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범람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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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 후 복구중인 안양천

이번 여름 서울에 3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리고 물난리가 났을때, 마침 지방 출장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의 심각했던 사정들을 TV뉴스를 통해 보아야만 했습니다. 며칠간의 출장을 마치고 서울에 복귀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쨍쨍합니다. 그런데 폭우가 쓸고 지나간 상흔들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목감천이 범람해 차도까지 물이 넘쳤고 옆에 있는 큰 식자재 마트가 물에 잠겨 여전히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대가 낮은 건물의 지하실에서는 양수기로 물을 퍼 올리는 광경들이 이번 폭우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여 주더군요. 

저는 휴일이면 목감천에서 안양천을 따라 10km 런닝을 하곤 합니다. 일주일만에 런닝을 위해 목감천으로 내려 갔습니다. 천변 버드나무 꼭대기에 온갖 쓰레기들이 걸려 있어 범람의 흔적을 보여주더군요. 

그런데 보행로나 자전거도로는 청소를 했는지 깨긋합니다. 러닝을 시작하고 얼마간 달리니 구청에서 나온 사람들이 진흙 덥힌 보행로에 고압 호수로 물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노고로 보행로가 깨끗해진거였습니다. 

목감천을 넘어 양안천 합수부에서 부터 처참한 장면들이 여기 저기 나타납니다. 천변에 심어놓은 꽃들은 흔적도 없이 쓸려 가고 나무들도 모두 바닥에 누웠습니다. 안양천 파크 골프장은 엉망 그 자체 입니다. 푸르던 잔디밭은 뻘밭이 됐습니다. 홍수에 떠 내려온 커다란 쇼파가 둔덕위에 올라 앉았습니다. 

그리고 고척동 농구장과 야구장은 완전 초토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군인장병들과 자원봉사분들이 여기 저기 에서 수해복구를 위해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이 지경에 달리기 하러 나온 스스로가 창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양천 범람
안양천 야구장 휀스가 상류에서 흘러온 쓰레기더미에 쓰려진 모습 입니다.

자연하천과 인공하천

올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안한 범람이 자연 재해 인지 인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그대로 일때, 가장 강력한 재생능력을 가진다는 것은 확실 합니다. 비가 오고 홍수가 나고 가뭄에 강바닥이 갈라지는 것 또한 자연의 한 부분 입니다.

이런 자연 하천에 보를 만들고 강바닥을 준설하고 시멘트로 강벽을 쌓아 올립니다. 그리고 천변에는 정원 처럼 철마다 튤립이며 장미며 핑크뮬리에 온갖 이름도 생소한 원예 화초들을 심고 물을 주고 가꿉니다. 

하천은 집안의 정원이 아닐진데 매년 수 많은 인력과 엄청난 세금을 투입해 보기 좋은 정원으로 가꾸려고 합니다. 이렇게 계획적으로 심어진 원예 화초들은 대부분 자연 번식을 하지 못하는 불임 화초들 입니다. 번식 즉, 수분을 하지 않아도 되니 대신 오랫동안 꽃을 피울 수 있어서 한 철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제격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원을 가꾸기 위해 매년 철마다 이런 화초들을 심어야 하고 관리해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것 입니다. 각박한 도심속 아름다운 풍경과 사진 몇 장 값으로는 너무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자체들 마다 경쟁적으로 화려한 정원을 만들어 홍보하는 그 이면에 어떤 업자들이 있는지는 말 안해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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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임에도 수해복구에 투입된 군인장병들

이곳은 올해 봄에 시민과 기업의 후원으로 조성된 장소 입니다. 미루나무, 사시나무 같은 나무들을 심었던 장소 입니다. 

반은 쓰러지고 반은 가지가 꺽인채 엉망이 된 모습 입니다.  

파크골프장 수해복구

파크골프장도 범람을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커다란 쇼파가 나무가지에 걸려 골프장 둔덕에 걸쳐 있는 모습입니다. 

고척동 농구장 수해현장

고척동 농구장 바닥이 공중에 떠 있습니다. 

농구장 휀스 정상부까지 잡풀들이 걸려 있습니다. 대충 봐도 4미터는 되는것 같습니다. 

안양천 범람

폐허가 된 농구골대와 핸드볼 골대, 그 뒤로 쓰러진 휀스들...처참함 그 자체 입니다. 

멀쩡한 나무가 없을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나무들이 한강쪽으로 드러 누웠습니다. 

목감천으로 접어 드니 평소 보지 못했던 커다란 탱크가 있습니다. 정화조같아 보이는데 이번 범람으로 떠 밀려 온 것 같습니다.  인

목감천 범람

목감천 다리 천정에 짚풀떼기들이 한가득 메달려 있습니다. 평소 비둘기를 막겠다고 막아둔 철망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흙탕물로 변한 목감천

올해 봄에 한포기 한포기 심었던 이름모를 화초들이 이번 범람으로 피곤한 듯 바닥에 누웠습니다. 

평소 강둑에 잘 붙어 있던 능소화 넝쿨들도 옷 벗듣 벗겨진 모습입니다. 

수문을 올리고 내리던 체인도 축 늘어져 있습니다. 

강가의 엉망된 나무와 달리 자전거 도로는 말끔하게 씻겨져 있습니다.  

수 많은 세금을 들여 이쁘게 꾸미고 단장한 하천에 이번 처럼 폭우와 범람이 발생하면 다시 원상복구를 위해 그 보다 더 많은 세금이 들어가야 합니다.

사람이 보기 좋은 인공하천 보다 자연 생태가 잘 살아 있는 자연 그대로의 하천, 언제나 스스로 복원하며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하천은 어떤가요? 튤립과 장미같은 원예종들 대신 우리 산하에 자생하는 들풀들이 자랄 수 있게 하고 핑크뮬리같은 서양 잡초들 대신 갈대나 억세같은 우리것, 자연 그대로의 것 들이 씨앗을 퍼뜨리며 살 수 있는 곳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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