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 선정된 덕고개 당숲
경기도 군포, 갈치호수에서 수리산으로 넘어가는 나즈막한 언덕길, 이 길을 옛날에는 덕고개라고 불렀나 봅니다. 덕고개 중간즈음 가면 꽤 오래된 숲이 나오는데, 이 숲이 '덕고개 당숲'으로 군포8경중 4경에 속한다고 합니다.
왜 덕고개일까? 하는 궁금증에 네이버 백과사전을 펼쳐 봅니다. 크고 중요한 곳에 '덕(德)'자를 붙여 불렀다고 합니다. 덕고개는 높지 않지만 중요한 길이 었나 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천연두에 죽은 시체를 덕대(들것)에 얹어 이 고개에 갖다 놓았다는데서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당숲 가둔데 떡 하고 서 있는 굴참나무 입니다. 굴참나무는 황벽나무, 개살구나무와 함께 3대 코르크 나무 중 하나로 코르크층이 두껍습니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는 굴피집의 재료로 섰죠.
덕고개와 당숲 이야기
옛날에는 천연두를 '마마' 또는 '호환마마'라고 불렀죠, '호환'은 호랑이 한테 물려 죽는걸 말 하는데, 천연두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호환까지 붙여 '호환마마'라고 불렀을까요.
조선시대 가장 무서운 질병인 천연두는 100%발병에 그 중 20%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전체 인구의 50%가 아동기 이전에 사망했는데 아동 사망의 40%가 천연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저 또한 어릴적 천연두 예방을 위해 맞은 불주사의 공포와 어깨에 남은 흉터가 여전히 생생 합니다. 1979년 이후 천연두는 지구상에서 박멸됐고, 1979년생 이후 로는 어깨에 주사 자국이 없다고 합니다.
이야기가 딴 길로 샜네요...
중요한 길이 되었던, 천연두 시체의 무덤이 됐던 '덕고개'라는 지명은 전국에 무수히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경기도 군포 덕고개에 있는 '당숲' 이야기 입니다.
덕고개 당숲은 당집이있는 숲을 말하는데요, 숲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좁은 공간에 서어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너도밤나무 등 수백년은 됨 직한 고목이 60여 그루 자라고 있습니다. 조선 효종의 다섯째 딸인 숙정공주 내외의 묘가 당숲 부근에 있어 개발의 광풍을 비켜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0년 부터 '생명의 숲' 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 보존하고자 하는 캠페인인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003년 '보존해야 할 숲' 부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길에서 고목을 따라 삼사십 미터 쯤 들어가면 산으로 치고 올라가는 커다란 바위가 나오고 그 아래로 고깔모양으로 이은 볏짚이 나타납니다. 당숲 옆에 있는 '도시농부학교' 학생? 에게 여쭤보니 이것이 '당집' 이라고 합니다.
당집이라기 보다는 집을 보살피는 터줏대감을 모신 '터주가리'에 가깝습니다. 터주가리가 당집의 역할을 대신하나 봅니다.
길이는 길어봤자 50미터, 폭은 넓어봤자, 10미터가 될까 하는 골목숲 입니다. 왼쪽으로는 철조망과 주택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도시농부학교와 텃밭이 있습니다. 눈을 지긋히 감고 100년, 200년 전의 당숲은 어땠을까? 하고 머릿속으로 그려 봅니다. .
덕고개 당숲의 나무들
오래된 숲에서 볼 수 있는 서어나무, 천이의 마지막 단계인 극상에 있는 나무입니다. 울퉁불퉁 근육같아서 영어로는 머슬트리 (muscle tree)라고도 합니다.
콜크층이 두꺼운 굴참나무 수피와 하늘 가린 당숲,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도 당숲은 언제나 그늘지고 시원합니다.
밝은 대낮에도 당숲에는 한 줄기 빛 만이 간신히 통과 할 정도로 우람한 나무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습니다.
고깔모자를 쓴 터주가리 당집의 모습 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인 좁은 골목 당숲 입니다. 덕고개 당숲의 절정은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그리고 해가 낮게 뜬 아침 시간의 풍경이 좋다고 합니다.
여름이 가고 숲이 울긋불긋 할 때 다시 들러야 겠습니다. 백년의 숲 당숲 단풍을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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