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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봉정사에서 천년을 보다

국내여행/경상도 by 심심한사람 2018.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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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주 부석사를 돌아보고 영주 시내에서 1박, 오늘은 안동 봉정사로 향했습니다. 부석사에서 봉정사까지는 남쪽으로 한시간 거리 입니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입니다. 영주나 안동은 올 일이 잘 없기때문에 한 번 오면 두루두루 돌아보아야 합니다. 

안동 봉정사는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되기 전 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던 절 입니다. 절 꽤나 다녀 봤다고 스스로 자부 해 왔는데 "이렇게 유명한 절을 왜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하는 자괴감이 들면서 심한 궁금증이 몰려 왔습니다.  

봉정사 창건 설화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 입니다. 의상대사가 도술을 부려 종이 봉황을 날렸는데, 이때 봉황이 내려 앉은 곳이 지금 봉정사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신라때 개척스님들은 연꽃도 날리고 종이 봉황도 날리고 주로 뭘 날려서 절 터를 찾았나 봅니다.

유명한 천년고찰들을 보면 주로 의상대사, 원효대사, 도선국사, 서산대사, 자장율사 같은 고승들이 창건한 절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의상대사와 원효대사가 세운 절의 숫자는 수십 수백개는 될 정도로 압도적 입니다. 천년 전, 길도 없는 첩첩 산 중에 집 한채 짓는게 얼마나 힘들고 오래 걸렸을까요? 평생 살면서 집 한채 짓기도 힘든 시절이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 수백개의 절을 어떻게 지었을까 궁금합니다. 직접 도술을 부려 절 터를 찾고 건축에 관여했을까? 아니면 이름만 올렸을까? 

몇몇 자료를 찾아 보니 고찰의 창건 설화는 일종의 홍보 마케팅과 관련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원효나 의상같은 유명한 스님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시지 않고 거처를 옮겨다니며 수행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니 전국 방방곡곡 발 길이 닿지 않는 절이 없었겠죠. 고승들이 잠시 머물다 간 곳도 모두 그 스님들의 창건이라고 역사를 윤색했다고 합니다. 일종의 유명인 마케팅인 셈이죠.

봉정사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 길 옆에 뿌리를 드러낸 느티나무 고목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느티나무 뿌리 아래 쪽으로 길이 나 있습니다. 원래 흙 속에 있던 느티나무뿌리가 길이 나면서 토양이 유실되어 뿌리가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느티나무 고목은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바위를 악착같이 붙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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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봉정사는 1999년 4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찾은 절로도 유명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건축물을 보고 싶다는 말에 봉정사를 안내했고, 그 때부터 봉정사가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이 소나무 숲길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다녀간 길이라고 해서 '퀸스 로드'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스팔트만 벗겨내면 훨씬 멋 스러울것 같습니다. 

 

안동 봉정사에서 천년을 보다

안동 봉정사는 예천과 경계에 있습니다. 네비가 안내해주는 곳을 따라 얼마간 가니 작은 마을로 접어 듭니다. '축 유네스코 등재'라는 현수막이 주차장에 걸려 있고 산길 입구에 매표소가 있습니다. 주차장도 크지 않고 흔한 기념품 가게도 없는걸 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절은 아닌듯 합니다. 

표를 끊으니 윗쪽에도 주차장에 있다고 차를 타고 올라가라고 합니다. 양쪽으로 아름드리 나무 숲 사이로 이백미터 정도 올라가니 일주문이 나타나고 그 앞쪽으로 열대 남짓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이곳에 차가 가득 차면 매표소에서는 걸어 와야 한다고 합니다.   

일주문에서 백미터 정도를 더 올라가야 봉정사 경내가 시작됩니다. 경사가 살짝 있지만 거리가 짧아서 꼬마들도 쉽게 올라 갈 수 있습니다. 

천등산 봉정사 일주문 입니다. 오래된 숲의 풍경입니다.  

봉정사 경내 안내도 입니다. 건물이 몇 채 안되는 작은 사찰 입니다.

봉정사는 크고 작은 전각이 열 채 정도 되는 작은 절 입니다.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정문격인 만세루를 통과하면 대웅전 앞마당이 나타납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극락전이 있고 오른쪽은 스님들이 공부하는 무량해회 건물로 나뉘어 있습니다. 

봉정사가 유명해진 이유가 바로 극락전 때문입니다. 봉정사 극락전은 국보 15호로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 오래된 목조건물입니다. 1972년 보수공사를 하던중 부석사 무량수전보다 앞선다는 기록이 나왔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부석사 무량수전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아는 사람들이 많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봉정사 극락전

세계문화유산등재를 경축하는 현수막이 붙은 봉정사의 정문인 만세루 입니다. 

세월에 닳고 닳은 만세루의 굵직한 기둥을 한 아름 안아 봅니다. 

만세루 계단을 오르면 봉정사 대웅전이 나타납니다. 천정이 낮아 잘 못하면 머리를 부딪힐 수 있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자연스럽게 머리를 숙이게 되네요.  

12세기 중엽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고 오래된 건물, 봉정사 극락전 입니다.국보 제15호 이기도 합니다. 1972년 내부 수리 당시 단청을 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외관만 보면 세월의 흔적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극락전 현판입니다. 광서 8년 임오년(고종 9년, 1882년)6월에 개채, 즉 단청을 새로 입혔고, 병인년(1886년) 4월에 송파동몽이 썼다고 합니다. '송파'란 안동 권씨 권행의 15세손 송파 권인을 말하며 동몽은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극락전은 주불로 아미타불을 모시고 있습니다. 내부 천정을 보니 비로소 세월의 흔적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 난 후 보니, 실내 촬영 금지라고 써 져 있네요.

봉정사 대웅전, 가운데 석가모니불, 양쪽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모시고 있습니다. 

봉정사 주법당인 대웅전은 현존하는 다포계 건축물로는 가장 오래된 건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사료가 없어 정확한 연대를 알 수는 없지만, 1962년 건물일부를 해체 수리할 당시 발견된 묵서명으로 볼 때 조선 초기의 건물로 추정하며, 조선 초기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해서 보물 제55호로 지정됐다가, 2009년에 국보 제311호로 승격 됐습니다. 

대웅전 내부 천정은 화려한 꽃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당간지주

스님들 공부도 하시고 템플스테이도 하는 고택같은 느낌의 '무량해회' 건물 입니다. 억겁의세월이 흐른 후, 바다에서 다시 만난다는 뜻 인가요?

봉정사를 둘러 본 후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주변 식당 검색하니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녀간 식당이 검색됩니다. 봉정사에서 가까워서 한달음에 달려갑니다. 안동간고등어와 산채비빔밥 등을 파는 분위기 묘한 식당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녀간 곳이 아니라 엘리자베스 여왕 사진이 걸려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 인심이 너무 좋으시고 반찬도 맛있고 간고등어도 촉촉하고 훌륭했습니다.   

식당 상호는 '별천궁'이라고 합니다.

문제의 그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방문, 이 아닌 방문 사진이 걸려 있는 식당 입니다. 정말 엘리자베스 여왕이 왔어도 후회 없을 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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