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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길을 걷다.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by 심심한사람 2018.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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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서울대수목원에서 숲치유 체험하기

몇 년전, 찜통 더위 속에 관악산에 갔었던 적이 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남쪽 경기도 안양으로 이어지는 관악산과 삼성산, 그 사이를 지나는 나즈막한 무너미고개를 넘어갑니다. 어디선가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면서 "서울에도 이렇게 좋은 계곡이 있었구나"라는 감탄이 나올 만큼 훌륭한 계곡을 만났습니다. 이 계곡이 삼성산에서 발원해 안양천, 한강, 서해로 이어지는 삼성천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계곡을 따라 안양 방면으로 얼마간 내려 가다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납니다. '일반인 출입금지' 팻말과 함께 '서울대학교 수목원'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더 이상의 전진은 불가 했고 우회로를 따라 돌아 내려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갈 수 없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왠지 정령이 살고 있는 신성한 숲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신비함 가득한 서울대학교 수목원이 궁금했지만, 일반인 주제여서 실망했었던 기억이 그 뒤로도 한참이나 들었던 기억입니다. 

그 이후로 서울대수목원의 기억을 잊지 않았으며 호시탐탐 탐방의 기회를 엿 봤습니다. 그러던 차, 올해 6월 부터 서울대학교 수목원이 일반인에게도 공개된다는 희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학술에서 치유로 , 숲에서 살리다.

지금까지 학술목적으로 이용됐던 서울대수목원을 안양시에서 기본 시설들과 숲 프로그램 들을 만들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갈 수 있는것은 아니고 사전에 '안양시 산림복지통합예약시스템'에서 예약을 한 사람에 한해 서울대수목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숲 프로그램은 숲치유, 숲태교, 유아숲, 숲해설이 있는데 지금은 숲치유 프로그램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오후로 나눠서 진행되며 1인 2명 까지 예약이 가능합니다. 한 회에 15명이 정원이라고 합니다. 이용료는 무료 입니다.  

시작 한지 이제 한달 밖에 되지 않아서 홈페이지 접속해서 본인인증 받는 절차가 복잡하지만 예약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 예약 경쟁이 만만찮을것 같습니다. 

오늘의 숲치유 프로그램은 지극히 프라이빗한 정령의 숲길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하는 숲치유 프로그램을 위해 서울대식물원 안의 '포레스트 로비'에 모입니다.

포레스트 로비에 있는 소나무에서 '리기테다소나무'라는 이름표를 발견했습니다. 리기다 소나무는 알지만, '리기테다'는 처음 듣습니다. 리기다 소나무에 비해 옹이도 없이 늘씬하게 하늘로 쭉쭉 뻗어 있는 모습이 멋진 소나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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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프로그램에 참석한 13분들이 모여 숲치유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몸 풀기를 해 봅니다. 그리고 바로 뒤로 난 좁은 숲길로 들어 가 봅니다.

첫번째 미션은 숲 사진 찍기 입니다. 선생님이 색색의 종이 액자를 하나씩 나눠 주며 이 속에 본인이 좋아하는 숲 속의 풍경을 담으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발 길이 많지 않은 길이여서 인지 바닥에는 어린 질경이들과 이끼들이 초록초록합니다.

숲속 돌무더기 가에는 산수국이 앙증맞은 헛꽃을 피웠습니다.

참석자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는 동안 선생님은 조용히 숲길을 걷고 계시네요. 

자연을 닮은 선생님의 뒷 모습을 숲길과 함께 액자속에 넣어 봅니다.

각자 찍은 사진 중에서 한 장을 선택해서 이야기 해 봅니다. 

숲속에서 '하트'를 찾았습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등으로 뽑힌 작품입니다.

우산나물도 기다란 꽃대를 올리고 화사한 꽃을 피웠습니다.

옻나무와 한 가족인 안개나무도 보입니다. 붉고 엉성한 솜사탕 같은 꽃을 피웠습니다.

하늘위로 손을 쭉~뻗고  갈 '지' 자로 쑥 쑥 걸어 갑니다.

숲속의 귀염둥이 산호랑나비 애벌레도 관찰하고, 취각에서 나는 냄새도 맡아 봅니다.

멀리서 봤을땐 무슨 꽃인지 긴가민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노각나무의 소담한 꽃 이었습니다.

내가 집착하는것? 내가 지금 꼭 하고 싶은 것? 최근 최고로 화났을때? 첫사랑의 추억? 등등 이야기 해 봅니다.

삼성천 다리를 건너 다음 숲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서 부터는 맨발로 걷습니다.

흙길은 흙길대로, 돌 길은 돌 길대로 아프기도 하고 편하기도 합니다. 나 자신을 자연에 맡겨 봅니다. 

푹신푹신한 융단을 밟는것 같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온 몸의 감각이 발바닥에 집중 됩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길 가장자리 이끼를 따라 걸어 봅니다. 카펫위를 걷는 느낌이 들더군요.

길 한가운데 뚫어 놓은 두더쥐 구멍 입니다.

대벌레도 만났습니다.

왠 폐가? 가 나옵니다. 1967년에 조성됐던 서울대식물원의 폐 관사라고 합니다.

귀신이 나올것 같이 음산합니다.

오늘의 마지막 프로그램, '피톤치드 취침명상'입니다. 16개의 1인용 텐트가 미리 설치되어 있습니다. 각자 원하는 텐트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부드러운 흙 위에 푹신한 매트리스를 깔고 텐트속에 누워 오로지 나만의 생각을 해 봅니다.

텐트속 명상 시간을 마치고 나오자, 테이블에는 꽃무더기와 찻잔이 놓여 있습니다.

선생님이 수정을 마치고 떨어진 노각나무 꽃들을 주워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 뒀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제 할 일을 다 하고 떨어진 꽃을 보면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합니다.  마음이 울쩍~ 합니다.

선생님이 주시는 따끈한 오록차에서 차꽃향이 납니다.

오늘 프로그램은 9시30분 부터 11시30분까지 2시간 예정이었지만, 12시가 조금 넘어서 끝이 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바로 나~"  오늘 프로그램 참석자들이 엄지손을 동그랗게 맞잡고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짧았던 3시간의 숲치유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과도한 스트레칭으로 어깨는 살짝 결렸지만, 기분은 더 할 나위 없이 좋아졌습니다.  

정문으로 나가는데 큰 길로 내려오는 등산객을 만났습니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관악산 무너미고개에서 서울대수목원 후문을 통해 들어왔다고 합니다. 일반인들도 후문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는 약 1.6km의 큰 길을 통과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밧줄이 쳐 진 큰 길 이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수목원의 보물들은 큰 길을 벗어나야 볼 수 있습니다.

사진촬영도 금지네요.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 전체 안내도 입니다.

 

일반개방에 맞춰 지어진 관악수목원 본관 건물 입니다.

층고가 높은 실내는 한옥처럼 지었네요.  

넓은 공간에는 숲사진과 종자들이 전시되어 있고요.

세밀화도 몇 점 걸렸네요. 이제 완공된 본관 내부는 거의 텅 빈 상태 입니다.

수목원 주차장은 사전예약자는 무료 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안양파빌리온과 김중업박물관, 안양예술공원까지 둘러 볼까 했지만, 서울대수목원을 본 것 만으로 꽉 찬 느낌이여서 나중을 위해 남겨 두기로 합니다. 

심신이 지쳐 있거나 숲을 좋아하는 분들은 서울대수목원에서 숲치유 함께 하기를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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