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웠던 치악산 단풍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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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버린 치악산 단풍

 

치악산은 붉은 단풍이 아름다워 붉을 적자를 써서 '적악산'으로 불렀다가 전설속의 이야기인 유명한 꿩의 보은 설화가 생긴 뒤 꿩 치자를 써서 '치악산'으로 불려지게 됐다고 합니다. 

치악산은 북쪽과 서쪽이 가파른 편이고 동쪽과 남쪽은 완만합니다. 동고서저인 한반도 전체의 지형같이 대개의 산들이 동쪽이 급사면임을 감안하면 치악산은 조금 특이한 산입니다. 치악산의 등산 코스는 국립공원 답게 수십개의 코스가 있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인기 높은 것이 '사다리병창' 코스 입니다, 가파른 북쪽 사면의 치악산 등산코스 가운데 특히 급경사인 이 코스는 매우 힘들어서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친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입니다. 

 

기상청 단풍예보에 의하면 치악산은 10월 6일 부터 단풍이 시작되어 20일 단풍 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단풍이 막 시작된 10월 8일 치악산 황골을 들머리로 비로봉-사다리병창-구룡사로 산행을 했는데요.  황골 탐방지원센터에서 적십자산악구조대를 지나 입석사까지는 운 좋게 차를 얻어 탈수 있었습니다. 한시간 가량 올라가야 하는 아스팔트길을 걷지 않아도 된 셈이죠. 입석사에서 본격 가을 치악산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울창한 숲길로 초반부터 꽤나 고도를 올립니다. 자연 그대로의 바윗돌을 이리 저리 괴어 계단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등에 땀이 좀 날 무렵 머리위로 하늘이 뚫립니다. 입석사부터 1.2km를 걸어 황골 삼거리에 오르니 멀리 비로봉의 돌탑이 보입니다. 왠지 오늘 산행은 거저 먹는것 같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능선길을 투박투박 오르내리면 될 뿐입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울긋불긋 단풍이 든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는 단풍잎들은 이미 겨울로 달려가는 중입니다. 제 색을 내기도 전에 이미 바스락 소리를 내며 말라버렸습니다. 올해 유난히 가뭄이 심한 탓이라고 합니다. 내심 치악산의 단풍을 기대 했는데 실망이 밀려 옵니다.

 

울긋 불긋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활기를 읽어 버리고 노랗게 변해 버렸습니다. 올해 치악산의 단풍은 안타까움 그 자체입니다.

 

입석사에서 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함박꽃나무(산목련)이 바람에 날려 사르르 하고 잎이 떨어져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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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악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등산 코스는 구룡사탐방지원센터에서 사다리 병창길로 비로봉에 오른뒤, 계곡길로 구룡사 까지 내려가는 코스입니다. 치악산에서 가장 힘든 등산코스이기도 합니다.

 

황골-구룡코스는 9.8km 평균경사 22.88%의 5시간50분이 소요되는 코스 입니다.

올라가는 것 보다는 구룡사로 하산하는 것이 힘들고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립니다.

 

빈 원추리꽃의 씨방입니다. 씨앗들은 내년봄에 다시 싹을 틔우겠지요? 

 

하얀색 꽃잎을 다닥 다닥 피웠던 큰까치수염도 이제는 씨앗을 품었습니다

 

둥글둥글 까만 열매를 매단 둥글레 입니다. 풀꽃들을 알려면 사계절의 모습을 눈에 익혀야 합니다. 부지런히 산에 다녀야 겠지요?

 

참나무 종류중에 가장 먼저 열매를 떨어뜨리는 신갈나무 도토리 입니다. 도토리 중에서도 크기가 가장 큰 편입니다. 엄마품에서 떨어진 신갈나무 도토리가 벌레먹은 산딸기 잎에 박혀 버렸습니다. 6종류의 참나무에서 열리는 도토리도 깍정이의 형태가 모두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다는것을 알고 있나요?

 

송이풀입니다. 씨앗이 아직 영글지 않은것 같네요.

 

투구꽃의 씨방입니다.

 

말나리의 씨방입니다.

 

씨방 두개를 털자 백개 이상의 씨앗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얄굿게 말라버린 치악산 단풍입니다. 가뭄이 야속합니다.

 

반으로 쪼개져서도 잘 크고 있는 물푸레 나무 입니다.

 

쥐너미재에서 바라본 원주시 방향입니다. 가스가 많이 끼어 조망이 힘듭니다. 

 

쥐너미재는 피리부는 사나이와 비슷한 전설이 있습니다.

 

나마 싱싱한 단풍나무를 하나 찾았습니다. 보물을 찾은것 같습니다.

 

쥐넘이재에서 몇분을 더 가니 비로봉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쥐너미 고개에서 비로봉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솜사탕 같은 큰꽃으아리 씨방입니다.

 

어허~ 이게 치악산 정상석입니다. 마치 묘비 처럼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정상석이 다들 얼마나 개성있고 멋들어진데 치악산은 미적감각이 확 떨어지네요. 혹시 옆에 있는 돌탑에 얹혀 가려는 걸까요?

 

이윽고 도착한 비로봉입니다. 비로봉 주위에 데크 공사가 한창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테크를 까는 아저씨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비로봉 주위에 깔려진 데크 입니다. 봉우리 전체에 테크를 두를려고 하나 봅니다.

 

비로봉 정상에서 부곡리 방향쪽의 풍경입니다. 뿌연 가스 때문에 조망이 아쉽습니다.

 

비로봉 돌탑입니다. 원주에 사는 어떤 사람이 신의 계시를 받고 세웠다고 합니다. 저 뒤로 보이는 돌탑 뒤에 작은 돌탑이 하나 더 있습니다.

 

비로봉에서 구룡사쪽 조망입니다. 빨간 단풍이 조금은 보입니다.

 

층층나무의 빨간 씨앗들입니다. 새들이 엄청 좋아할 것 같네요. 

 

멋진 신갈나무 입니다.

 

도깨비 뿔 같은 딱총나무 겨울눈 입니다.

 

비로봉에서 점심을 먹고 난 뒤, 하산길에 나섰습니다. 갈 길이 멀군요.

 

하산로는 가파른 경사가 많아서 대부분 철계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 저기 계단을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옆으로 돌아와도 충분한데 능선위로 철계단을 만들고 있습니다.

 

너덜너덜 돌계단입니다. 이런길이 가장 힘들다고 하죠.

 

초록부터 노랑 붉은단풍까지 단풍의 한해살이가 다 들어 있습니다.

 

사다리 병창길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바위를 비켜 만든 테크가 멋집니다. 거의 장인의 작품같기도 합니다.

 

 

사다리병창은 암벽이 마치 사다리모양으로 되어 있고 암벽사이에 자라난 나무들과 어우려져 사시사철 독특한 풍광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껄껄껄 웃는 신갈나무 입니다.

 

구룡사를 통해 사다리 병창을 올라온 등산객들은 구룡사 탐방을 하지 않더라도 문화재관람료 2,5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구룡사를 날머리로 하면 상관없다.

 

도토리의 작은 구멍속에 도토리 거위벌레가 있는건지 파먹고 나온건지 모르겠지만 땅에 떨어져 빨갛게 발아를 준비하던 도토리입니다.  

 

도토리 가운데 천분의 일, 만분의 일이 흙속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다고 합니다. 그런데 뿌리를 내린 어린 싹이 모두 큰 나무가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인간의 탄생이 그렇듯이 자연의 탄생도 그렇게 치열합니다. 

 

가장 먼저 몸을 불사르고 떨어진 벚나무의 잎사귀들입니다. 모든 나무가 한꺼번에 단풍색으로 물든다면 더욱 멋진 풍경이 될텐데 자연의 섭리는 인간이 어쩔수 없겠죠? 하기야 단풍이 드는것도 사람들 구경하라고 드는것이 아닐테니깐요...

 

사다리 병창을 내려오면 경사가 낮아지면서 긴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갑니다. 물소리가 귓가에 들어올 때 즈음이면 세렴폭포가 나오고 치악산 산행은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이곳에서 부터는 그냥 평길입니다.

 

저는 치악산이 네번째 방문입니다. 이상하게도 치악산은 올 때 마다 그다지 감흥이 있는 산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등산객의 수가 가장 적은 산이기도 하다니깐 뭔가 이유가 있겠지요. 올해는 가뭄으로 단풍까지 말라버려 여간 실망이 아닙니다. 앞으로 치악산을 또 오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일 치악산을 또 오게 된다면 힘든 사다리병창길 보다. 구룡사에서 세렴폭포까지 편안하게 산책하듯 물소리 들으며 걷는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치악산 2부, 등산코스보다 숲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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