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춤추는 엄나무 보러 가실까요? 커다란 대문을 활짝 열면 천자문을 외는 학동들의 소리가 들릴것 같은 제천향교, 이 구구한 향교 뒷산에 멋진 엄나무가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먼 걸음을 했습니다. 제천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교동의 산 중턱에 굵은 둥치를 떡 하니 박고 양 팔은 마치 승무라도 추 듯 양팔을 들어올린 모양의 엄나무를 만났습니다. 이 엄나무의 나이는 350여년으로 추정하며 높이가 16m, 둘레 5.3m로 현재 충청북도 문화재로 지정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제 164호 창원시 신방리 엄나무, 제305호 청원군 공북리 엄나무, 제363호 삼척 공촌리 엄나무의 총 3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데, 제천향교 엄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엄나무에 비해 나이가 젊어서 아직은 천연기념..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7. 5. 30. 22:21
마을을 굽어보는 천연기념물, 구천동 소나무 뿌연 미세먼지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도심을 뒤덥는 텁텁한 봄 입니다. 이런 질식할 공기를 피하려면 백두대간을 넘어 산 좋고 물 좋은 동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것만도 아닌가 봅니다. 그나마 미세먼지가 덜한 백두대간 넘어 가도 미세먼지는 그림자처럼 줄기차게 따라 옵니다. 요즘 처럼 내가 사는 나라가 이토록 좁아 빠진 땅떵어리라는것을 매일 매일 절절히 느낄때도 없습니다. "뛰어봤자 벼룩, 미세먼지 마귀의 손바닥 안"입니다. 그래서 매캐한 오월입니다. 오늘은 노란 연막탄을 터트려 놓은 미세먼지와 황사를 뚫고 아름다운 나무를 보기 위해 전라도 무주로 향했습니다. 무주는 백두대간이 지나는 덕유산이 있어서 여러번 와 본 곳입니다. 지리산의 장엄한 산세를 이어..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7. 5. 15. 13:49
봄을 알리는 버드나무는 아스피린의 원료 오래전부터 인류가 사용해 온 천연 진통제 삭막한 겨울의 끝, 그리고 봄의 시작, 그 곳에 버드나무가 있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습성때문에 주로 물가에 사는 버드느무는 봄이 오면 다른 나무 보다 먼저 물을 빨아 들여 싹을 틔웁니다. 삼단같은 머릿결 처럼 줄기를 아래로 축 늘어뜨리는 모습 조차도 뿌리에 물을 모으기 위함 이라고 합니다. 버드나무의 속명 살릭스(Salix)는 물가에 산다는 뜻의 라틴어 입니다. 그런 버드나무가 소염 진통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스피린의 원료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관절염 환자들이 보증하다시피 아스피린은 탁월한 소염제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피를 묽게해 심장바미의 위험을 줄여주는 항응혈제로도 쓰입니다. 최근에는 진통제 보다 심장질환을 예방..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7. 4. 1. 12:49
자세히 봐야 보이는 회양목 꽃 귓볼을 때리는 매서운 바람에 움츠리며 망원동으로 출근한지도 벌써 석달이 다 되어 갑니다. 저번주부터는 화단과 보도블럭 틈에서 노란 민들레가 보이고 어제는 목련이며 매화꽃이 피더니 오늘 출근길에는 키작은 회양목에서 아무도 모르게 연두색 꽃이 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꽃인지 뭔지 알 수 없는 회양목의 꽃은 보기보다 향도 진합니다. 화려한 꽃잎을 만들지도 않고 수분에 필요한 여러개의 수술과 암술만이 전부 입니다. 이렇게 소박한 꽃이 또 있을까요. 회양목은 성형미인 회양목은 정원수로 인기가 있는 나무 입니다. 사철나무처럼 사계절 잎을 달고 있으며 다른 나무에 비해 빨리 자라지 않아 관리가 쉽습니다. 음지나 양지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추위와 공해도 잘 견디며 머리갂듯 가위로 잘..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7. 3. 23. 11:16
야생화의 천국 풍도에서 불어온 봄님들 3월16일 야생화의 천국, 서해의 작은섬 풍도를 다녀왔습니다. 작년 이맘때 처음으로 풍도라는 섬을 갔었는데 정확히 일년만입니다. 올해도 역시 까다롭기로 소문난 풍도바람꽃의 개화기를 정확히 맞췄습니다. 운이 좋습니다. 올해는 늦추위가 길어 야생화가 전년에 비해 늦다고 합니다. 풍도에 풍도바람꽃이 피크일때면 복수초는 늦었다고 했는데, 올해 봄은 풍도바람꽃과 개복수초가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년에 비해 노루귀는 잘 보이지 않고 복수초며 풍도바람꽃의 개체수가 적어 보이기도 합니다. 올해 풍도 야생화는 다음주 까지가 피크일껏 같습니다. 불과 일주일 그 짧은 기간 꽃대를 올리는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 노루귀며 복수초, 대극같은 봄님들을 만나러 가 볼까요..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7. 3. 19. 18:19
나무 위의 나무, 고고한 절개와 의지의 상징, 강인하며 영속적인 생명력, 구불구불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는 자유로움, 자유로움 속 느껴지는 절제미, 절제됐음에도 다시 뻗어 오르는 기운, 바로 소나무를 두고 하는 말 입니다. 인간이 사랑한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소나무 만큼 사람과 가까운 나무가 있을까요? 아이가 태어나면 새끼줄로 금줄을 치고 솔가지를 꽂았습니다. 그리고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고 소나무로 만든 수저로 밥을 먹고 춘궁기에는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먹었고 솔가지와 솔방울을 땔감으로 추운 겨울을 났으며 죽어서는 소나무로 만든 관 속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 까지 곁에서 소통했던 나무이자 인간을 사랑했던 나무, 인간을 위해 모든것 까지 내어준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입니다...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7. 3. 14. 19:46
모든 생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며 일가친척들을 많이 이룹니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수억년 동안 1종 1속으로 나홀로 고귀한 혈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성격이 까탈스럽고 융통성이 없다고 할수도 있겠죠. 1종 1속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세상은 모든 동식물은 분류학상으로 종→ 속→ 과→ 목→ 강→ 문→ 계의 순으로 상층적 체계를 가집니다. 여러종이 한 속이 되고, 또 여러속이 한 과를 이룹니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식물계가 되고 인간계가 되는것이죠. 그런데 은행나무는 분류학상으로 식물계→ 겉식물문→ 쌍떡잎식물강→ 은행나무목→ 은행나무과→ 은행나무속→ 은행나무종이 되는데 유일하게 1개의 속, 1개의 종만 있는 경이로운 나무 입니다. 수억년 동안 지축이 뒤틀리는 대혼돈의 시기와 가혹한 빙하기에서도 어떤..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7. 3. 5. 14:53
봄바람을 몰고오는 바람꽃 3월의 첫 날, 저 먼 제주도와 남해안 여수 어디는 봄을 알리는 바람꽃이 기지개를 켰다고 합니다. 봄을 알리는 많은 꽃들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바람꽃'입니다. 복수초, 노루귀와 함께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사인 바람꽃은 이세상의 어떤 꽃 보다도 아름답고 고고하며 소담스런 자태를 갖고 있습니다. 어제는 올들어 처음으로 붕붕하며 힘차게 날고 있는 꿀벌도 보았습니다. 얼마지 않아 야생화의 천국인 천마산에서도 바람꽃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지 않아 숲속 이곳 저곳에서 희고 노란 또는 분홍의 꽃잎들이 활짝 펼쳐지면 칙칙하고 어둡기만 하던 겨울숲은 이내 꽃대궐로 바뀌겠죠. 앙증맞은 봄꽃들로 후끈달아 오른 산들은 잔설을 녹이며 벌과 나비를 부르고 봄바람과 아지..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7. 3. 1. 12:25