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삼합, 그 경악스런 맛이란...
바다를 끼고 있는 전남 지방의 특산 음식으로 요즘에는 삭힌 홍어와 돼지수육에 묵은김치와 함께 홍어삼합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 졌죠.
전라도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커 온 탓에 홍어라고는 먹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서울살이 덕분에 홍어라는 그것도 곰삭은 홍어를 알게 됐고 맛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삭힌 홍어와의 첫 경험은 으흨~ 흡... 경악 그 자체 였습니다.
홍어의 참 맛을 깨닫다.
얼마전 충무로에 직장이 있는 선배를 만나러 갔었는데, 함께 나온 지인이 홍어삼합 맛집이 있다며 따라갔었습니다. 홍어 특유의 스멜이 부담스러웠던 나는 속으로 '하필 홍어냐'면서 원망이 부글부글 끓었 넘쳤었죠.
퇴계로 동국대학교 후문 근처에 있는 홍어와 돼지수육이 맛있는 '홍탁집'이라는 식당으로 동국대학교를 다녔던 지인이 학창시절부터 자주 가던 단골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이곳에서 지금까지 꼬릿해서 거북했던 삭힌홍어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톡 쏘면서 알싸한 삭힌홍어가, 홍어삼합이 먹을만 하다는 아니 아주 특별한 맛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입니다.
홍어에 중독되다.
그래서 또 갔습니다. 이번에는 홍어라는 말만 들어도 침샘이 폭발하고 눈물이 고이는 아내와 함께입니다.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직진하다 올리브영 다음 골목에서 30미터 정도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평범한 기사식당 분위기의 '홍탁과 보쌈'이라는 간판을 단 식당이 나옵니다.
이곳은 1959년 부터 3대를 이어 삭힌 홍어와 돼지수육을 팔고 있는 동국대 학생들에게는 맛있는 보쌈정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진주 같은 식당이라고 합니다. 드러럭 식당 문을 열자 삭힌 홍어 특유의 알싸한 향내가 엄습합니다. 4인 테이블이 8개 있는 1층과 좌식 테이블이 있는 지하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홍탁집은 좁다란 골목에 있기에 차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는 근처에 있는 필동면옥 부근에 주차를 한 뒤 280미터를 걸어 갑니다.
슈퍼 히어로 벽화 앞에서 기념촬영을 해 봅니다.
드디어 홍탁집에 도착했습니다. '홍탁과 보쌈'인지 '옛날5가 홍탁과 보쌈'인지 '홍탁집'인지 간판이 어지럽습니다.
삭은홍어와 돼지고기수육 김치가 나오는 삼합을 주문합니다.
옴메~ 역사가 대단합니다. 1959년부터니 58년째 입니다.
홍어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소화에 좋고 혈액순환과 기관지, 신경통, 관절염에 좋으며 장이 깨끗해지고 술독과 해독에 좋으며 담배독을 삭히는데도 특효랍니다.
홍어삼합이 나오기 전에 밑바찬들이 나옵니다. 달걀말이가 두툼합니다.
줄줄이 비엔나 쏘시지도 맛있습니다.
그리고 꼬마가 좋아하는 도토리묵도 나왔네요.
누릿누릿한 홍어만 보다 이렇게 선홍색 홍어는 처음 봅니다. 그리고 13일 동안 홍어를 삭히는데 이때가 가장 식감이 좋고 합니다. 본토박이 전라도 처럼 푹 삭힌건 먹기가 힘들고 지금이 저에게는 딱 먹기 좋습니다.
혀 끝을 톡 쏘는 알싸한 맛과 코가 뻥 뚫리는 암모니아 향에 오도독 씹히는 식감, 그래서 홍어는 삭혀야 제 맛이라고 하죠.
부드러운 살코기와 돼지비계가 적당히 섞인 돼지수육과 보쌈김치는 '홍탁집'이 대표 메뉴라고 합니다. 단돈 6천원에 푸짐한 보쌈정식을 먹을 수 있으니 동국대학교 학생들에게는 숨은 진주 같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홍탁집에서 나오는 홍어는 수입산이 아니고 인천에서 가져온다고 하더군요. 흑산도 홍어는 아닌것 같습니다.
오늘 잡은 홍어의 간인 '홍어애' 입니다. 프랑스의 푸아그라와 비교하기도 하는데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상상이상입니다.
비주얼은 토할것 같은데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면 우와~ 형언 불가 입니다.
매콤 새콤한 특제 양념 입니다.
특제 양념을 푹 찍어 입에 넣으면 혀 끝을 톡 쏘는 알싸한 맛과 오도독 씹히는 식감에 막걸리 생각이 절로 납니다.
홍어삼합을 만드는 방법은, 묵은지를 가장 아래에 깔고 그 위에 특제양념장에 찍은 삭힌 홍어를 올린 후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돼지수육에 마늘과 아삭한 양배추를 올려 먹습니다.
이렇게 홍어를 삼합해서 먹으면 홍어의 식감도 좋게 하고 지용성 영양분의 흡수를 돕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쎈 암모니아의 향이 적당히 중화되어 삭힌 홍어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한번 시도해 볼 만 합니다.
홍어를 먹지 못하는 꼬마도 돼지 수육과 보쌈김치, 달큰한 시레기국에 달걀말이와 비엔나 쏘세지 볶음에 도토리무침으로 밥 한공기 뚝딱 해치웁니다.
첫 방문때 먹었던 병어회 입니다. 흰살 생선회는 딱히 좋아 하지 않지만 뼈 채 씹어먹는 병어회는 기름기가 많아서 고소하고 맛있더군요.
삭힌 홍어 만큼 호불호가 극명한 음식도 드물죠, 저도 얼마전 까지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음식이었으니 말입니다. 알싸하게 삭힌 홍어삼합을 한 입 가득 넣고 꼭 꼭 씹으니 진정한 미식가가 된 듯 합니다.
자칭 미식가라면 곰삭은 홍어 정도는 먹을 수 있어야 하겠죠?
집에 가는 길, 홍어 냄새가 창 밖 까지 나는지 누군가가 코를 벌렁 벌렁대며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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