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피어나는 꽃 앙스트블뤼테
살아가면서 불안이나 어려움에 직면했을때 곱씹어 생각해 봐야 할 자연의 해법 '앙스트블뤼테'
18세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가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역사상 가장 정교하고 풍부한 감정 표현과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바이올린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650여대 남아 있으며 , 이 중에 실제 연주되고 있는 것도 50대가 되며 악기 한대의 가격이 20~30억이나 된다고 합니다. 또한 어떤 것은 무려 172억에 경매에서 팔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10월에 익는 가문비나무의 열매는 흑색의 구형 모양으로 열립니다.
세계의 악기 제조사들은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악기제조법을 재현하려고 했지만, 전해내려오는 악기 제작비법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나무 나이테 전문가인 테네시 대학 헨리 그리씨노 마이어 교수와 기후학자인 컬럼비아대학 버클 박사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올린의 울림판이 가문비나무로 만들어진것과 그 시기의 기후환경을 분석한 결과 1400년에서 1800년 중반까지 유럽에서는 '소빙하기'가 지속됐고 그 중에서도 가장 혹한기였던 1645년부터 1715년까지 70년간 알프스에서 자란 가문비나무에 그 열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시기에 자란 알프스 가문비나무는 소빙하기의 극한 환경에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자, 극도로 부피생장을 멈춘 결과 나이테가 매무 촘촘하고 목재의 밀도가 균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런 가문비나무의 특징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이를 이용해 악기를 만들었습니다. 악기 명장의 제작 비밀이 독창적인 기술이 아니라 단지 특정 시기에 자란 가문비나무에 의존했기 때문에 악기제작비법을 전수하지 못한 이유라고 합니다.
가문비나무의 잎은 바늘모양의 사각형으로 약간 굽은 형태로 표면은 광택이 있는 짙은 녹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런 알프스의 가문비나무같은 현상은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습니다. 대나무는 뿌리번식을 하기 때문에 꽃을 피우지 않지만, 뿌리 번식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단 한번의 꽃을 피워 종자를 맺고 생명을 다 합니다. 또한 동양란과 전나무 등은 물이 부족하거나 혹한기 등으로 생존환경이 열악해지면 유난히 화려하고 풍성한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 소나무도 환경이 악화되어 죽음을 감지할 때 유난히 많은 솔방울을 만들어 마지막으로 자신의 종자를 퍼트립니다.
곡성, 죽곡면의 소나무(수령 170년으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유난히 많은 솔방울을 매달고 있는 소나무, 토양이나 환경이 척박해 죽음을 직면한 듯 솔잎이 누렇게 말라있습니다.
앙상하게 말라버린 가지에는 마른 솔방울만 한가득 달려 있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감지하는 순간 모든 생명체는 생애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생존이 위태로워질 경우 사력을 다해 씨앗을 맺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로 이어가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런 종족보존 현상을 생물학적 용어로는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라 고 합니다. 앙스트블뤼테는 독일어로 '불안속에 피는꽃'이라는 뜻으로 Angst(불안) + Blüte(개화)의 합성어 입니다. 죽음의 불안을 느끼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생애 최고의 절정을 만들어내는 역발상적이고 대담한 창조행위입니다.
이렇게 위기의 상황에서도 생애 최고의 앙스트블뤼테를 만드는 것이 식물 뿐만 아니라 인간도 포함됩니다. 불멸의 음악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천재적인 재능 덕분에 어릴때 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27세 무렵 작곡가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청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깊은 좌절과 자살까지 결심하게 되지만, 위대한 앙스트블뤼테의 꽃은 이 때 부터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1804년 교향곡 3번 영웅, 1805년 피아노소나타 열정, 1808년 교향곡 5번 운명, 1809년 피아노 협주곡 황제까지 베토벤의 작품 가운데 대작으로 평가받는 곡들은 대부분 청력을 잃은 이후 탄생했습니다. 특히 불후의 명곡으로 꼽히는 합창교향곡은 청력이 완전히 소멸된 시기인 임종 3년전인 1824년 작곡됐습니다. 불안 가득한 나날 속에서 창작에 대한 그의 간절함은 극에 달했고 죽음보다 더 깊었던 간절함은 장애조차 초월한 앙스트블뤼테의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동양의학에서도 앙스트블뤼테와 유사한 뜻인 회광반조(廻光返照)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사람이 죽기 직전, 잠시 온전한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말하는데, 임종을 앞두고 마지막 유언을 하기 위해 잠시 제정신이 드는 순간을 이야기 합니다. 마치 촛불이 꺼지기 전에 한차례 밝게 불꽃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이치 입니다.
삶의 고난과 시련앞에서 모든 사람이 앙스트블뤼테를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대로 좌절하거나 스스로 포기하기 때문에 우리 삶에서의 앙스트블뤼테는 더더욱 귀하고 아름다운것 입니다.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 옵니다. 그 순간 자포자기 할 것인지 아니면 앙스트블뤼테의 꽃을 피울지 자연의 지혜를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문비나무의 수꽃, 2~2.5cm 정도의 자홍색 또는 황갈색 빛이 나는 원주형 입니다.
가문비나무 : 중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란다. 높이 40m 이상이고 지름이 1m에 달하는 고산성 늘푸른바늘잎나무로서 수관이 원추형이며 수피는 흑갈색이고 비늘처럼 벗겨진다. 잔가지는 털이 없고 누른 빛이 돈다. 잎은 편평하고 선형으로 곧거나 구부러지고 길이 1∼2cm로서 횡단면은 렌즈형이다. 긴 타원형의 솔방울 열매는 길이가 40~75mm로 밑을 향해 달리며 가을에 황갈색으로 익는다. 겨울눈은 원추형이며 수지가 발달해 있다. 실편은 도란형 또는 마름모 비슷한 장타원형으로서 윗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펄프원료로 중요한 수종이다.
가문비나무의 열매와 수피의 모습
열매는 구과로 긴 원추형이며 아래로 축 늘어지게 달립니다.
가문비나무의 암구화수는 수정을 통해 연한 홍색의 장타원형인 열매가 됩니다.
높이 30~50m 정도 자라는 상록교목으로 줄기의직경은 2m에 수형은 원추형, 큰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고 작은 가지는 밑으로 처집니다.
오래된 가문비나무의 수피는 회색이며 작은 조각으로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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