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TBC서울마라톤 첫 풀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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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다양한 랜드마크와 한강을 세 번 건너는 JTBC 서울마라톤의 시그니처 코스

 

2023 JTBC 서울마라톤 대회 풀코스 참가

 

지금까지 10k 1회, 하프 대회 3회 참가가 전부였던 제가 어제 열린 2023년 JTBC 마라톤 대회의 풀코스 참가 했습니다. 참가 신청한 5월부터 나름 훈련을 한다고 했지만, 혼자 하는 훈련이라 체계적이지 못했고 월 마일리지 또한 100킬로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회 전 까지 30k 장거리주를 3번은 해야 된다고 해서 시도는 했지만, 매번 23km 정도에서 쥐가 나던지 체력이 바닥나서 제대로 LSD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대회가 드디어 달력 한 장에 들어옵니다. JTBC 서울마라톤 풀코스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출발해 잠실 올림픽경기장에 이르는 42.195km 마라톤으로 유튜브를 보며 코스 각 구간을 숙지했습니다.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합정을 지나 양화대교를 건너면서 첫 번째 한강을 건넙니다. 그리고 한국의 맨해튼 여의도를 지나치고 마포대교를 건너면서 두 번째 한강을 건너게 됩니다. 높은 빌딩숲이 직선으로 뻗어 있는 공덕, 애오개를 지나면 서울의 중심인 서울시청과 광화문사거리를 만납니다. 이어지는 핫플레이스 광장시장과 동대문, 동묘, 그리고 서울의 구도심 지역인 신설동, 신답, 군자역을 지나갑니다. 그리고 천호대교를 지나며 세 번째로 한강을 건너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레이스 후반부인 강동 구간으로 접어듭니다. 오르막 경사 구간은 15초 느리게, 내리막은 절대 빨리 달리지 않고 평속 유지 할 것을 마인드컨트롤 합니다. 

2023jtbc마라톤대회

마라톤 준비물

정두식 풀코스 뉴트리션, 싱글렛, 하프타이즈, 베넥2, 모자, 선글라스, 카프슬리브, 암슬리브 기타 바셀린, 우중주 예상으로 우의도 챙깁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났습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첫 풀 참가라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자다 깨다를 반복, 4시간도 채 못 잤습니다.  대망의 대회날, 아침식사는 KODA 에너지바 두 개로 대체했습니다. 말랑말랑한 게 부담 없이 잘 넘어가고 든든하기도 했습니다.  

 

6시 30분 대림역에서 갈아탄 지하철 2호선은 마라톤 참가자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합정역에서 6호선을 갈아타는데 엄청난 인파에 깜짝 놀랍니다. 얼마 전 기안 84 풀마라톤이 TV에 방송되더니 마라톤의 인기를 실감합니다. 원래 마라톤은 40~50대 중년의 운동이었던 과거와 달리 젊은층의 유입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풀마라톤 뉴트리션 코다젤

42.195km JTBC 레이스 출발

    

상암동 월드컵로는 풀 참가자들로 가득합니다. 8시가 되자 휠체어 선수들이 출발하고 그다음으로 엘리트, 그리고 A, B, C조가 차례로 출발합니다. 저는 첫 출전이라 D조 배번을 받아 가장 마지막으로 출발합니다. 출발은 언제나 희망이 부풉니다. 

 

엄청나게 많은 참가자들로 레이스 초반, 강제 페이스 조절이 이루어 집니다. 마포대교까지 10km는 대회뽕의 플러스 알파로 전혀 힘들지 않게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그리고 첫 번째 고비, 공덕사거리 업힐구간도 순조롭습니다. 서울의 랜드마크인 시청, 광화문이 하나씩 나타납니다. 지방 러너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수많은 러너들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혹시 구독하는 러닝 유투버라도 만날까 두리번거려도 봅니다.

 

동대문을 지났을까 걱정하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비 맞는건 좋은데 레이싱화가 젖는 게 걱정이 됩니다. 물 웅덩이를 피해 조심해서 달립니다. 하프지점을 통과합니다. "반 왔구나"라고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본격적인 레이스는 30km부터 라고 합니다.

2023 JTBC 마라톤 풀코스

 

풀코스 첫 대회가 우중주

군자역을 지나면서 빗방울이 굵어 집니다. 이제 러닝화는 포기하기로 합니다. 온몸은 말할 것도 없이 양말까지 죄다 젖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으로 베넥 2 갑피가 메쉬소재여서 저벅저벅 물이 고이진 않았습니다.  

 

아차산 지하차도를 지나면 눈앞에 시원하게 뻗은 내리막이 나타납니다. 이 구간도 금단의 열매입니다. 절대 오버페이스 하면 안되는 지뢰밭이기도 합니다. 광장사거리를 지나 드디어 천호대교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초반 오버페이스한 사람들은 천호대교에서 걷게 된다고 했는데 이를 악물고 뛰었습니다. 이때부터 다리 근육이 툭툭 치면서 올라올 조짐이 보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실력에 비해 초반 페이스를 높게 잡았던 것 같습니다. 

 

드디어 30km 지점 길동사거리에서 우회전합니다. 마라톤은 "30km를 적당히 달리다가 나머지 12km를 제대로 달리는 것" 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곱씹고 씹었지만 이미 25km 지점부터 몸과 마음은 분리됐습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기 마련입니다. 줘 털리기 전까지는요.

여기서 레이스의 명암이 갈라 집니다. 비복근, 가자미근, 햄스트링, 대퇴사두가 교대로 불끈불끈 춤을 춥니다. 천천히 뛰면서 회복할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걸으면서 회복할 것인가 이대로 달리다가 포기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2023jtbc마라톤대회2023jtbc마라톤대회

 

남은 10km가 하프 이상의 고통입니다. 뛰다 걷다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두 다리가 거덜 날 즈음 수많은 자원봉사와 크루, 시민들의 함성소리와 응원이 들려옵니다.달리는 내내 일면식도 모르는 사람이 두 번이나 내 이름을 불러줘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특히 올림픽공원에서 피니쉬까지 계속되는 응원행렬, 비가 오는 와중에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받습니다. 얼마전 봤던 시카고 마라톤의 응원 분위기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서브 4, 실패

 

수서 IC 통과하고 피니쉬라인까지 2km를 7분 페이스로 질질 끌고 들어가면서 "서브 4를 하겠다" 라는 애초의 목표는 12분 20초가 오버 되면서 실패 했습니다. 하지만 풀 마라톤 도전의 짜릿함과 완주라는 큰 성취감이 더해져서 정말 뿌듯한 희열을 느낍니다. 이래서 이 힘든 마라톤을 하는건가 생각됐습니다.  

 

서브4 실패의 원인을 꼽자면 초반 오버페이스와 장거리 훈련 부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내년 동마에서 다시 서브4 도전을 다짐해 봅니다. 장장 네 시간이라는 긴 힘듦과 고통의 시간을 뛰었지만, 지나고 나서보니 찰나와 같이 지나갈 뿐입니다.

 

마라톤 풀코스는 땀 흘린 만큼 기록이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도전의 경험과 성취의 단 맛이 더 큰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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