노무현' 으로 살지 마십시오, 그래서 다음 세상에는 부디 더는 혼자 힘들어 하시는 일이 없기를, 더는 혼자 그 무거운 짐 안고 가시는 길이 없기를 빌고 또 빕니다. (한명숙 총리 추도사)
치열하게 살았으나
욕되게 살 수는 없어
벼랑 끝에 한 생애를 던진 저 한 점 꽃잎의 영혼을
하늘이여, 당신의 두 팔로 받아안아주소서,
(도종환 시인)
봉수대 근처까지올라갔다가 발길을 돌렸다.
내려오다가 오른쪽 부엉이바위로 갔다.
발아래 아내와 건호가 잠들어 있는 집과
복원 공사를 하는 생가터가 보였다.
봉하 들판을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들어 해가 떠오르는
남동쪽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일출 시간이 지났지만 두터운 구름과
자욱한 아침안개 때문에 아직 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곧 태양이 솟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리를 곧게 펴고 섰다.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 마을의 정겨운 산과
들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평화로웠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무현 대통령 자서전 '운명이다' 중에서...)
당신으로 하여금 튼튼한 나무가 되려 합니다.
추모의집 실내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영상들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추모관 전시실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품과 사진들이 전시 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선거에 사용됐던 포스터 입니다.
노무현 추모 1주기때 국민들이 남긴 노란 리본들을 모아 '바람으로 오라'라는 얼굴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인간 노무현의 인생을 볼 수 있는 사진들 입니다.
지금 추모관도 노무현 기념관과 도서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임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추모의집 건너편에 기념품가게가 있습니다. 엽서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추억할 수 있는 기념품들이 많으니 한번 둘러 보면 좋겠죠.
노무현 대통령의 책 들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우리농산물가게 봉하밥상과 봉하마을 친환경쌀방앗간
퇴임후 친환경 오리농법에 관심을 가지시고 농부로서의 삶을 사시기도 하셨죠. 그래서 유명한 봉하쌀을 사러 갔습니다.
10kg 봉하쌀 두포와 과자를 구입합니다.
다시 마을로 돌아와서 주차장 옆 봉하빵을 샀습니다. 보리빵인데 맛있습니다.
봉하마을 뒷편으로 돌아가니 벽화가 그려진 골목이 나옵니다. 잠깐 둘러보니 시골스러운 정감이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가 발표되는데요, 올해도 교수신문에서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어려운 한자어의 조합이려니 했는데 올해는 뭔가가 딱 제대로 꼿히는 사자성어 입니다.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강물이 화가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순자,왕제편>에 나오는 글이라고 합니다.
극과 극의 대통령을 생각해 보는 2016년 크리스마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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